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고...
지난 주말 홍콩, 마카오에 다녀왔다.
위도상으로 보는 예상과 달리
요즘 그 곳 날씨는 여기서의 옷차림 그대로 다녀야 할만큼 쌀쌀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텔엔 난방시설 자체가 없으니
홍콩의 겨울여행은 감기라는 불청객이 필수적으로 따라 붙는단다.
시원한 잠자리때문인지
이튿날 아침부터 머리가 띵하고 컨디션이 살살 맛이 가더니
마카오 도착해서는 콧물이 줄줄 흐르기 시작한다.
관광이고 뭐고 약부터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성바오로성당 앞에 약국을 서둘러 찾아 들어갔다.
예쁘장한 약사(female)에게 감기약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을 생각으로 쌍화탕을 달라고 했다.
한국식 프로세스였지.
물론, 쌍화탕의 중국발음은 내 알 바 아니므로
메모지에 "雙和湯" 이라고 써서 건내줬다.
내가 봐도 아주 잘 쓴 글씨였다.
전에 내 필체를 보고 중국사람들이 놀라 자빠진 일도 있고 해서
기분은 삼삼했는데...
그 약사는 그걸 받곤 나를 요상스레 쳐다보더니
나를 남자약사에게 인계한다.
?
이후 남자약사가 집요하게 내게 권하는 약의 면면은 가히 목불인견이었다.
비아그라, 칙칙이 등등...
이 오랑캐넘들이 나를 어찌보고 이런 망발인지
불쾌감과 분노 가득찬 표정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졸지에 호색한으로 취급받은게 너무 까리해
사건의 시종을 곰곰히 반추해보니 뇌리를 스치는게 하나 있다.
雙和湯...
남녀가 쌍으로 화합할 탕약이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