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신화... A to Z
번호 189803 글쓴이 시민광장 펌 조회 2026 누리 344 (354/10) 등록일 2007-12-22 18:12 대문 17 톡톡 2
천민자본주의 후진국 대통령, "이명박"
얼마 전, 고등학교 동문회를 참석했는데, KBS에서 기자생활을 하시는 선배님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아무래도 선배님께서 기자생활을 하시니, 현재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대선 후보들에 대해서 잘 알고 계실 것 같아 여러 가지를 여쭈어봤는데, 그 중 도대체 이명박이 지지율이 높이 나오는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고 그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봤더니, 우리나라 정치구조의 후진성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언론에 보도되거나 네티즌들에 의해 알려진 여러 부도덕한 과거보다 더 많은 이명박의 깨끗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는데, 선배님께서 결론을 내리시길 천민자본주의에서 한 명의 졸부로써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라고 하셨다. 그러면서도 선배님은 이명박이 과거 군부독재 산업화 시절, 재벌기업의 직원으로, 또 사장으로 살아오면서 어느 정도의 위법, 탈법은 눈감아 줄 수 있지만 그가 현재 원하는 위치가 대통령이기 때문에 비판받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선배님이 말하였던 산업화 시절의 한 경제인으로써 어느 정도의 위법, 탈법을 눈감아 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얼마 전 KBS스페셜에서 방영하였던 대폿집토크에서 유시민, 노회찬과 함께 나온 홍준표 한나라당 클린위원장이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홍준표가 말하길 이명박이 경제인으로 몇십 년을 일해 왔는데, 그 정도의 비리가 없을 수가 없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또, 비리의 규모가 큰 것도 현대건설이라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건설기업에서 일을 했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말을 했다. 그리고 국민들도 그러한 부분을 어느 정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명박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나 역시 그런 논리라면 일정부분 수긍할 수 있다.
책에서 보는 것과 다르게 현실경제를 실제로 겪게 된다면 현재 한국의 아직은 후진적인 경제 시스템에서 조금의 위법, 탈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으며, 그 이유는 여전히 정치인들이 자신의 돈으로 정치활동을 하기를 꺼리고 손을 벌리고, 공무원들은 뒷돈을 챙겨주지 않으면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것이 아직 대한민국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황상 연루되었음이 확실해 보이지만, 검찰의 수사결과를 믿고 BBK사건을 이명박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드러난 이명박의 잘못들은 단순하게 산업화 시절, 먹고살기 위해서 누구나 행할 수밖에 없었던 생존수단으로서의 위법, 탈법행위가 아닌,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더 큰 이득을 취하기 위한 더러운 행위들이다.
신자유주의 양극화의 원인제공자, "한나라당"
그리고 그러한 더러운 행위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이 과반의 지지율로 대통령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에 대하여 분석한 글이나 칼럼 등은 인터넷에서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 "경제"이다. 무능한 좌파정권이 만들어낸 작금의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할 "경제대통령"이 바로 이명박이라는 논리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논리가 아닌, 전문가들이 일반 국민들의 시각으로 바라보자면 그렇다는 소리이다.
현재의 대한민국의 상황은 경제가 어려운 것이 분명히 아니다. 각종 거시지표는 대한민국경제의 건강함을 나타내고 있고, 골드만삭스에서는 2025년에 대한민국이 1인당 국민소득 전 세계 3위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장밋빛 보고서까지 내놓은 상태이다. IMF를 불러오는 데 큰 공로를 세운 수구언론이 말하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IMF를 조기졸업하고 국민소득은 2만 달러를 뛰어넘었고, 수출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달성한 것이 환율 때문에 어부지리로 얻은 것이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도 있지만, 환율이 낮은 것은 유로화 탄생으로 아시아로 유입된 달러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의 정책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우리 경제가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문제는 비정규직 증가와 극심한 양극화이다. 그러나 이렇게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양극화가 심화된 것은 미국이 주도한 IMF의 구조개혁프로그램 때문이다. IMF에게 구제금융을 받기로 하고 난 이후에도 외국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그 당시 한국은 미국의 도움이 없으면 모라토리엄, 더 나아가서는 디폴트를 선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가 모라토리엄을 선언한다는 것은 경제만이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근본 자체가 흔들리는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IMF와 기존에 약속했던 것보다 더 큰 떡고물을 미국에 갖다 바쳐야 하는 상황이었고,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서 받아들인 것이 미국식 신자유주의이다. 미국에 미국이 요구하는 개방정책을 받아들일 것을 약속한 그날부터, 월스트리트에서 자금회수가 중지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치욕적이고 위태로운 국가적 위기를 불러온 것이 97년까지도 여러 경제학자의 경고를 무시한 지금의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의 김영삼 정권이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잘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신자유주의 노선을 자의 반 타의 반 받아들인 전혀 좌파적 성향이 아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좌파개혁세력=무능력"이라는 공식으로 몰아가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는 상황이다. 무능한 좌파세력이라고 욕하면서 과반의 지지를 받고 대통령에 당선된 집권당이 작금의 경제상황의 원인제공자인 한나라당이라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다.
몰상식한 환상, "경제대통령"
미국의 신자유주의를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더 급진적으로 받아들인 것이 대한민국이고, 그로 인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는데, 일반 국민들이 작금의 그러한 상황을 비판하면서 그 해결책으로 이명박을 지지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명박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경제정책을 조금만 본다면, G7국가 정도가 돼서야 분배를 논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이명박의 경제논리이다. 또한, 현재 경제가 어느 정도 괘도에 올라온 국가들 중에 고성장을 이룩한 국가로 아일랜드를 예로 들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면서 성장지상주의를 외치는데, 아일랜드가 그러한 엄청난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성장지상주의가 아니라, 손해도 같이 나누고 이익도 같이 나누자는 "사회적 협약"이 있다는 것은 웬만한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아일랜드의 경제성장이 보여주는 것은 성장지상주의도 아닌 분배지상주의도 아닌, 성장과 분배가 함께해야만 진정한 경제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인데, 이명박의 입에서는 이러한 논리가 어느새 분배를 지양한 성장지상주의로 둔갑한다.
대운하 역시 그렇다. 비정규직의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노동시장의 유연화를 주장하는 신자유주의자 이명박이 신자유주의자들이 그토록 싫어하는 정부 주도의 대규모 산업인 대운하를 판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앞뒤 맞지 않는 어설픈 포퓰리즘의 극치를 달리고 있는 사람이 우리의 "경제대통령"이다.
이렇게 눈에 빤히 보이는 "경제대통령"의 허접한 경제논리에도, 사람들은 "이명박이 경제를 살릴 것이다"라는 희한한 명제에 12월 19일, 자신의 표를 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경제학에 대해서 얕은 공부마저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상식적으로도 납득이 되지 않는 경제논리를 배설하고 다니는 이명박을 사람들이 지지하는 이유가 분명 있다.
바로 이명박에 대한 환상이다. 현대건설을 수천억대의 부도로 내몰았다고 하더라도, 이명박은 대한민국 경제성장을 이끌었던 현대건설의 신화에 중심에 서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러한 이명박을 신화적 존재로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던 것이 1990년도의 드라마 "야망의 세월"과 2003년도에 방영하였던 "영웅시대"라는 드라마였다.
"야망의 세월"은 현대건설의 신화의 중심에 정주영이 아닌 이명박이 있음을 부각하면서 이명박과 정주영의 관계를 소원하게 만들었던 결정적인 계기였으며, "영웅시대"는 방영 전부터 서울시장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비판을 들으면서 방영했던 드라마이다.
조선일보의 프레임 만들기, "대통령 노무현 vs 서울시장 이명박"
그런데 그러한 드라마뿐 아니라, 개혁세력에 권력을 빼앗긴 것에 분개하는 조선일보와 그 형제들이 그러한 신화 만들기 작업을 해왔을 것이라는 생각에 각종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역시 대한민국의 수구언론들은 그 작업을 수년 동안 차근차근 진행시켜왔다.
2005년의 어느 한 칼럼에서 진중권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조선일보는 한국 보수층의 성감대다. 조선일보를 봐야 보수층의 정치적 리비도를 읽을 수 있다. 최근 조선일보 지면에 부쩍 수상한 이명박 관련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시장인 이명박이 빈번하게 기사화되는 것이 당연한 일이지만, 진중권은 조선일보가 의도적으로 "대통령 노무현 vs 서울시장 이명박"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이명박 죽이기", "경찰까지 이명박 시장 골탕먹이기에 나서나", "의전상의 실수나, 의도적인 왕따냐"라는 정치적 색을 띠는 기사 제목을 써가면서 그간 열심히 작업해온 반노무현정서의 대치점에 서울시장 이명박을 등장시킴으로써 프레임을 공고히 한 것이다.
또한, 그러한 프레임에 더해서 이명박의 치적을 홍보하기 위해 서울시의 청계천, 강북뉴타운, 서울숲 등을 시리즈 기사로 내보낼 정도로 열을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구언론들은 수구언론대로, 진보언론들은 진보언론대로 이런 조선일보의 프레임을 따라서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라는 유행어 양산에 큰 공들을 세우셨다.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05년에 벌써 이런 날카로운 지적을 한 진중권 교수가 최근 대선에 대하여 쓴 글이 없나 확인해 보았지만, 지지하는 후보가 누구냐는 프레시안의 질문에 "배럭 오바마"라는 어이없지만 일면 수긍이 가는 대답을 하면서 정치평론은 접었다고 말하는 기사밖에 볼 수 없었다.
이러한 드라마의 이명박 "신화 만들기"와 한국 언론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조선일보의 "프레임 만들기"보다 내가 직접적으로 살로 느끼는 것은 바로 인터넷상의 지각변동이다. 2002년 대선과 2004년 대통령 탄핵반대운동을 들먹거리지 않더라도, 개혁세력에 힘을 실어줬던 것이 인터넷 여론이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네티즌들이 여론을 주도적으로 형성해 나가고 대선에서도 큰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결과적으로 인터넷 여론이 현실에 반영되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은 앞서 말했듯 인터넷상의 지각변동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 때는 일일 페이지뷰가 700만 건에 육박하던 오마이뉴스와 서프라이즈 등 개혁세력을 지지하는 개별 뉴스사이트가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현재는 인터넷 권력이 포털로 넘어갔다.
인터넷을 장악한 포털언론, "어리석은 대중의 민주정치"
물론, 그 당시에도 대중들이 포털을 이용한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뉴스를 비롯한 각종 콘텐츠가 포털로 집중되면서 포털이 원래 의미의 "관문"이 아닌 "집합소"의 의미로 변하여, 네티즌의 포털 의존도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용자들의 인터넷 체류시간 중 56.5%에 이르는 시간을 포털에서 보내고, 뉴스와 미디어 사이트에서 머무는 시간이 3.4%밖에 되지 않는 것은 포털 의존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이렇게 포털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그 중에서도 포털 점유율이 40%를 넘는 절대권력 네이버가 선거법으로부터 네티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시행한 "정치기사 댓글 쓰기 금지"는 인터넷에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방해하여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세론을 굳히는 기능을 했다. 댓글을 허용한 다음에서조차 수많은 네티즌들이 이명박 후보를 비판하여 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경찰서에 출석해야 했다며 하소연하기 일쑤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된 여론이 형성되기는 어렵다.
또한, 의도적인지 결과적인지 모르겠지만 네이버의 그러한 댓글금지가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메인뉴스 기사배치문제(포털의 뉴스 선택권과 편집권 문제)와 더불어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하여 지적을 받게 되면서, 네이버가 이러한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서 대선관련 뉴스를 메인의 전면에 배치하지 않고, 통합페이지로 운영하였지만 이 또한 결과적으로 대선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게 했다.
그러나 이는 네이버가 사회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사회적 책임마저 회피한 것이다. 포털들은 항상 자신들이 언론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현재 포털을 하나의 언론으로 보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포털들이 싫다고 하니, 굳이 언론이라는 명칭을 쓰지 않더라도, 공론장의 재봉건화를 무너뜨리고, 근대적 저널리즘의 한계를 극복할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인터넷, 그 중심에 서있는 포털이 한 나라의 대통령을 뽑는 중요한 선거를 의제화하지 못한 것은 그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며 이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 인터넷의 중심에 서 있는 네이버에게는 더 큰 책임이 있다.
그동안 포털, 특히 네이버의 메인화면 뉴스배치의 문제는 정치적 뉴스에 별 관심이 없는 상당수의 인터넷 사용자에게 얕은 편향적 사고를 심어왔으며, 대선을 앞두고는 댓글금지와 통합페이지 운영으로 대선에의 관심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이명박의 대세론을 확고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물론 네이버만의 문제는 아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통합페이지를 운영하는 네이버를 제외한 다음, 네이트, 야후 등의 메인화면의 뉴스기사를 모니터링한 결과 이명박 후보와 이회창 후보의 뉴스가 집중되었다고 지적한다.
이명박 후보 관련 36.7%, 이회창 후보 관련 24.3%, 이명박, 이회창 후보 관련 9.7%, 정동영 후보 관련 4.1%로 이명박, 이회창 후보를 합하여 70%를 넘는 기사가 집중되었다고 한다. 두 후보의 기사가 나머지 후보들의 기사들을 합친 것보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은 언론사의 게이트키핑을 감안하더라도 포털의 정치적 편향성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국민의 정부의 등장이야 사실 경제위기를 자초한 김영삼 정권에 대한 심판적 성격이 강했고, 진정한 민주화를 향한 정권교체는 참여정부가 활발한 공론장의 역할을 하던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처음 이뤄냈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작금의 비상식이 통하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어리석은 대중, 진리를 포기한 자들이 하는 정치가 민주정치"라면서 "철인정치"를 주창한 플라톤의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일이 없도록 인터넷이 그 어둠속에서 빛이 되어주길 소망했지만, 결과는 이명박의 당선이다.
서울 표심, 부동산 투기의 화신을 선택
또, 문제는 이러한 이명박에 대한 "환상"에 표를 던진 사람들뿐이 아니다. 서울의 표심이 진보세력에서 이명박에게 넘어갔다는 것은 내가 볼 때 큰 문제다. 물론 25%는 넘었지만, 그 중 20% 정도는 호남의 표심과 민주개혁세력의 어쩔 수 없는 표라고 생각할 때, 5%에 불과한 지지율을 자랑하는 무능한 정동영에 대한 국민 심판을 감안하더라도, 서울의 표심은 참 우려스럽다.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명박이 지지율이 높은 이유가, 서울시장을 역임하면서 전시행정의 극치인 청계천으로 만들어낸 이미지와 정치에 무관심한, 앞서 말한 언론이 만들어 놓은 프레임에 반노무현의 대안으로 이명박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것이 없지 않아 있지만, 서울의 이명박을 향한 표심의 중심에 "부동산"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강남과 분당 쪽의 지지율은 제외하고라도, 강북, 강동 할 것 없이 모두 이명박에 올인이다. 이명박이 되도 부동산이 쉽게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지만, 이미 강남 쪽의 매물은 BBK 무혐의 이후에 모두 들어갔다는 언론보도도 나온 상태다. 부동산에 미친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로 이명박을 찍었다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모든 유권자에게 통용되는 확고한 사실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당선이 된 지금, 그렇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부동산에 대한 과잉투기심리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해도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밖에 없고, 그것을 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세차익이 눈앞에 덩그러니 보이는 데, 국가경제를 생각해서 매입을 하지 않는다는 사고를 가질 수 있는 이타적인 인간이 과연 존재하기나 할까?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적절하게 조정할 수 있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물론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그 부분에서 그렇게 잘한 거 아니다. 그렇다고 이명박은 아니지 않은가. 참여정부 내내 부동산 문제에 있어서 스탠스 바꿔가며 흔들기 바빴던 언론의 힘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명박이라니…
앞서 강남 부동산에 대한 글에서도 썼던 내용이지만, IMF 이후 국민의 정부의 엄청난 부동산 규제 철폐로, IMF 회복기에 들어서면서 금리가 인하되어 가면서 참여정부 시절에 부동산으로 대거 이동한 자금이 부동산 가격을 엄청나게 상승시키면서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투기심리를 자극했고, 강남의 복부인들을 뛰어넘어 전국적으로 부동산 투기 과열이 일었다.
물론 IMF 이전에도 부동산 투기는 항상 존재해왔다. 참여정부는 과거의 정권에게 물려받은 억울한 유산을 처리하느라 솔직히 애먹은 면이 있다.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욕한다면 나도 반론을 제기하고 싶지는 않지만, 부동산 투기의 화신인 이명박에게 몰표를 준 것을 보면, 그런 논리로 참여정부를 비난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없는 것 같다.
또 가장 열 받는 것은 각종 경제지, 보수 일간지들이 특집면으로 부동산을 통한 재테크 하는 방법을 국민들에게 열심히 전수해서 투기심리를 과열시켜 놓고서는, 부동산 과열되었다고 그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서민들이 느낀다고, 서민을 위하는 척하면서 참여정부를 졸라 까대더니, 종부세, 양도세 먹이니까 서민들에게는 적용되지도 않는 "세금 폭탄"이라는 말을 써가면서 노무현 귀싸대기 날리기 바빴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10년" "세금 폭탄"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조선일보의 의제설정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이번 선거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았다.
이명박 당선, 좋은 점 한 가지
어쨌든, 선거는 끝났다. 내가 오히려 편향된 사고를 가진 것일 수도 있다. 국민의 선택이 옳은 것일 수도 있다. 누구의 선택이 옳은 것인지는 훗날 밝혀지겠지만, 이명박이 당선됨으로써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얼마 전에 담배꽁초 버렸다가 단속반에 걸려서 벌금 물게 생겼는데, 안 내고 뻐기고 있다.
명박이 형이 당선된 덕분에 안 내도 되게 생겼다. 탈세, 선거법위반, 위증교사, 위장전입, 위장취업한 사람이 대통령 되는 국가에서 담배꽁초 하나 버렸다고 내가 나쁜 놈 취급받으면 이상한 거 아닌가. 대한민국의 법은 모든 국민에게 평등하게 적용된다고 알고 있으니까.
ⓒ Liberalist
원문 - http://usimin.co.kr/2030/bbs/board.php?bo_table=ANT_T200&wr_id=159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