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미완성 종주 후기...(5) 세석에서 백무동 하산, 귀경
작성자 : 최승필
작성일 : 2001/07/30 13:47
산장에서 눈을 뜨니 아침 6시...
짙은 새벽안개속에서 아침을 먹고...편가르기(?)...
박인호, 신금석, 김영돈, 송준섭, 김원기, 박기주 부자는 천왕봉 공격조(?)...
나머지는 하산조...숫자가 더 많으니 이쪽을 주력이라 불려야 하는건지...^^
원기는 장터목산장에서 배낭지키는 임무(?)를 명받아 합류한 셈이고...
하산팀의 안동균은 베테랑으로서 하산팀의 리더격으로...
내 아들 두영이를 공격조에 포함시키라는 금석이와 인호의 권유가 있었으나...고민끝에 포기...
두영이는 못내 아쉬워했지만...다음 기회에 부자가 함께 천왕봉을 오르자는 다짐으로 달래고...
아침에 원기의 표현대로 "김대중선생그룹"의 힘겨운 하산길...
무릎을 절뚝대는 나, 성섭, 동익을 일컫는 얘기...
내가 가장 후미에서 버벅거리며 얼마를 갔을까...잠시 쉬고 있는데...
지팡이(?) 짚은 나홀로 등산객 한사람이 내려오더군...
무심결에 몰라보다가...다시 보니...김원기...도저히 못올라갈 것 같아서
과감히 포기하고 뒤늦게 하산팀에 합류했다고...현명한 결정이라고 다들 치하...^^
그렇게 김대중군단에 원기까지 합류하여 후미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2/3쯤 내려왔을까...처음으로 지리산 계곡을 여유롭게 느끼며 긴 시간의
점심식사와 휴식...산이란게 꼭 정상에 서야만 되는게 아니고...이런 맛이 있어야지...
어쩌구 하면서 자기합리화의 극치(?)를 맛보기도...
원래는 취사금지인데...일종의 추태를 보인 셈이기도 하지만...
벌금 50만원이던가...그걸 불사하고 밥을 먹이지 않을수 없었다는 규운이의
우정어린 판단이 옳았다고 할밖에...고마운 일...
걸리면 누가 벌금을 내느냐는 문제로 잠시 설왕설래...버너에 불붙인 사람이다...
아니다...그팀의 리더가 책임이다...그럼 누가 리더냐...등등...^^
드디어 백무동을 거의 빠져나와 처음 눈에 띈 가게 하나...두영이 왈...
음료수 먹고 싶다...나는 캔맥주가...무척이나 오랜 여정끝에 문명사회에
복귀한 느낌으로 목구멍을 넘기는 캔맥주 맛...감동적이더군...^^
생각보다 천왕봉팀도 일찍 합류하여 즐비한 계곡가의 식당중 한곳에 좌정...
의외로 맛없는 막걸리로 한순배후 송어회, 백숙, 도토리묵으로 이어지는 안주에
제법 많은 쐬주가 처리되더군...주로 동균이 후배들과 내가 먹어댄거지만...^^
인호의 대금가락이 계곡을 파고들며...지나가던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고...
아쉬움을 남긴채...예약된 고속버스에 탑승...원기와 규운이 번갈아 승객들과
기사분께 설득(?)해서 잠시의 관광버스 유흥(?)을 즐기기로...
감식초에 쏘주 칵테일이 자리를 돌며 뒷풀이...그러나...첫번째 정류장에서
감당키 어려운 숫자(?)의 승객들이 올라타는 바람에...유흥은 포기...
이후 규운이와 준섭의 오래도록 도란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잤다깼다하는 사이...
서울이 가까와오면서 드디어 비를 만나고...아...저 비가 우리를 피해주듯
도와주었음에...다시 감사하는 마음...
11시도 넘어 도착한 빗속의 동서울 터미날에서 다들 나름대로의 감회를 지닌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각자의 집으로...아들을 지리산으로 보내고 걱정하던 마눌님이
차를 갖고 나와주어서...우리는 기주네랑 함께 사당을 거쳐 긴 여정(?)의 마감...
휴우...잠시 "지리산"으로 게시판을 도배한 셈이라 다소 송구한 마음도 있으나...
추후 시간이 나면...에필로그와 몇일전의 수방사에서의 뒷풀이까지...
마저 마무리하겠음...^^...내일부터 내가 완도로 휴가를 떠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