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6일), 일찍 귀가해서 독서를 하고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류작가 중에 '공지영' 을 무척 좋아한다. 그녀의 문체가 마음에 들고,
그녀의 글에는 휴머니즘이 촉촉히 녹아 있다. 그녀의 따근따끈한 신간
'별들의 들판'을 열심히 읽으며, 역시 그녀라는 생각 속에 독서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밤 10시가 지날 때 주동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주동이는 실제의
생활(?)과는 달리 내 마누라에게 아주 인기가 좋다. 지 마누라 자랑을
끔직이 하는데다가 결정적인 때에 적당히 귀가하는 모습을 내 마누라가
알게 했기 때문이다.
수철이, 규명이, 제환이랑 우리집 옆에 평촌 로데오 거리에 있으니 빨랑
나오란다. 이미 혀가 고스라져 있었다. 아마 어디선가 몇 차에 걸쳐
퍼마시고 어찌어찌해서 의기 투합해 평촌으로 온 모양이다. 난 마누라
눈치를 보며 처음에는 늦었으니, 오늘은 곤란하다고 했다.
주동 왈,
- 그래도 되는 거야, 그런거야?
완전히 협박이다.
- 아, 알았어 나갈께.
옷을 갈아입고 7분 거리인 그곳에 갔다. 모두들 꼭지가 돌아 있었다.
난, 맨정신이니 영 기분을 맞출 수가 없었다. 근처의 한 카페로 들어가서
간단히 한 잔들하고 헤어졌다. 워낙 많이들 취해 있었다. 마지막으로
제환이와 규명이를 보내고 나니, 술을 마신 것도 아니고 안 마신 것도
아니고 기분이 꿀꿀했다.
난, 기왕에 나왔으니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단골 칵테일 바로 옮겨졌다.
김유신의 말처럼... 벤자민 아가씨(바텐더)가 기다리는 곳으로... 결국
집에 새벽 두 시에 들어갔다.
* 덧붙임 : 주동아, 너는 어제 내 마누라한테 하한가 맞았다. 복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거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