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의 술 약속이 잡힐짝시면
이를 사전공지하지 않고는 못배긴다는 승필이와는 달리
나는 누군가와 술 한잔했다면
이를 사후적으로 반드시 밝히는 성격이다.
지난번 왕십리회동에 승필이가 심하게 삐진 것 처럼
부작용도 있지만 말이다.
어제는 모처럼 서울에 올라갔다.
볼 일 보고, 장 끝날 무렵 원기 사무실에 들렸더니
마침 결혼15주년 되는 날이란다.
친구가 결혼기념일을 맞았는데 어찌 축하주 한잔이 빠질 수 있으랴...
너무도 순순히 끌려 오는 원기를 데리고
2반이 반창회 장소로 잡았다는 삼학도에 갔다.
(회준아...예약컨펌했다)
지린내 나는 홍어찜 앞에 두고 쏘주 한잔 하는데
여기저기 전화다.
와이프 핸드폰으로 친구들이 축하메시지 좀 넣어달라고...
창의력은 부족하나 그 노력만큼은 가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원조격인 승필이가 보고 싶어 불렀다.
이후는 기억이 아물거리는데...
하여간 끝내는 원기집까지 쳐들어간 것 같다.
옆집 아저씨 래순이도 오고...
과음으로 축하객들이 피곤하긴 했어도
원기부부에 있어서는 뜻깊은 결혼 15주년 기념일이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