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000 영웅시대]증시 신천지 개척 5人…금융 자본 ‘물길’을 바꾸다
헤럴드경제 08/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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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자본시장을 이끄는 영웅 CEO
<2> 변화를 창조한다.영웅속 프런티어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영웅을 요구한다.
21세기 대변혁의 소용돌이가 치고 있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에도 역시 시대를 앞선 영웅급 최고경영자(CEO)들이 있다.
이들은 새 시대에 맞게 회사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시장질서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자본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선의의 경쟁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들의 노력은 지금까지 산업자본에 의존했던 국내 경제구조를 금융중심의 고도 선진 자본사회로 변화시키는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를 이끌어내고 있기도 하다.
▶고행을 마친 왕의 귀환, 삼성증권 배호원=고통을 두려워하는 자는 변신도, 발전도 없다.
2004년 5월 이미 업계 최고이던 삼성증권호를 맡았지만, 배호원 사장은 안락 대신 고통을 택했다.
고객의 주식거래 횟수에만 의존하던 수익모델에서, 고객에게 종합적인 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일어날 수 있는 주식거래와 비교해, 자산관리 영업은 금융상품 판매에 주력하기 때문에 한번 고객이 포트폴리오를 짜면 수개월에서 1년간은 좀처럼 수익기회가 발생하지 않았다.
돈 벌 기회가 그만큼 줄었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 수익은 떨어지고, 당장 시장점유율도 하락했다.
실적도 경쟁증권사에 밀리면서 업계 최고의 자리마저 흔들린다는 평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고진(苦盡)이니 감래(甘來)했다.
2004회계연도 81조원대였던 고객예탁자산은 2005년에는 100조원을 넘어섰고, 지난 6월 말 기준으로는 123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수익성을 뒷받침해줄 자산 1억원 이상 고액 고객은 같은 기간 4만319명에서 6만1401명으로 52.2% 증가했다.
2005년에는 전 영업직원의 PB화, 자산 중심형 성과보상 체계의 도입, 2006년 자산 클리닉 서비스 도입 및 호텔신라점 오픈, 2007년 1월 자산배분전략파트 신설 등 공격적인 전략을 잇달아 선보였다.
덕분에 2005회계연도 608억원 규모였던 수익증권 취급 수수료가 2006년에는 49%나 증가한 904억원을 기록했다.
현재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성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주식 외 자산의 전사 고정비 커버비율은 72.3%에 달한다.
▶약점 없는 아킬레우스(Achilleus)로, 대우증권 김성태=국내 최고 수익성의 증권사. 증권주 시가총액 1위. 이처럼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하는 증권업계 최강자인 대우증권이지만 완벽(完璧)에는 미치지 못했다.
바로 투자은행(IB) 부문에서 국내외 해외 부문의 불균형과 자산관리 영업에서의 상대적 부진 때문이다.
무적의 전투력을 가졌지만 뒤꿈치의 약점만큼은 어찌할 수 없는 아킬레우스에 비견할 만하다.
지난 5월 취임한 김성태 사장은 이런 뒤꿈치의 약점을 없애고 대우증권을 완전무결한 무적의 전사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그가 가장 먼저 나선 곳은 IB. 이미 국내시장에서 톱에 올라 있지만 해외 부문에서 취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간파하고, 6월 말 베트남 1위 증권사인 바오비엣증권과 제휴를 위한 포괄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7월에는 인도네시아 이트레이딩증권에 지분을 출자해 2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했다.
6일에는 브라질 최대의 이타우금융그룹과 상품개발, 투자자문, IB 부문에서 상호 독점적인 서비스 및 공동투자를 진행시키고 했다.
다음은 자산관리영업. 시황변화에 민감한 대우증권의 실적을 지켜줄 방패로, 제우스의 벼락에 맞아도 끄떡없는 아이기스(aegis)의 기능을 갖추기 위해서다.
그 첫 행보로 지난 1일 서울 강남의 부촌(富村)인 도곡동에 자산관리센터 1호점을 개설했다.
이곳에서는 대우증권의 강점인 브로커리지 외에도 자산관리, IB 부문의 상품과 서비스를 묶어 주식, 수익증권, 파생상품, IB연계 서비스 및 상품 등 고객이 원하는 모든 금융 포트폴리오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21세기 장보고를 꿈꾸는 IB강자, 한국증권 유상호=9세기 한국과 동아시아의 제해권을 쥐고 엄청난 해상경제대국을 건설한 장보고. 한국증권 유상호 사장은 21세기 동아시아 자본시장의 패권을 노리며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upgrade)시키고 있다.
이미 지난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경제로 자리잡은 베트남시장을 선점한 데 이어 올해에는 아시아 자원의 보고인 인도네시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유 사장의 전략은 이미 글로벌IB들의 각축장으로 변해 레드오션(red ocean)이 되고 있는 중국시장보다는, 아직 글로벌 IB의 본격적인 투자대상은 아니지만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중국 외 아시아 지역을 선점함으로써 투자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데 있다.
장보고가 무리하게 당(唐)나라나 신라, 왜(倭) 등 국가세력과 직접 충돌하기보다는 이들 국가세력들의 공백으로 남은 ‘바다’에 주목해 실리를 얻은 것을 연상하게 한다.
특히 유 사장은 부사장 시절부터 자기자본투자(PI)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증권업계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다.
회사 전체 수익의 절반 이상을 PI를 통해 얻을 정도다.
최근에는 영업조직 혁신을 통한 IB 부문의 경쟁력을 극대화도 꾀하고 있다.
탄탄한 국내 영업조직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IB활동을 펼치는 든든한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는 2005년 7월 브로커리지가 강한 동원증권과 자산관리영업이 강한 한국투신의 합병 이후 2년을 넘으면서 이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자본시장통합법 환경에서 종합자산관리 증권사로의 성공적 변신을 이뤄낸다는 의미도 있다.
▶자본시장의 다산(茶山), 최현만=펀드, 증권, 보험 등 3개의 축으로 이뤄진 미래에셋그룹을 이끌고 있는 핵심 중의 핵심으로 국내 자본시장의 미신파괴자(iconoclaster)와 개척자(frontier)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시세전광판이 없는, 주식투자가 아니라 자산관리를 위한 증권사 객장을 만듦으로써 박현주 회장과 함께 한국형 자산관리증권사의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주인공이다.
조선시대 실학의 거성(巨星)으로 근대화의 씨앗을 심은 다산 정약용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타고난 영업맨으로 자부하는 최 사장은 2004년 3월 국내 처음으로 출시해 투자문화의 일대 혁명을 가져온 적립식 펀드를 이제 한국 자본시장의 가장 거대한 축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이후 뮤추얼펀드, 국내 최초의 부동산 펀드, PEF 설립제안 및 모집, 해외펀드, 구조화금융, ABS, ABCP, 퇴직연금 사업 등 다양한 투자의 길을 고객에게 제시하여 미래 한국 자본시장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의 주식형 펀드 판매액은 7월 말 현재 8조5000억원을 넘어서 2, 3위 증권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앞으로 국내에도 퇴직연금시장이 제대로 자리잡게 되면 자산운용과 자산관리 영업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래에셋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게 최 사장의 생각이다.
최 사장은 또 이미 홍콩, 싱가포르, 중국, 인도 등지에 진출한 계열사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뒤를 이어 해외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며, 세계 자본시장의 심장격인 미국시장에도 진출해 고객기반을 전 세계로 확대할 방침이다.
▶몸을 일으킨 와룡(臥龍), 동양종금증권 전상일=조조(曺操)에 쫓겨 의탁할 곳이 없던 유비(劉備)에게 삼국정립의 큰 구도를 제시한 것은 와룡 제갈량(諸葛亮)이었다.
전상일 사장은 동양그룹이 제조업에서 금융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과정에서도 여전히 자본시장의 주류에 오르지 못했던 동양종금증권을 미래 한국 자본시장의 최대 유망주로, 동양그룹이 자본시장에서 강자로 나설 수 있는 길을 제시한 인물이다.
금융시장의 절대지존으로 군림했던 은행도 벌벌 떨게 만든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바로 그것. 2002년 리테일영업본부장 시절부터 자산관리영업을 육성하던 전 사장은 지난 2005년 증권시장이 활황기에 진입하고 적립식펀드가 서서히 인기를 얻어갈 즈음 고객 및 고객자산 확보라는 기치를 내걸고 CMA를 통한 고객기반 확대에 나섰다.
CMA 마케팅은 증권시장을 넘어 금융권 전반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혁신적 부가서비스와 금리로 소비자 편익을 증대시켜 은행 중심의 국내 금융체제를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다.
그리고 5조원이 넘는 CMA 잔액과 28조원을 넘어서는 금융상품 예탁자산, 90만명을 넘는 금융상품거래 고객 등의 인프라는 동양으로 하여금 자본시장 통합법 환경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게끔 했다.
전 사장은 최근 막강한 고객기반에 힘입어 공격적인 금융상품 판매와 함께 인수, 프로젝트 등과 같은 투자은행 부문에서의 영역확장에 여념이 없으며 뉴욕, 베트남, 캄보디아에 이어 올해 인도네시아까지 해외 부문 강화하며 미래 자본시장의 패권(覇權)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