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호형님 쏘시는 번개 즐겁게 좋은 추억 만드시라고 했더니 제 추억을 이야기하시네요.
원기 형님이 그렇게 오시기 싫어하는 가리봉동 제 어린 시절 꿈과 희망이 추억으로 묻혀있는 곳입니다.
그 추억을 이곳 게시판으로 옮깁니다.
1. 장화없으면 큰 일납니다.
형님들이 번개를 하실 곳은 가리봉시장으로 내려가는 언덕받이 근처에 있습니다. 제가 중학교 다닐때만도 포장이 되어 있지않았죠 도로를 만드려고 기반공사를 했는데(건물 철거 등 등) 비가 오기만 하면 진흙물이 언덕에서부터
지금의 가리봉시장까지 흘러내리는데 여기 올라오면 마라톤 달리는 것 버금가지요 오는비에 우산들라 빠지는 발 빼어달라 그 언덕을 올라오면 빗물에 땀에 후줄근해지죠
말이 났으니 고척동 넘어가는 제일제당은 상습 침수지구입니다.
77년인가 78년에 큰 비가 와서 그 일대가 홍수가 났습니다. 아마 우신고 선배님들 중 이 홍수 덕분에 임시휴교한 기억들이 있을 겁니다.
2. 폭포수
어릴적 개구리를 보려면 저희는 수출의 다리 밑을 흐르는 안양천까지 가야 합니다. 지금은 안양천이 오염되어 흐름이 거의 없지만 당시만해도 흐름이 꽤 빨라 징검다리 위에서 물살을 보면 떠내려가는 기분이었으니까요.
당시 안양천 제방사업을 해서 몇몇 군데서는 물이 찼다 아래로 떨어지는 곳이 있었죠(높낮이 갭이 그렇게 크진 않지만 우리는 이곳을 폭포수라 불렀습니다.) 지금은 오염물질로 거의 메꾸어져 그런 곳도 없지만
3. 배고픔을 재촉하는 빵굽는 냄새
제가 다닌 중학교 건너편이 삼립빵이었습니다. 3교시가 시작되면서 나는 빵굽는 냄새는 한참 뛰어다닐 나이인 중학생들을 미치게 하였습니다.
3교시가 끝나자마자 점심도시락들은 이미 비어져 있고, 점심시간에는 그때까지 의연하게 참아낸 친구녀석들을 공습하느라 여기저기서 한바탕 소동들이 납니다. 참다참다 못참고 4교시 수업시간에 몰래 도시락 까먹다가 선생님께 들켜 선도실에 가서 반성문 여러번 썼습니다.
4. 지하철 1호선 개통식
1974년 8월 15일 비가 엄청 왔습니다. 이날 지하철 1호선이 개통되고 가리봉역을 지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가리봉역을 통과하는 지하철(사실 지상전철이지만)을 보려고 가리봉역을 갔지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구로동은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으면 못사는 곳>입니다.
거기에 길포장한다, 지하철 논다 하며 여기저기 흙더미를 쌓아놨으니 비를 맞으며 진흙길에 미끄러지며 가리봉역에 도착해서 기어코 지나가는 열차를 봤습니다. 무슨 역사의 현장에 있는 것처럼 뿌듯했죠.
옷에 묻은 진흙을 떨구어내느라 떨어지는 낙숫물에 몸을 씻고 집에 도착해보니
박정희 암살 미수사건이 벌어졌더군요.
다음에 또 올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