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슬슬 입시부모 되가는데 교육행정 좀 이해해 봅시다
이름: 울지아나
홈페이지: http://www.seoprise.com
2004/2/17(화)
이명박 시장님, 유인종 교육감을 '왕따'시키지 마십시오
이명박 시장님! 손학규 도지사님! 국민이 정말 바보로 보입니까
이 나라를 본격적인 봉건신분사회로 만들려는 손학규 경기도지사의 특목고 벨트 계획에 서울시가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특목고를 설치해 "공교육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 교육감을 따돌리고 교육부와 '직거래'를 모색한답니다.
"시장은 일반행정, 시교육감은 교육만 관할하도록 분리돼 있어 서울시가 돈만 대고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었다."네요. 중앙일보는 시도교육감이 '고집'하면 교육 관련 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기사를 써놨습니다.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어 글쓰는 지금도 헛웃음이 납니다. 그러나 속에선 피가 거꾸로 솟구치고 있습니다. 이 자들의 후안무치한 작태가 어찌 이리도 방자한지요!
공화국에서 관료가 법에 정한대로 자기 맡은 바 직분을 다 한 것인데, 그것을 보고 '고집'이랍니다. 방자함이 하늘을 찌르고 있질 않습니까! 민주공화국에선 그 누구도 절대권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4,500만 주권자들의 주권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라 해도 법에 정한 테두리 내에서만 권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 외 입법, 사법, 행정 누구도 예외는 없습니다.
그런데 이 권력의 분산이라는 공화의 원리를 눈에 가시로 여기는 수구귀족들은 교육직거래라는 명목으로 멀쩡히 있는 교육감을 치워버리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 자들이 국민을 바지저고리로 알지 않고서야 그 발호함이 어찌 이리도 막심할 수가 있는 겁니까! 민주공화국에서 법 위에 있는 사람은 주권자뿐입니다. 교육감을 초법적으로 치워버릴 권리는 오직 국민에게만 있습니다. 일개 지방자치단체장 따위가 어딜 국가의 교육행정을 뒤흔들려고 나선다는 겁니까!
"서로 갈라져 있던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이 합쳐질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런 발언을 한 자가 교육부의 경기도 교육협력관이라는 작자입니다. 언제부터 교육관료와 지방자치 단체장에게 자기들끼리 사바사바해서 국가 교육 정책의 근간을 뒤집을 수 있는 권한이 생겼습니까?
이렇게 무리하게 해서라도 저들이 만들려고 하는 특목고, 자립형 사립고라는 게 뭔가요? 한마디로 부자들을 위한 호화 입시학원이라고 보면 딱 맞습니다. 물론 저들이 내세우는 말은 그게 아닙니다. 공교육 상향평준화니 특수목적고를 통한 다양한 능력의 계발이라느니 하는 사탕발림을 내세우지만 애초에 그런 공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자들이었다면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고교평준화를 뒤엎을 기도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특수한 목적의 고등학교를 만들면 뭐합니까? 어차피 다 서울대 갈 공부만 하는 것을요. 과학고등학교에서 서울대 법대 보낸 학생 숫자 자랑하는 게 무슨 특수목적이랑 부합한단 말입니까. 공교육 정상화요? 떼돈 들여서 부잣집애들 고등학교 때부터 모아 놔서 서로 학벌 형성하게 하고 그 멤버 그대로 서울대 가게 하는 게 무슨 공교육 정상화입니까? 보자보자 하니 국민이 정말 바보로 보입니까, 이명박 시장님? 손학규 도지사님?
결국 명문고를 부활시켜서 대학서열체제를 고교서열체제로까지 확장시키겠다는 기도 아닙니까. 서열체제 만들면 학력이 향상되고 교육경쟁력이 강해진다고요? 강아지 풀 뜯어먹는 말씀은 제발 이제 그만 하십시오. 서열체제가 그렇게 좋아서 우리나라 대학 경쟁력이 지금 세계에서 바닥을 기고 있습니까? 차라리 부자는 부자대로 가난뱅이는 가난뱅이대로 나라 쪼개자고 대놓고 말씀하십시오. 무슨 공교육에 국가경쟁력을 들먹입니까,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지금 우리나라 고등학생 애들은 인간이 아닙니다. 입시기계로 전락한 지 오래입니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입시교육을 위해 고등학생은 죽어 나가고 부모까지 죽어나가고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가고 있습니다. 입시공부가 공부입니까? 멀쩡한 사람 바보 만드는 게 대한민국 입시교육이라는 건 교육부관료와 그 잘난 대한민국 엘리트 나리들 빼놓고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일년에 몇백 명씩 죽어 나가는 고등학생들도 모자라 이젠 중학생까지 죽이겠다는 겁니까? 고등학교 서열체제 만들어서 고교입시철마다 중학생들이 삼삼오오 꽃잎처럼 옥상에서 몸을 던지는 꼴을 정녕 눈에 담아야만 시원하시겠습니까? 당신들 가슴엔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습니까? 그게 사람이 할 짓입니까!
서울시에서 '따' 시키려고 광분하는 유인종 서울시 교육감은 세계의 교육제도를 견줘가며 연구한 바 있는 저명한 72세의 비교교육학자입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이론 겸비한 공교육 수호천사'로 불리지만 일부 언론에게는 윤덕홍 전 교육부총리와 함께 '국가 경쟁력을 가로막은 장본인'이라고까지 비난받은 분입니다.
이유는 '평준화 폐지론'에 반대했다는 것입니다. 윤전부총리는 교육시민단체의 강력한 지지에도 결국 밀려났고, 유인종 교육감 홀로 남아 평준화에 대한 폭격을 72세의 노구를 이끌고 막아내고 있습니다. 2001년 교육부의 압력을 무릅쓰고 자립형 사립고 서울 유치에 반대하고 지금까지도 이명박 시장의 고교평준화 폐지 기도에 맞서고 있습니다.
유인종 교육감이 얼마나 이명박 시장과 수구관료, 언론의 눈에 가시처럼 여겨지겠는지 그의 어록을 조금만 살펴보면 금방 알 수 있으실 겁니다.
"엘리트란 말을 선진국에서는 요즘 절대 쓰지 않습니다. 교육에서는 수월성이라고 그러죠. 수월성은 다양한 질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엘리트라는 것은 귀족적인 교육이라는 것이고 사회계층(계급)을 의미하는 것이에요. 지금 엘리트라고 쓰는 것 보면 참 한심스러워요."
"지금은 교육의 보편화 시대예요. 고등학교까지 99% 진학하지 않습니까. 보편화 세상에서는 학교를 가르지 못하게 되어 있어요. '경기고'다, '특목고'다 가를 수 없게 돼 있는 겁니다. 미국하고 영국하고 예를 들어봅시다. 지금 학교 별도로 하는 데가 있습니까. 다만 미국에 사립학교가 늘어나는 것은 흑인들 피해서 가는 학교입니다. 백인들의 그러한 문화를 우리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거죠. 영국에 사립학교가 3.9% 정도 돼요. 영국은 이걸 없애지 못해서 안달이죠. 이미 전통으로 귀족학교를 하고 있는 것을 바꾸지 못해요."
"(최병렬 대표와 일부 언론이 '사립학교부터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금 서울에서 사립학교가 70%예요. 공립학교는 얼마 안돼요. 그렇다면 사립학교를 그런 식으로 풀어주면 평준화의 틀은 완전히 무너집니다. 도미노 현상으로 걷잡을 수가 없게 돼요. 그렇죠? 그 다음에 자립형 사립고까지 해주면 이건 완전히 무너지는 겁니다."
"지금 경제부처가 평준화를 흔드는 내용을 주장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아니에요. 참여정부 목표는 그거 아니잖아요. 정도를 가야 합니다. 관료까지 이명박 시장과 손학규 지사처럼 말한다는 게 보통 실망이 아닙니다. 몸통은 KDI(한국개발연구원)입니다. KDI는 참여정부 본분을 망각하고 있습니다. 그 그룹이 다시 나서고 있어요."
"학벌타파라는 것은 평준화 정책하고 … 유럽 같이 대학 평준화하면 타파됩니다. 68년도에 거긴 대학을 평준화했거든요. 예를 들면 지금 독일은 대학 평준화입니다. 프랑스도 그렇고요."
유인종 교육감의 대학평준화 발언과 서울시에서 유인종 교육감을 왕따시킨다는 기사가 거의 동시에 나왔습니다. 공화국의 국기(國基)를 놓고 지금 목하 혈전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언론에서는 다뤄주지 않습니다. 공화국의 명이 지금 교육위의 수구의원들과, 수구교육관료, 언론, 이명박·손학규 등 귀족주의자들 손에 경각에 처했는데 세상은 이렇게 고요합니다.
서울시에서 자신 있게 교육부와 직거래하겠다는 것은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 취임한 안병영 교육부총리를 믿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명박·손학규·안병영 모두 명심하십시오. 국민은 이회창이 아닌 노무현에게 대권을 위임했습니다. 특목고를 통한 고교평준화의 실질적 폐지를 공약한 이회창씨는 지금 청와대의 주인이 아니란 말입니다! 행여라도 착각하지 마십시오.
김희선 의원이 친일규명법 심사위에서 행자부 차관에게 "이런 경우가 어디 있어! 이게 노무현 정부야!"라며 그 기막힌 심정을 호통치셨는데 안병영 교육부총리가 그런 말을 듣는 일이 없길 바랍니다.
평준화의 수위를 고등학교 이하로 내리는 건 공화정체 포기하고 이씨조선으로 돌아가는 겁니다. 이명박 시장도 이씨니 마침 분위기 딱 좋긴 합니다만, 지금 농담할 분위기는 아니고, 현재의 반신불수 공화국을 명실상부한 민주공화국으로 만드는 길은 평준화의 수위를 고등학교 이상으로 올리는 것밖에 없습니다.
"국공립대 통폐합" 망상이 아닙니다. 충분히 논의 가능한 사안입니다. 아니 논의해야할 사안입니다. 당위는 가능성을 만들어냅니다. 국민이 나서면 됩니다. 한 줌도 안되는 수구 관료, 귀족들은 국민이 일어서면 하시라도 쥐구멍을 찾을 무리들입니다. 우리 자식들을 안심하고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젠 논의를 시작해야 합니다.
2004.2.17. 울지아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