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다닐 때 학점 따기에 급급했고
(물론 장학금은 받아 본적도 없고)
써클활동을 열심히 한 것도 아니고
친구를 많이 사귀지도 못했고
데모도 한번 제대로 못해봤고
그렇다고 연애는 더욱 더 질퍽거렸으니
대학에 대한 기억이 그리 좋을 리가 없다.
그야말로 학교를 다닌게 아니라 스쳐 지나간 것이다.
그랬던 내가 어제 “고대 80학번 입학 30주년 모교방문 축제”
준비위원회 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다.
10월에 학교 체육관에서 하는데 작년 79학번은 부부동반 포함하여
1,000명 정도가 참석하였고 오세훈 서울시장, 최태원 SK회장 등이
기부하여 5억원 가량의 장학금을 전달하였다고 한다.
갈까 말까 많이 망설였다.
그 이유야 짐작이 가겠지만 스스로 잘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만
모이는 곳에 내가 끼어서 뭘 하겠나하는 우려의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73학번 대학 선배에게 술자리에서 말했더니만
그 분 말씀이 “무조건 들이 밀어라”였다.
그 말에 힘을 얻어 정말로 무조건 들이 밀었다.
교우회관에서 하는 모임에 뻘쭘하게 들어서서 명함 주고 받고
(여기는 같은 학번이라 명함 주고 받는 순간 말을 놓는다고 한다)
수인사를 나누었다.
준비위원장이 국회의원인데 다행히 우리 과 동기여서 그나마 덜 서먹했다.
처음 왔으니 자기 소개를 하란다.
“어쩌구 저쩌구!@#$%^&*()
저는 우리 과 동기 이외에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이 70~80명이 됩니다.“
(물론 우신고 입학 동기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학교는 안밝혔다)
이 말을 하는 순간 참석자들이 놀라와 하며 박수까지 쳐주며
진정한 일꾼이 들어왔다고 환영의 강도를 높여 주었다.
그 이후로 이어진 막걸리 뒷풀이 1,2,3차.....
오랜만에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 자리처럼 주는대로 다 받아 먹었다.
헤롱~~헤롱.......딸꾹!!
사람들 마다 어떻게 그 많은 사람을 아느냐고 자꾸 묻길래
솔직히 고등학교 동기들이라고 말했더니만......
거기에 참석한 사람들 중에 거짓말 보태서 반 이상이
우신 친구들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신 친구들의 안부 전해주면서 급속도로 사람들과 가까워 졌다.
갑자기 우신이라는 존재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 자리였다.
벤허를 만든 영화 감독 윌리엄 와일러의 말이 갑자기 떠올랐다.
“오, 신이시여 제가 진정 이 영화를 만들었습니까?”
“우, 신이시여 제가 진정 이 학교를 나왔습니까?”
돌아오는 택시 속에서 술기운에 이놈 저놈 우신 친구들에게
횡설수설 전화 다이얼을 마구 눌러대었다.
.
.
“씨발아 내가 너 좋아하는거 아냐?”
(마음 속으로 한 말)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핸펀에서 들려오는 답변
“술 쳐먹었으면 집에 가서 조용히 잠이나 자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