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의 노사모를 그리워하는 손석춘에게!
번호 333595 글쓴이 뜻대로 (mkhksss) 조회 1639 누리 483 (488/5) 등록일 2007-6-19 17:15 대문 14 톡톡 1
지난, 16일 밤 천안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에서 열린 제8차 노사모 전국총회를 두고, 손석춘이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모양이다.
오마이뉴스에 손석춘이 기고한 칼럼, ‘저 빛나던 2002년 노사모는 어디에’를 보면 빛바랜 현재의 노사모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느껴진다.
잘은 모르겠으나, 손석춘이 노사모의 취지자체는 굉장히 긍정적으로 보는 모양이다.
“ 2002년 노사모는 한국 정치사의 한 장을 새롭게 썼다. 먹물들 대다수가 수구세력의 집권을 기정사실화하며 패배주의에 사로잡혀 있을 때, 노사모는 곰비임비 뜻을 모았다. 마침내 수구세력과 각을 세웠던 정치인 노무현을 당선시켰다. 풀뿌리 정치운동의 새로운 전형이었다. ” - 손석춘
동감한다. 그랬다. 그러나 손석춘의 노사모에 대한 칭찬은 여기까지다. 손석춘은 다시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며 오늘날의 노사모를 베고 찌르기 시작한다.
“ 무엇보다 대통령 당선 뒤 노사모의 좌절을 들 수 있다. 노사모 초기의 열정적 지지자들이 기대했던 정치인 노무현과 실제 대통령 노무현은 큰 차이가 있거나 반대쪽으로 갔기 때문이다. ” - 손석춘
반대쪽으로 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진보를 추구하는 손석춘의 성향으로 봤을 때, ‘한미FTA', '이라크파병’등과 같은 것들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한다.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들과 같은 진보를 추구하는 정치인이 FTA와 파병 문제를 비판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손석춘 역시도 그러한 맥락에서 노무현이 반대쪽으로 갔다고 여긴다면, 그것에 시비할 생각은 없다. 동의할 순 없으되, 그 의견은 그것 나름으로써 의미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손석춘은 한 가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노사모의 성향을 즉, 2002년 노무현을 지지했던 이들이 전부 진보주의자였던 것으로 단정하고 있는 점이 그러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나 뜻대로는, 노사모 정식 회원은 아니었으나 지난 대선과 참여정부 초기부터 지금까지 노무현에 대해 한없는 애정을 보내온 사람 중 하나이다. 그렇기에, 나는 정식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을 뿐, 근본적으로 노사모의 정체성과 맥을 같이 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는 결코 진보주의자는 아니란 사실이다. 그것은 노사모 정식 회원들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노사모 회원 중에 진보적인 분들도 있을 것이며, 나처럼 진보와 보수의 관념과는 무관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심지어는 보수적인 정치를 지향하는 분들도 노사모 중 한 분이란 사실이다. 노사모는 그 조직 자체가 어떠한 정치적 지향점을 갖고 있기 보다는, 그 구성원들 하나하나가 인간 노무현을 좋아하고 그가 정치인으로써 여태껏 보여줘 왔던 일련의 활동에 대해 가슴깊이 신뢰하고 있다는 공통점에서 출발을 했다고 보면 된다. 보통 사람이 국회에서 진행되는 모든 법안에 대해서 전부 다 알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유는, 내가 잘 모르는 사항을 그 정치인이라면 훌륭히 해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에서 근거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사모를 진보적인 잣대로 분석하는 것은 손석춘의 지극히 위험한 착각일 뿐인 것이다.
손석춘은 지금의 노사모가 빛이 바랬다는 증거로 크게 두 가지를 들고 있다.
“ 첫째, 대통령에 대한 어떤 비판도 받아들이지 않는 흐름이다. 조금이라도 비판하면 무조건 반발한다. 대통령을 비판하는 정치칼럼마다 무조건 비호하는 글이 홍수를 이루는 게 대표적 보기다. ” - 손석춘
일면, 그런 부분이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것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실은 그러한 ‘반발’을 하는 당사자들조차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손석춘은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진보를 주장하는 이들은 FTA때도, 이라크파병 때도, 여지없이 노무현에 대해서 ‘신자유주의자’이며 ‘독재자’란 칭호를 사용했다. 정부에서 추구하는 정책이 자신들과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마음속에 있는 말을 거리낌 없이 뱉어대었다. 그것을 신문(노무현에 대해 근본적인 적대감을 갖고 있는)에서는 더욱 과장해서 확대 생산한다. 가만히 보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점잖게 비판해야 할까? 상대방은 개새끼 소새끼 하는데, 당사자는 고개 끄덕이며 ‘일리 있는 지적입니다.’라며 고상한 척을 해야 하는 것일까? 그럴 수 없다. 비판의 정도가 상식 밖일 경우에는 옹호의 정도도 상식 밖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예전 노무현이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후보였을 시절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가 조선일보와 어떻게 싸웠는지를 보면 잘 알지 않는가! 조선일보에 대해서 노사모가 점잖았던가! 그렇지 않았다. 지금보다 더욱 치열했다.
“ 둘째, 진보적 시각에서 대통령을 비판하면 ‘민주노동당원의 주장’으로 몰아치는 흐름이다. 과연 그래도 좋은 걸까? 여기서도 사실과 진실, 옳고 그름은 실종된다. 모든 글이 정파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아예 용감하게 단언하는 사람도 있다. ” - 손석춘
손석춘이, 민노당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한지 잘은 알 수 없으나, 분명한 것은 손석춘이 비판하는 논조와 민노당이 비판하는 논조가 기가 막히게 일치한다는 사실이다. 손석춘을 민노당과 맥을 같이 하는 사람으로 치부한 것에 대해 억울했다면, 위로가 될지 모르겠으나 내가 대신 사과드린다. 하지만, 민노당이 됐던 손석춘이 됐던, 또 다른 진보 지식인이 됐던 간에, 그들이 노무현을 비판하는 주장에 대해서 노무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반박을 했을 따름이다. 여기서 반박의 대상이 민노당인지, 손석춘인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온 주장에 대해 논쟁했을 따름이다. 손석춘을 민노당 당원으로 둔갑시킨 것은 본의 아닌 실수였다 치더라도 여하튼, 주장의 논조는 민노당과 비슷했단 사실 하나는 분명한 사실이 아니었던가!
“ 아직도 노무현 비판에 무조건 반발하고 싶거든 왜 노 대통령이 참석한 6월 항쟁 기념식에 정작 박종철의 아버지와 이한열의 어머니가 참여하지 않았는지를 깊이 성찰해볼 일이다. 과연 그 분들이 자신의 출세를 위해서인가? 민주노동당을 위해서인가? ” - 손석춘
노사모가 빛바랬다는 근거로 박종철과 이한열의 부모가 참석하지 않음을 드는 것은 너무나도 억지스런 주장이다. 그렇다면, 전태일 열사의 어머님 이소선 여사께서 자리에 참석한 것은 그분께서 노무현의 정책에 대해 한없는 애정을 갖고 계시기 때문인가? 억지춘향도 정도가 있다.
“ 2002년 한국 정치는 노사모로 한 걸음 더 전진했다. 하지만, 노무현을 무조건 지지하는 사람들은 지금 한국 정치가 뒷걸음치는데 앞장서고 있다. ” - 손석춘
소위 이러한 현상을 두고 손석춘은 ‘노무현에 대한 신앙’ 쯤으로 평가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말할 수 있다. 이 세상이 노무현이 딱 노무현이 한 것 만큼에 당하는 비판을 공평하게 내릴 수 있는 곳이라면, 나도 이렇게 유난을 떨어가며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세상은 아직 그럴 정도로 성숙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유 없이 당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모진 수모를 감내해야 하는 경우는 이제 일상이 됐다. 노무현의 지지자로서 그것을 가만히 보고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더욱 과장되게 노무현을 옹호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즉, 때려대는 것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가혹하고 적나라한데, 그것에 대해 변론하는 세력은 미약하기 그지없다는 뜻이다. 그 때문에 노무현 지지자들은 더욱 노무현을 열광적으로 옹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한국 민주주의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노사모를 만들었던 초기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할 일은 아직 많다. 당장 2007년 대선정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정치판을 환호할 때는 결코 아니되, 그렇다고 환멸할 때는 더욱 아니다. 그래서다. 2002년 노사모를 만들었던, 그 초기의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그립다. ” - 손석춘
손석춘은 노무현의 출현으로 인해서 이 세상이 단 한 순간에 마치 혁명처럼 뒤집힐 것으로 여겼나? 노무현을 사모하는 이 뜻대로는 비록 노무현을 지지했으나, 그럴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노무현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당장 정형근 김용갑과 같은 수구 꼴통을 작살내어 주리란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미국에게도 아무 거리낌 없이 맞장을 떠 주리란 기대역시도 없었다. 손석춘은 노무현이 그렇게 해 줄 것이라 믿었던가?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상대적으로 이회창보다는 노무현이 상식적인 선에서 우리가 원하는 바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게 할 것이란 믿음으로 그를 지지했던 것이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손석춘의 말처럼 한국 정치판을 환호하지도 않으며, 그렇다고 환멸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냉철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손석춘이여! 2002년 노사모를 만들었던, 그 초기의 열정적 민주시민들이 그리운가! 그렇다면, 당신은 2002년 노사모를 잘못 봤던 것이 분명하다. 노무현 지지자들은 지금이나 그때나 변함이 없다. 다만, 당신이 그 노사모의 본질을 왜곡하여 바라봤을 뿐이다.
- 뜻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