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정말 너무 힘들었다. 그 전 주 금요일(5월 14 일) 모교 30 주년 음악회에 갔다가
참여한 뒷풀이가 문제인 것 같다. 후회한다는 뜻은 아니다. 원인만 이야기하자는 거다. 음악
회에 참석한 다음 동창들과 여의도에서 저녁을 먹었다. 그런데, 엮이다 보니, 마지막까지
남은 게 ‘최규운’ 과 ‘장승욱’ 이었다. 두 사람이 누구인가? 내로라하는 주당이 아닌가? 최규운
에게도, 언젠가 상가(喪家)에서 만난 승욱이에게도 호기 있게 한번쯤 밤새도록 술마셔
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었다. ‘남아일언 중천금’이라는데, 술김에 호기 있게 한 말을 술김에
실천에 옮긴 거였다. 우리 셋은 진짜 밤새도록 마시고 평촌 신도시 로데오 거리에서 해장으로
편의점에서 컵라면을 먹고 아침 7 시쯤 헤어졌다. 다행히 그 날은 스승의 날이라 출근을 하지
않기에 결근은 아니었다. 어쩌면, 잠재의식에 모처럼 토요일에 출근하지 않아서 그런 호기를
부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일요일은 예정대로 은사님과의 등산에 참여했었다.
월요일, 오후부터 목이 아프고 으슬으슬 춥기 시작했다. 막내아들이 약, 열흘 전에 목이 붓
고 고열로 병원에 일주일 입원했었고, 간병했던 집사람도 감기몸살로 인한 목통증과 고열로
고생했었기 때문에 두 사람으로터 내가 옮았음이 거의 확실하다. 결론은 과음으로 저항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병에 걸린 것이다. 난, 병원 가는 걸 다른 사람들보다도 특히 싫어한다. 겨
울 파카를 입고 다니며, ‘화이투벤’ 과 ‘쌍화탕’ 을 복용하면서 버텼다. 약기운이 있을 땐 그
런대로 견딜만했으나, 그 효과가 떨어질 즈음에 너무도 고통스러워 결근, 또는 조퇴하고 싶
었지만, 등산할 때의 인내력으로 결국 버텼다. 지금도 열은 사라졌지만, 목의 통증은 아직도
상당부분 남았다. 구태의연한 말이지만, 건강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은 한 주였다. 오늘(5월
21일)은 금요일, 다행히 개교기념식만하고 내일은 하루 쉰다. 모교와 내가 근무하는 학교의
개교 기념일이 비슷한 것도 인연이다. 내일은 모교에 가서 바비큐 파티 등 졸업생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에 참여해 볼 참이다. (2004.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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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참, 한심하다. 언제부터인가 문명의 이기 활용에 뒤처지기 시작했다. 정년퇴직할 때까지
시험 문제 출제를 자필로 버티겠다고 맹세한 때도 있었다. 지금 돌이켜 보면, 참 어리석은 생
각이다. 우리 학교 51 명의 교사 중 거의 끝까지 견디다가 할 수 없이 뒤늦게 자판을 두드
리는 각고의 노력 끝에 처음으로 내가 찍어서 프린트 된 따뜻한 시험지를 펼칠 때의 기쁨을
잊을 수 없다.
지금부터 문명의 이기인 '휴대 전화' 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한다.
난, 직업상의 업무 때문에는 휴대 전화가 거의 필요 없다. 그만큼 정해진 시간표대로 움직
인다는 얘기다. 나머지야 사생활인데, 가뜩이나 술 약속이 많은 내가 그 게 있으면 내 생활
은 술로 인해 더 망가질 건 뻔하다. 가뜩이나 술을 줄여야 한다는 건 이성이고, 내 몸은 항
상 술을 원한다고 보면 틀림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 마실 기회를 조금이라도 줄이자는 의
도로 ‘손전화’ 를 장만하지 않고 버텼었다. 아마 우리 학교 교사 중에 가장 마지막으로 장만
한 경우일 거다. 약, 일 년 반쯤 전에 역시 술을 좋아하는 선배 교사가
- 정선생, 손전화 하나 장만해! 내가 얼마나 불편한 지 알아? 잔말 말고 나 따라와!
함께 1 차를 마시고, 근처의 손전화 가맹점에 가서 나보고 단말기 값은 자기가 낼 테니, 가
입비만 내라는 거였다. 내가 손전화를 갖지 않는 이유를 평소에 누누이 말했건만 더 이상
자기가 불편하니 장만해 주는 거였다. 울며겨자먹기식이었지만,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 손전화가 지난 겨울의 설악산 등반 때 비를 맞아 전화를 끊어도(폴더를 닫아도) 모니터
와 자판의 불빛이 안 꺼졌다. 따라서 건전지 수명이 채 두 시간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필
요할 때만 쓰고 전원을 꺼야만 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인터넷도 안 되는 단말기를 사
용하는 데도 한 달 통화료가 7만 - 8만원 이나 나올 만큼 나는 손전화 사용이 습관화된 것
이다. 술 마시다가 문득 친구 생각이 나면, 전화 거는 증세가 점점 심각해진 것이다. 일부러
고치지 않는 것으로 손전화 사용료도 줄이고 술 약속도 줄이자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한 달
을 그렇게 해 봤으나 꼭 필요한 전화를 받지 못하는 불편함이 꽤 컸다. 이기적인 생각인지
는 몰라도 ‘차라리 받는 전화는 마음대로 받고 함부로 걸지는 못 하게 고장났으면 더 좋을
걸’ 하는 바램이 생겼다.
너무 불편해서 할 수 없이 학교 근처의 처음 가입한 대리점으로 갔다. 고장 내용을 말하니
까 물이 들어가서 그러니 고치는 것보다 차라리 단말기를 새 것으로 교체할 것을 권유하는
거였다. 제일 싼 게 25 만원이었다. 단말기를 공짜로 갖고서야 가입했던 나인데, 생돈 25
만원을 쓸 생각을 하니 배가 아파 도저히 새 단말기 장만에 선뜻 지갑이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불편하게 두 달을 살았다. 토요일(22일)이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금요일은 개교 기념
식과 점심 회식만 있기에 시간 여유가 생겼다. 혹시나 해서 단말기 서비스 회사에 전화를
거니, 위치가 바로 우리집에서 10 분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혹시 저렴하게 고칠까 싶
어 가보았다. 수리를 하기 위해 단말기를 내밀자 접수하는 아가씨가 내 얼굴을 한 번 더 보
았다. ‘ 모니터는 흑백에 단음 벨소리, 아직도 이런 손전화 쓰는 사람이 있나? ’ 하는 표정
이었다. 하긴 내 제자들도 거의 휴대 전화를 갖고 있고 그들 중 절반 이상이 값비싼 ‘카메
라 폰’이다.
어쨌든 다행인 것은 오늘 수리가 가능하고 약 20 분만 기다리라는 거였다. 벽에 붙은 단말기
광고지를 보니 요란했다. 한 편으로 이 기회에 최신식으로 바꾸고 싶은 마음도 있었긴 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지는 않았으므로 참았다. 잠시 후 내 이름을 부르기에 접수
받은 아가씨에게로 갔다.
- 두 군데 납땜 했고요. 다 고쳤습니다.
- 수리비가 얼마죠?
- 무료입니다.
- 고맙습니다. 수고하세요.
난 기분이 묘했다. 뭘 모르면서 아주 잘 아는 척하며, 새로운 단말기 구입을 권유하던 대리
점 아저씨가 생각났고, 그 말을 그대로 믿고 지난 한 계절이 지나도록 나도 불편하고 친구
들을 불편하게 한 나도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했다. 어쨌든 결과가 좋아서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난 구식이 된 단말기를 더 이상 고칠 수 없을 때까지 오래오래 쓸 것이다.
(2004. 5. 25)
* 덧붙임.
< 尋 人 >
1. 우신 4 회의 전임 회장이자, 이 홈피 관리의 ‘시다’ 임.
2. 무소식이 희소식인 것을 확신하나, 잠수가 너무 길어지고 있음.
3. 선배 한 분, 본인과 이렇게 셋이서 새벽 두 시까지 음주 후,
다음 날 아침에 홈피에 격한 감정의 詩를 남기고 그의 주 무대인 이
홈피에서 갑자기 사라졌음. 그의 최근 행적을 아는 동문은 이 밑에
댓글을 달아주면, 厚謝하겠음. 본인의 댓글도 歡迎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