근무를 마치고 통근버스에 탔다.
점잖은 부장부터 부엌 솥 단지 걱정하는 청소아줌마까지
자리를 잡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든다.
아는 사무실 사람이 저만치 떨어져 앉는다.
두 자리를 혼자 차지하니 호텔이다.
회사생활이 전부 떳떳한 건 아니다.
책상 앞에 앉아서 딴 짓도 좀 했지만
그런 게 문제는 아니다.
나는 내가 내릴 곳을 안다.
내리면 가야 할 곳도 안다.
아침에 통근버스를 탔던 곳
거기서 내려 집으로 가야 한다.
왔던 길을 되짚어 간다.
어제 간 길을 또 간다.
아쉽지만 행인들은 못 태운다.
사람들이 웃으며 내린다.
혹 다른 데를 들를 지 모르겠지만
그들도 밤에는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갈 곳이라곤 집밖에 없다는 사실이 좀 쓸쓸하지만
그것이 집에 가지 않을 이유는 아니다.
집 밖은 정말 쓸쓸하다.
통근버스에만 타면 된다.
정 피곤하면 잠시 자도 된다.
가을햇살이 푸르러 아무데서나 내릴까 생각도 했지만
피곤한 육신을 누여 달콤하게 잠 자는 곳
그곳으로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