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음산행...
사전답사 때
100명 이상 수용 가능한 식당을 알아보는 호들갑을 떨었지만
결과적으로 내심 예상했던 만큼의 인원이 참석한 듯하다.
요즘처럼 어렵고 어지러운 시기...여러 친구들의 기꺼운 참여는
행사를 주관, 진행하는데 수고한 동기회나
뒤에서 묵묵히 이를 후원한 등산반에나 큰 힘과 격려가 될 것이고...
그런 감격 때문인지 평소와 다르게
대원들(특히 레이디 대원)과의 긴밀한 유대감에
신경이 부쩍 쓰인다.
산행 초반 탕춘대능선 올라가다 보니
우연히 성민이 와이프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되어
어렵게 한 마디 꺼냈는데
어느새 나타났는지 그 넘의 김원기가 인터셉트다.
주제포착의 기민성이나 화법의 유창함에 있어 쨉이 안되니
이후로 나는 한 마디 말도 못한채 구경꾼만 되었고...
그래도 거기까지는 체념의 미학이 가능했는데...
그 날의 최고봉인 향로봉에 올라 기념촬영 마치고
비봉 가기 전 하산길 갈림목에 다다랐는데
같이 가던 유태형이 부득불 비봉의 진흥왕순수비를 보고 오겠단다.
다른 사람들은 다 내려갔고
마지막으로 내려가는 인호 와이프에게
유태형이를 기다려야 하니 먼저 내려 가시라는 이야기를 했다.
한 마리 양을 지키는 선한 목자의 모습이었다.
한 3-4분 지났을까...하산길이야 뻔한 길이고
가이드로서 아무래도 본진에서 떨어지면 안좋을 듯하여
뒤쫓아 하산길에 접어드니 바로 앞에 인호부부와 구식이다.
태형이가 잘 따라올까 걱정이라는 나의 이바구에
인호 와이프 왈
"걱정마세요. 위에서 누가 기다린다고 했어요."
"그래요?"
그 누구가 바로 난데...
내 인상이 얼마나 인상적이지 못했으면
인호 와이프를 금붕어로 만들었나 하는 생각에 절망감이 든다.
뒤풀이 노래방에서 보니
김원기는 역시 레이디 대원들에게 인기짱이요,
상돈이가 조제한 폭탄주 몇 방 터지니
다들 자택 번지수가 헷갈리나 보다.
이왕 버린 몸...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사고 한번 크게 치자고 수현이 와이프에게 다가갔다.
안되면 말고...
"사모님...우리 예술 한번 할까요?"
그 날 산행은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