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아,
객지에서 살다보니 이맘때면
왠지 더 고향 생각이 난다.
고국에 두고온 늙으신
어머니 생각에 가슴이 저민다.
그래서 아래의 글이 오늘은 더욱 가슴에 와
닿는구나...
이글을 보는
모든 친구들과 그 가족들께
화평하고 즐거운 추석이 되길 빈다.
Qu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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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건강’ 생각하는 추석을
나이 드시면 ‘어린이’가 된다던가. 생전의 어머니가 꼭 그랬다.
1990년대 초 어느 날. “서울 생활 싫다”며 불쑥 짐 싸들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린 지 6개월쯤 후였지 싶다. 주말이라 쉬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장터거리에 북치고 장구치며 굿하는 약장수들이 ‘오만 병을 다 고치는 약’을 파는데 노인네들이 너도 나도 사더라….” 긴 여운이 남는 얘기였다.
“얼마 한다데요.” “30만원이라더라.” “사서 드세요. 돈 부쳐드릴게요.”
“아이고 고맙다, 내 아들아~.” 이후 어머니는 전화 수화기를 놓을 때까지 이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했는지 모른다.
전화는 했지만 차마 당신 입으로 “그 몸에 좋다는 약, 나도 사먹고 싶다”는 말을 끝내 하지못했던 ‘어머니’는 내가 보아왔던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사서 드시라”는 한마디에 “아이고 고맙다, 내 아들아~”를 네댓 번씩 되풀이할지는 몰랐었다.
한방성 약초라고 해 사 드시라고 했지만 “비올 때 온 삭신, 뼈 마디가 쑤시는 분” “갑자기 바늘 끝이 안보이고 눈이 침침한 분” 등 약장수들의 상투적 감언이설이 얼마나 시골 노인네들 마음을 흔들어놨을까 싶었다.
그로부터 수개월 후. 어머니께서 생을 달리했을 때 평소 쓰던 베갯잇을 들추자 손때 묻은 10만원짜리 수표가 스무 장 넘게 나왔다. 매달 쓰라고 보내준 용돈으로 ‘만병통치약’이라도 마음 턱놓고 사시지 무얼 할 요량으로 그렇게 아꼈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다.
큰 우환(憂患) 미리 막는 처방전
이제 며칠 후면 추석이다.
추석 연휴 일주일 동안 연인원 7800만명의 대이동이 시작된다고 한다. 도회에 나와 있는 자식들이 시골 고향집을 지키고 있는 부모와 상면하고, 조상묘에 성묘하고, 각지로 흩어져있는 어릴 적 친구들을 만나는 ‘정(情)을 나누는 세리머니’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질 게다.
고향집을 찾는 자식들은 벌써 부모님께 어떤 선물을 할지 생각할 텐데,
들리는 얘기론 여기에도 ‘불황의 그늘’이 찾아든다는 소식이다. 계속되는 불황에 기업들의 보너스 봉투가 얇아지고, 각자가 씀씀이를 줄임에 따라 선물 보따리도 ‘가격이 저렴한 실용품’ 위주라는 것이다.
그러나 고향의 부모님에게 가장 중요한 선물이 어찌 보따리의 크고 작음이랴.
자식들이 고향집에 모여 농사짓느라 불어터진 아버지, 어머니의 손이라도 오롯이 잡아주며 마음의 고마움을 표시한다면 그것이 가장 큰 선물일 수 있다.
또 있다. 그도 저도 어렵다면 이번 추석 고향방문 땐 부모님의 건강에 대한 자가진단(自家診斷)을 해드리자. 나이 드신 분들의 건강이상은 반드시 ‘전조(前兆) 증상’이 있게 마련이다. 설사가 며칠간 계속 된다든지, 소화가 장기적으로 잘 안된다든지, 왠지 모를 무기력증이 엄습한다든지…. 모두가 건강이상의 적신호들이다. 가만있는데도 멀미하듯 어지럽다거나, 물건이 갑자기 흐릿하게 보인다거나, 술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는 것은 중풍·뇌졸중의 전조들이다. 양쪽 손발이 계속해서 저리는 것도 노인성 질환과 관련, 주목해야할 변화들이다.
부모님의 건강이상을 빨리 알아차리는 것은 ‘큰 우환(憂患)’을 막는 처방전이 될 수 있다. 또 이는 가정경제 측면에서도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과 연결될 수 있다.
낳아주고 길러주느라 고생하신 부모님께 큰맘 먹고 ‘건강검진 선물’을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식 키워 보고, 한두 살 더 먹을수록 부모의 그늘이 얼마나 큰지 깨닫게 된다는데…. 그래도 부모님이 살아계셔서 명절 때 고향 갈 길에 가슴 설레는 것만으로도 큰 행복이다.
-주간조선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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