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정확히는 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산 좋고 물 좋은
내 고향 강원도 洪川에 다녀 왔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보니
지난 2월 어느날인가 미아리 돈텔마마에 다녀와서
돈화문연가라는 제목으로 심파조의 감상문을 올린 적이 있는데
그때의 미아리 멤버 그대로구나.
이 자리에서 돈화문연가를 굳이 언급함은
조회수 운운하는 최근 게시판의 시류에 한 자리 끼고 싶은 치기 때문이리라.
그 글도 조회수는 대단했었는데...
(물론, 글 때문이 아니라 이문세의 광화문연가 때문이겠지만)
직장이 있는 천호동에서 한 시간 남짓 달리니
양평 지나 벌써 홍천이다.
홍천읍 지나 설악산 방향으로 20분쯤 올라 가면
군대생활을 동부전선에서 한 친구들에게는 익숙한 이름인 철정검문소가 나오는데
거기서 우회전하면 고개 하나 너머에
내촌이라는 곳이 있다.
거길 갔었지.
인터넷으로 물색한 민박집에 도착하여 대충 짐 정리하고는
낚시도구와 주전부리할 것을 사러
면 소재지에 갔다.
말이 면 소재지지, 아주 왜소한 시골마을이었다.
근데...
마을에 들어 서니
다방, 단란주점 등 갖출 것은 다 갖춘 것 같다.
말로만 듣던 티켓다방에 대한 호기심인지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친구들의 외침에 캔 커피를 봉투에 쑤셔 넣고는
부랴부랴 민박집에 돌아오긴 했는데…
별이 쏟아지는 그 아래서
닭도리탕 안주로 소주 한잔 들어 가니
아까는 내가 너무 매몰찼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내 고향에 놀러 온 친구들인데...
그래서 음주운전 감수하며 찾아 간 곳은
다 쓰러져 가는 시골집에, 간판만 단란주점인 그런 데였다.
빨간 전구 빛도 촌스런 분위기에
맥주살인지 체중이 80Kg는 될 것 같은
그렇지만 아직 시골의 수줍음은 그대로 간직한 것 같은
그런 아가씨도 한 명 있었지.
작년 수해로 인한 복구공사판의 노가다들
겨울에는 사냥꾼들...
그런 뜨내기 손님들이 다란다.
주인 아줌마도 부르고, 다같이 맥주 한잔씩 돌려 가며
이 얘기 저 얘기 나눠보니
아둥바둥하며 살기는
그들 인생이나, 내 인생이나 다 그게 그건 거 같았다.
또 한가지
얼큰해져 노래 한 곡조씩 하는데
소양강처녀를 부르니
아줌마나 아가씨나 장단을 맞추며 모두들 너무 좋아 하더라.
목포의 눈물, 부산갈매기
노래 한 곡만으로도 가능한 본능적인 집단화…
강원도도 흉내는 내는 것 같다.
강원도의 힘?
술자리 파하고 계산할 때
주인 아줌마가 달라는 대로 주었더니
몸 둘 바를 몰라 하더라.
그래도 굉장히 싼 거 같은데...
다음날 오전 내내
물 반 고기 반인 민박집 앞 개울에서
견지낚시를 했다.
피라미, 꺽지 몇 마리뿐인 조과로
점심메뉴는 매운탕이 아닌 막국수였지만...
짧지만, 깊은 시간의 묶음이었다.
川獵 가고 싶은 친구들은
연락해라.
또 이번 여름휴가를
한적한 강원도 마을에서 지내길 원하는 사람도
문의 바란다.
솔직히 말해
홍천이 어중이 떠중이 다 모여드는 유원지로 되는 것보다
나만을 위한 비밀스런 고향으로 영원히 남아 있길 원하는 마음이나
친구들에게는 기꺼이 개방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