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과 83년의 같은 산행길...
내설악의 계곡물도 여전히 맑아서 행복했고...
가물가물한 기억속의 장면들을 맞춰보는 재미도 쏠쏠했었다...
하지만...와중에 왠지 마음이 썩 개운치만은 않은 아쉬움도 있었다...
그 첫번째가...백담사까지의 시멘트길...
그리고 너무나 화려해진 백담사입구...
대머리 아저씨를 이곳으로 보내는게 아니었다 싶었다...^^*
가장 씁쓸한 모습은 단연 봉정암이었다...
이성섭 부자가 애타게 찾던 "물"의 극락이어야 할 봉정암은 공사중이었다...
하필 물탱크 근처가 공사중이어서...
식수라고 씌여진 곳의 물은 희뿌연 흙물을 흘려내고 있었고...
옛날...그 유명했던 봉정암 화장실...
(예전엔 봉정암도 산장 구실을 해서...그곳에서 일박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당연히 재래식으로 쭈그리고 앉아서...
고개 쳐들면...옆자리의 친구(?)와 별을 바라보며 담소를 나눌 수 있던 화장실....^^*
숙소의 창문은...그...망사처럼 된 가는 철망으로 되어있었는데...
80년에 박기주, 이태주와 함께 들렀을때...
거기에 못으로 구멍을 내어 세사람의 이름을 남겨두었었다...
이후 꽤 오랜동안 그대로 남아있어서...
2회 김용민 선배 등의 아는 지인들로부터 그 흔적의 여전함을 전해듣는 기쁨도 있었다...^^
악명높은 봉정암 밑자락의 가파른 고바위길...
그 힘든 고비를 넘기며 맞이하는 봉정암은...차라리 옛모습이 그리웠다...
마지막 씁쓸함은...
설악동의 신흥사앞...
옛날엔 없던 그 엄청난 와불이...왠지 설악산의 정기와...부처님의 자비를...
동시에 훼손하고 있는건 아닌지...
오히려 인간속세의 허욕을 드러내고 있는건 아닌지...
산은...사람들이 가장 손을 덜 대는 것이 아름다운 것 아닌가...
새삼...더 이상의 손대는 일이 없기를 소망해보는 마음이 찐하게 밀려왔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