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남대문시장에서 장사를 하셨는데 가게를 보는 것은 언제나 어머니 몫이었다.
국민학교 1학년 때 중구 오장동에 있는 중부시장 안의 옷 공장으로 이사했다. 식모는 고향에서 올라오신 외할머니였다. 공장 안에 베니어판을 엮어서 방을 만들어 살면서 시장 안에 있는 공동변소를 사용해야 했고 수도꼭지라고는 전체 시장에 딱 한 개가 있었다. 종업원 중 세 살 많은 이종 사촌 형이 물지게를 지고 3층까지 날랐다. 난 매일 아침 깨알 같은 실밥을 옷에 덕지덕지 붙이고 학교에 갔는데 무척 부끄러웠다. 또 섬유에서 나오는 먼지 때문에 코에는 늘 코딱지가 틀어박혀 있었다. 코딱지는 내 둘째 손가락 차지였다. 내 책상 밑은 언제나 코딱지 범벅이었다. 난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해가 질 때까지 축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