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자유주의 경제 정책의 기조 아래 교직 사회에도 교원들의 능력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하고 있다. 물론 교사의 능력이라는 게 자로 잴수도 없는 것 이어서 현장 교사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교사의 능력을 성적순으로 할 수 없는 것이고 등록금 많이 낸 학급 담임우선으로 할 수도 없고...학생들 인격 배양을 무엇으로 계량화 할 수 있단 말인가...결국은 대다수 학교당국은 형식적으로는 경력순으로 성과급의 급을 정하고 실질적으로는 균등분배를 하고 있다.
그 성과급이 5월 마지막 날에 나왔다.
난 이 기쁜 소식을 넉넉치 못한 월급으로 늘 빠듯하게 살아가는 아내에게 전화를 통해 알렸다.
모두 다 받는 성과급을 나만 받는 것처럼 떠벌였다.
" 여보, 너무 놀라지 말어. 내가 우리 학교에서 모범교사로 뽑혀 상금 85만원까지 받게 되었어"
아내는 교장에게 밉보이고 있는 내가 어떻게 모범 교사로 뽑힐 수 있냐고 반문했지만 목소리는 흥분해 있는 것이 바로 곁에 있는 것 처럼 느껴졌다.
난 이번 추천은 동료 교사들이 힘써준 것이고 아마 평소에 술 값을 잘 내서 그런 것 같다고 부연 설명까지 해 주었다.
" 집에 오늘 일찍 들어와요."
평소에 거의 쓰지 않는 대사를 남사스럽게 날린다.
그 쯤해서 진실을 말하고 싶었으나 아내가 너무 좋아해서 난 아내에게 잠시의 황홀한 착각을 허용해 주었다.
예상한대로 저녁식사가 달랐다.
내가 좋아하는 오이 냉채에다 오징어 요리, 바베큐 소시지등이 기품있게 올려져 있었다.
오십세주에 술을 마시는 동안 아내는 아내 답지 않게 떠벌이기 시작했다.
아내는 너무 기분이 좋아 동네 아주머니들에게 다 자랑을 했다고 한다.
지난 번에 엠비시 라디오 '웃음이 피어나는 편지'에 보낸 '만우절날 당한 에피소드'가 방송되어 문화 상품권도 받고 다시 우수작으로 또 뽑혀 쌀도 20kg 2포대나 받았다는 이야기 까지 덧 붙여 자랑했다고 오십세주도 마시지 않은 채 발그레 해진 두뺨으로 아직 껏 흥분하고 있다.
남편 잘 둔덕에 동네 아주머니들 한테 부러움 받아서 자기가 한번 쏘기로 약조까지 했단다.
그것도 모자라 중학교 다니는 딸 해랑이에게 까지 연락해서 담임 선생님에게 얼른 자랑하라고 했단다.
앗, 담임에게 자랑하라고 했다고....
그러고 보니 해랑이에게 축하 메세지가 핸드폰에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 아빠... 모범 교사로 뽑힌 거 축하해. 나도 아빠처럼 선생님하고 싶어졌어.>
나는 해랑이에게 담임에게 정말 자랑했냐고 넌지시-그러나, 초조하게-묻는다.
그랬단다.
아, 이런....
누구나 다 받는 성과급을 우리 아빠만 모범 교사로 뽑혀 받은 양 딸아이가 담임에게 자랑했으니...
담임은 해랑이 보내고 나서 혼자 얼마나 웃었을까...
혹시 호곡 중학교 전체에 소문이나 난 건 아닐까...
생각해 보니, 아내가 동네에서 친하게 지내는 아주머니 중에 남편이 중학교 교사로 재직중인 분도 있었다.
난 아내에게 묻는다.
"여보, 그럼 동혁이 엄마에게도 자랑했겠네."
"그럼, 말이라고 해. 제일 먼저 알렸지. 동혁이 아빠도 교직에 있으니까 동혁이 엄마가 무진장 부러워 하면서 오늘 저녁 당장 남편에게 당신은 모범 교사로 뽑혀 상금 85만원 타 올 수 없냐고 따질 거라고 그러던데..."
악, 나는 더 이상 감출 수 가 없었다.
이실직고 했다.
순간 아내의 외침이 들려온다.
" 아, 쪽팔려! 아, 쪽팔려!! 아아, 쪽 팔려!!!
여봇! 술잔 놓으세욧!!!! "
아내는 머리카락을 부여 잡고 콧김을 벌렁거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