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번, 45번 88번 도로를 바꾸어 천진암으로 올라가다 약 6KM 전, 관산 산행기점인 우산리 녹차가든 앞 주차장까지는 도중에 즉석김밥을 사는 시간을 포함하여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앵자봉은 대개가 천진암 주차장에서 오르게 안내되어 있어서 등산이 반쪽이 된다. 관산을 거쳐 소리봉 앵자봉을 둥글게 돌아 내려와야 너 댓 시간 짜리 등산다운 등산이 될 거라는 내 주장을 이야기하고, 관산을 오르는 산입구에서 기념으로 한 방 박고 출발했다. 9:35.
출발 후 1시간쯤 가면 커다란 소나무가 나온다. 10:35.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급하게 경사길을 내려가니 무갑리와 우산리로 갈 수 있는 안부와 만난다. (10:42)
우리는 막걸리를 한 잔씩하고 간식으로 김밥을 나누어 먹었다.
관산에서는 정동으로 움푹 들어간 박석고개와 앵자봉이 보인다.
여기서 두 개의 봉우리를 거쳐 세 번째 오른 봉우리에는 '관산 정상'이라고 씌인 표기물이 뽑힌 채 나무에 기대어져 있다. (나중에 집에 돌아와서 지도를 정독하니 관산은 무갑리/우산리 고개를 지나 세번째 봉우리임을 확인할 수 있었으므로 이 봉우리가 관산임을 확신할 수 있었다)
후배 용섭이 배낭속에서 두부와 오이와 양파에 고추장까지, 없는 게 없이 쏟아져 나온다.
고추장을 듬뿍 묻힌 두부와 양파를 안주 삼아 이런 시원한 바람 부는 산정에서 막걸리를 먹는, 이런 맛을 아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바람은 높이 뻗어 올린 신갈나무의 머리끝을 미친듯이 휘둘러 대고 있지만 그 아래에서 우리는 우리끼리 만의 행복감에 마음만 넉넉해지고 있었다.
박석고개까지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출발. 12:50. 박석고개에서 북쪽으로 500여 미터 하산하면 우산리 청소년 캠프가 나오고 거기서 500여 미터 더 내려가면 천진암 주차장이다. 만약 이리로 올라왔다면 우신 등산반의 9월의 산행은 너무 싱거운 것이 되지 않았을까?
앵자봉 정상은 조망이 좋지만 오늘은 기후 탓에 가시거리가 10M나 될까? 사진을 찍고, .
구식이가 가져온 콩국물을 한모금씩 나눠먹고 하산을 시작. 2:30.
앰프기타로 포크송을 신청 받아 노래를 부르는 아마추어 가수가 있었다. 나도 손을 들어 '새벽기차'를 신청하였고 그 가수는 내 신청곡을 멋지게 불러냈다.
날씨가 유감이다. 전원의 바베큐 파티가 그 예쁘게 잘 꾸며진 마당에서 벌일 수 없음이 아싑다.
2회 선배인 대용이 형, 태훈이 형, 대우 형은 서로 절친한 친구의 모습을 모범적으로 보여 주었다.
나는 대용이 형이 처음 만난 후배의 이름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한 번도 머뭇거리지 않고 부르는 기억력에 감탄했다.
그저 후배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끝없이 아껴주고 싶은 선배의 마음을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