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10반은
30년전 내가 졸업한 반이기도 하고, 이번 동문 일일 명예교사의 날 행사에 내가
담당하여 강의한 반이기도 하다.
졸업이후 몇차례 행사로 학교에 들리긴 했지만
명예교사 행사에 참가하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많은 친구들이 앞으로 동참해 줄 것을 빌어마지 않는 마음에
행사소감을 전하고 싶다.
사실 운영진의 권유를 받고 의욕에 비해 교사자원자가 부족하다는 말에
선뜻 망설임없이 자원했다.
후배들에겐 존재 자체만으로 훌륭한 귀감이 될 수 있는 친구들이
주변에 너무나 많기 때문에, 내게 그런 행운(?)이 오리라 예상 못했고
일견 부담스러운 느낌도 있었지만 쉽사리 수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제와 강의 준비는 며칠을 고심한 것이 사실이다.
평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선생님이 그 어떤 대학교수나,
인생의 멘토보다 중요하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제 막 사고가 싹트는 수준인 시기의 그들에게
강의내용이 어쩌면 스폰지처럼 먹힐 수 있다는 생각에
사실 그들과의 만남에 매우 설레였던 것이다.
고교강단에 서는 친구들이야 매 시간강의에서
나와 같은 흥분과 감동을 느낄 수 있을까마는
실로 각종 직업적 세미나나 학술회의 등에서 많은 전문가와의 모임도,
대학강단에서의 강의도 그런 큰 감동과 기대를 내게 가져다 주지는 못했다.
내겐 특별한 날이었음엔 틀림없다.
학교에는 조금 일찍 서둘러 가게되었는데
지역적으로 그리 가까운 줄 몰랐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차로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별다른 생각없이 교무실에 들려 과거 은사님을 몇 분이나 뵐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불행히 한분도 보이지 않음에 30년의 세월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의 흐름이었음을 알았다.
나포함 27여명의 반가운 친구들이 보이고 나머지 반에 대한
총동선후배님들의 지원강의가 있었다.
간단한 오리엔테이션후 시작종과 함께 할당된 반으로 들어갔다.
나의 강의 주제는 "꿈을 가져라"
나와 가족소개,
특히 나는 그들의 눈높이를 위해 나의 특별할 것이 없는 고교시절과 함께
동기들의 뒷담화와 그 당시의 학교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관심을 구해나갔다.
그리고 당시의 1학년 베프 (이성민, 박래순, 홍성현) 사진을
장동건의 영화 "친구"의 타블로이드 사진과 비교해 보여주니
애들이 웃음을 터뜨리며 한마디했다.
"하하, 그런데 왜 친구들끼리 흉내를 냈어요?"
녀석들이 시제에 대한 사고에 내가 혼란을 주었으니 강의는 성공적일 거라는
예감이 들었다.
"녀석들아, 이 친구들이 우릴 흉내낸거지..", " 아 ~~ 맞다. ㅋㅋ"
과거 아름다운 친구들의 모습에서 지금 열심히 삶을 사는 모습을 설명하고
당신들은 무슨 꿈을 꾸며 살아가냐고 되물었다.
조심스레 눈치를 살피던 제일 뒷줄의 한 녀석이 인생을 고민해 본 모습으로 일어난다.
"음반제작자요"
분명하게 듣지 못한 나는 되묻자, 다시 '음반제작자'임을 말하였고 그 이유와
바램을 시간관계상 듣지는 못해지만 즉석에서 격려와함께 마치 예언가인양
"그대는 꼬옥 음반제작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자
다시 벌떡 일어나더니 마치 꿈을 이룬 소년처럼 '감사합니다' 꾸벅 큰 절을 했다.
반드시 꿈을 이루라는 뜻에서 그 학생에게 가지고 간
최근 작고한 존스홉킨스대학 랜디포시 교수의 '마지막 강의'책을 선물했다.
여러분들의 꿈과 희망은?
아이돌? 역사적 영웅? 소녀시대 멤버들? 아니면 티아라?
여러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 맘마미아에서 나온
아바 원곡 사만다 세이프릿이 부른 'I have a dream.'을 틀고 합창했다.
아니 정확히 컴이 아웃오브데이트 버전이라 인터넷음악이 제때 못나와
파행적으로 감상했을 뿐이다.
옥에 티였지만 나의 의도가 친구들에겐 충분히 전달 되었으리라.
이후 가능하면 현존하는 위대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이형록 사진작가, 배우 재키찬, 도올 김용옥, 스포츠 재벌 및 영웅,
박지성, 박찬호, 김연아, 박세리, 신지애, 양용은....,
그리고 최근 우골탑에서 밑돌 하날 빼낸 김예슬 양 그리고
현존하는 삶에서 약간 예외적인 김수환 추기경, 법정 스님,
랜디포시 및 한주호 준위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삶이 우리에게 던져준 삶에서의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꿈을 갖는 방법, 꿈에 가깝게 접근하는 방법, 그리고 자기의 영웅을 넘을 수 있는
비법(?)까지 모두 전수한 나는
꿈에 관한 문익환 목사의 '꿈을 비는 마음'중 서두부, 프리히드 설리의 '꿈은 희망을
낳는다' 등의 감상과, 21세기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인 그들이 미래형 영웅으로
대한민국을 선진국 반열에 놓을 가슴벅찬 주역임을 당부하며 강의를 마쳤다.
아이들은 기특하게 한 녀석도 졸지않고 끝까지 잘 경청해 주었고
마지막엔 큰 박수로 화답해 주어 고맙고 보람된 시간이 되었다.
그 날의 만족스런 강의에는
어느 학원운영을 하시는 내겐 매우 소중한 분의 특별한 조언과 지원,
그리고 아내의 물적지원 공세도 한몫을 차지했다.
아래는 명예교사 강의시 노하우의 일종으로 사실
끝까지 내글을 읽어 준 친구들에게 주고 싶은 팁이다.
우리 아이들도 돈이 아까워 잘 못사먹는다는 초코브라우니(제품명은 기억이 안난다)
하나씩과 추파춥스 한통을 앉겼다.
그랬더니 효과 만점이다.
강의 내내 춥스 하나씩 물고 눈과 귀를 잘 열고 있더라...
브라우니는 제법 비싸니 향후 사탕 한통 정도면 강의집중에 오히려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