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밴쿠버에 가을과 겨울의 경계가 있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굳이 경계를 가른다면 아마도 낙엽이 떨어지나 아니면 더 이상 떨어질 잎사귀나 없나 로 나눌 수
있을 듯하다.
그렇다면 이제 밴쿠버의 가을은 거의 끝났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앞 마당을 그리도 뒤덥던 상수리 나무의 잎사귀는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뒷마당의 덩쿨이나 또 이름 모를 나무에도 이제 잎이 거의 없다.
아직도 다알리아 꽃이 남아있고 수국의 꽃봉오리도 아직 재색깔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래도 계절은 이제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듯하다.
일주일 중 2~3일은 비가 온다.
요즘은 기온도 그리 낮지 않아서 춥지는 않다.
낮 기온이 10도를 넘으면 잠바가 조금은 거추장 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날씨 속에서도 아이들은 건강하다.
오늘 밤에도 아들 놈은 축구 연습하러 나간다.
낮에는 10도가 넘는 날씨지만 밤에는 상당히 차갑다.
그래도 그들은 짧은 축구 숏팬츠만 입고 뛴다.
뛰고나면 입에서는 하얀 김이 마구마구 나오지만 얼굴에는 땀이 흘러 내린다.
시합이 있는 토요일에는 약간의 비가 온단다.
그래도 이들은 시합을 할 것이다.
비가 오건, 눈이 오건.
항상 이들의 스케쥴을 보면 rain or shine 이란 말이 꼭 있다.
비가 오건 해가 나건.
이젠 창문에, 바깥 창틀에, 나무에
라이트를 매달아야 겠다.
추운 겨울을 조금이나마 밝혀 줄 근사한 꼬마 전구들로 말이다.
다가 올 겨울이 춥기도 하고
밤은 길고, 비 때문에 스산하기까지 하여 싫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집마다 거리마다 켜 질 꼬마 전구, 크리스마스 장식에 대한 기대 때문에 그리 싫지만은 않다.
이래서 하루하루 살아가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