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회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았을 텐데 오늘 또 교실에 남아서 합창 대회 준비 하는 모습을 보니 넘 대견해 보인다.
그러니 샘이 너희들에게 햄버거 사주는게 얼마나 기쁜지 모른단다.
요즘처럼 너희들이 예쁘고 너희들이 햄버거 먹고 행복해 질 수 있다면 날마다 쏠 수 있을 것만 같아.
아아 그렇다구 진짜 날마다 사 달라고 하면 샘 신용 불량자 되니깐 마음만 받아주고 합창대회날 피자하고 음료수 쏠게.
난 정말 합창에 문외한 이지만 울반의 ‘최진사댁 셋째 딸’ 들어 보니깐 무지 잘하는 거 같구 멋있더라구^^*
목소리도 댑따 크고 파트별 소리들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며 하나의 코러스를 완성해 나갈 때 샘 팔뚝엔 감동의 닭살이 돋기도 하는구나.
무엇보다 아자아자 즐겁게 함께 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구~
이러다 합창대회도 대박치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아니 이렇게 한마음으로 즐겁게 하며 추억을 만들어 나가는게 이미 대박이라고 생각해.
수련회 기간 동안 교관들 얼차례 때문에 그렇게 힘들어 하면서도 샘 만나면 방가 방가 인사를 건네는 천사 같은 예반 친구들 땜시로 샘은 내내 너희들과 사제 동행하며 행복 모드에 푹 빠져 있었어.
원래 수련회 가면 샘들은 편히 쉬는 편인데 난 너희들이랑 노는 게 더 재미있었단다.
‘텔미’ 같이 맞춰보면서 깔깔거리고 반별 장기 자랑때 예반 원더 걸즈 들이랑 원더하게 같이 추니깐 그야말로 원더풀이더라구... 글구 샘의 스키니 검정 진바지와 울 학교 흰색 활동복 티셔쓰 꽤 어울리지 않았니?
원래 쫄티 입고 오려고 했는데 우리 딸들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그건 담 기회에 이벤트 한 번 할게~
버스 타고 가면서 북한강을 배경으로 치러진 ‘예반 가요제’도 무척이나 즐거웠단다.
단아하게 보이던 친구들이 거침없이 노래 부르는 모습들을 보면서 역시 인간은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 같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깨달음까지 선사해 주더구나.
특히 함께 열광적으로 응원해 주는 친구들 모습이 보기 좋았구...
샘도 노래방 가면 탬버린 잘 치는데 언제 한번 노래방 같이 가자꾸나 ^^*
물놀이 할 때도 물에 안 빠질려고 버티는 샘을 한방에 밀어 빠뜨리는 너희들 괴력 때문에 샘의 슬리퍼는 저 멀리 날라가 버리고 썬글라스는 물에 잠기는 바람에 하마터면 잊어 버릴 뻔 했단다. 그거 새로 장만한 거였거든... 휴~
역시 물에 빠뜨리는 원시적 공동체 놀이가 원초적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것 같아.
수련회 마지막 날 새벽 3시에 만나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샘은 술 한잔 마시고 스르륵 잠이 오는 육신을 거두고 진짜로 너희들의 숙소로 향했단다.
그런데 이런! 몇몇 친구들이 키가 큰 여자 교관 샘에게 엎드려 뻗쳐 기합을 받고 있는게 아니니...
그 와중에 나를 보더니 기합 받던 친구들 샘에게 인사를 건네는데 샘은 무지 당황스럽더라구...
‘아니 이 자식들이 결국 또 사고를 쳤구만 ’ 하는 생각을 하며 교관 샘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반 예쁜 아이들인데 떠들었나 보죠’ 나름대로 잘 봐달라고 분위기 잡는데...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이 자식들이 교관 샘하고 짜고 치는 고스톱(?)하는 중이었잖아. 나 원 참~
암튼 샘은 너희들하고 긴긴 밤을 야그하며 보내고 싶었는데 너히들이 꿈나라로 쿨쿨 날아가 버려 무척이나 아쉬웠단다.
방학 때 우리 반 끼리 교관 없는 세상에서, 점호 없는 공간에서 편하게 게임도 하고 잼난 이야기도 나누는 그런 이벤트 해볼까나.... 그러니까 귀농한 친구 생태 마을로 가서 마을 회관에서 1박하는거야.
물론 낮에는 농촌 일손 돕기 봉사활동(혹은 체험 학습)을 열씨미 해야 하고....
그러면 원시 종합 예술인인 내 친구 덕배 아저씨가 멋진 프로그램을 선사해 줄꺼야.
샘이 장담하건데 정말 보람도 느끼고 재미있는 추억도 만들 수 있을꺼야.
어때... 같이 갈 친구들 있니?
내가 원래 옷 입는 거 별로 신경 안 쓰고 사는 인생이었거든.
그런데 너희들을 만나 사랑에 빠져 버렸고... 난 바람난 사람처럼 검정색 벨벳 쟈킷, 주홍색 와이셔츠, 흰색 여름 쟈킷, 하얀 빽바지, 썬글라스 등을 새로 장만하게 되었단다.
그나마 너희들이 어여삐 봐주며 패션 리더라고 치켜 세울 때는 어깨가 으쓱해 지기도 한단다.
(앗, 왕자병 초기 증세닷!)
우리 와이프가 가끔 시샘을 하기도 하는 것 같은데 우리 딸들은 아빠의 그런 변신을 엄청 좋아하단다.
어떨 때는 우리 큰 딸이 코디해 주기도 하지...
아참 지난 번 삼겹살 파티 때, 우리 와이프랑 막내 딸이랑 조카랑 같이 왔었잖아.
그 때 맛있는 삼겹살을 상치와 깻잎에 싸서 우리 가족들에게 까지 챙겨 주느라 고마웠어.
덕분에 우리 가족 점심은 멋진 외식이 되었었지. 그날 우리 식구 모두 포만감에 하루종일 게으른 행복을 만끽했어.
우리 집사람이 과일 디저트 준비해 온 거 첨에 많을 줄 알았는데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보고 대단한 녀석들이라는 것 다시한번 깨달았어.
아 그리고 다른 조는 삼겹살 서너 근 준비했는데 9근인가 준비해서 끝까지 해치웠던 그 공포의 조는 그 날 배탈 안났는지 걱정했었는데....
요즘처럼 시국이 하수상한 시절에 너희들은 시대의 아픔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 지 궁금하구나...
지난 번 ‘광우병 사태’에 대한 친구의 찬반 3분 발표를 듣고 나서, 촛불 집회 가 볼 의향이 있는 사람 손 들어 볼래 했을 때 의외로 많은 친구들이 손을 들었잖아. 너희들을 염려하는 어른들 중에서 집회에 나가는 것이 본의 아니게 정치적으로 이용 당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게시분도 있는데... 너희들은 주체적으로 성숙하게 잘 판단하리라 믿는다.
샘은 언젠가 샘들하고 우열반 편성 이야기 나누다가 우열반 편성은 정말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된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단다.
효율을 위해서 경쟁은 과연 필요악인지 진지하게 성찰해야 한다고 수업시간에 살짝(?) 이야기 한적도 있었지.
그래 난 우리 반 친구들이 이렇게 성적에 관계없이 어울려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는 세상도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뭉클하게 들곤 한단다.
키가 큰 송희랑 아담한 미선이 둘이 알콩 달콩 싸우면서 친하게 지내는 모습만 보아도 제각기 다른 모습들의 친구들이 자유롭게 조화롭게 어울려 지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 알 수 있단다.
아이 큐 평균과 모의고사 성적이 뒤에서 세는게 빨랐던 울반이 지난 번 중간고사에서 1등을 했던 것도 어쩌면 열림과 나눔의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았어....
학습부 친구들이 성의 껏 프린트를 만들어 왔고 서로 서로에게 묻고 가르쳐 주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단다.
조회시간에 샘이 들어가면 인사하느라 오히려 더 소란스러워지는 우리 반 친구들을 샘은 좀처럼 조용히 진압을 못하는데...
그래도 다들 알아서 열심히 공부 하리라 믿는다.
수련회 기간 동안, 합창 대회 준비하면서 으쌰 으쌰 한마음로 하나되는 예반 친구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어.
공부 열심히 하는 이유중에 함께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도 담긴다면 그렇다면 너희들은 무얼 하든지 간에 정말로 행복한 친구들이 되는 거라고....
그래서 우리 반 급훈이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잖아
오늘도 난 합창대회 연습 마치고 교무실로 와서 함박꽃처럼 웃음과 인사를 건네고 가는 기특한 녀석들 때문에 함부로 행복해 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