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마흔 다섯입니다...
그러니까...제 친구들도 주로 마흔다섯이지요...^^*
TV나 신문 속에만 불황이 있는건 아니어서...
이 나이에 그러면 안될 것 같은데...
생각보다...어렵게 된 친구들이 적지않습니다...
물론...나를 포함해서...^^*
머...우리 세대야...하도 별일들을 많이 겪은 세대인지라...
굳이 세상을 탓하지도 않습니다...
요즘...기운을 차리려고 하면서도...
가끔은...답답하고 그렇습니다...
그래서인지...
그 눈치를 어떻게 챘는지...
초등학교 친구가 나를 위로해주겠다며...불러냈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이 나이에...
가진 것 없이 외로울 뻔한 처지에...
그래도 마음조각 하나라도 챙겨주고 나누어줄 친구가 있다는 건...
근데...그 친구도...제 코가 석자인 처지이니...
기실 현실적으론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할지 서로 헷갈립니다...^^*
사당역...
우신 10회 후배넘이 쥔장인 퓨전주점 "와라와라"라는 곳에서 쏘주 한잔 했지요...
이런저런 얘기끝에...
통상...대화의 소재로 꺼내지 말아야 한다는...종교, 정치, 지역감정...
그중 하나가 꺼내지고 말았습니다...
그 친구는...모태신앙이면서...교회도 안다니고...세례도 받은적이 없다면서...
교회는 싫어하면서...하나님은 무쟈게 좋아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어쩌다보니...
술잔 앞에두고...찐하게(?) 하나님 얘길 하게된 셈입니다...
얘기의 골자는 간단했습니다...
"하나님...그 양반...참 괜찮은 분이다...졸라 고맙다..."
마흔 다섯 먹은 두 녀석이 술집 한구석에 앉아서...
피차 무쟈게 살기 버거운 여건이면서...
한녀석이 하나님한테 고맙다고하고...
마주앉은 녀석은 연신 그렇다고 끄덕이는 꼴이라니...^^*
게다가...
하나님얘기하던 그 친구 눈동자가 어둑한 실내조명아래에서 반짝거립니다...
그날...새삼 알게된 게 하나 있습니다...
중년 아저씨의 촉촉히 젖은 눈동자가...
같은 중년의 친구에게 얼마나 아름답고 멋져보일 수 있는건지...^^*
참 매력적이고 감동적이다 생각하면서...
나도 얼핏 전염되려하는걸...
얼른 바람에 물기를 날려버리느라 잠깐 당혹스러웠습니다...
아무리 우리끼리 아름다운 장면이라도...
옆에서 보면...정말 이상해보였을테니까 말입니다...^^*
어쨌거나 한참뒤에 감동적인 둘만의 술자리 여운을 끌고 술집 카운터에 섰습니다...
만원짜리가 없던 그 친구의 지갑이 열렸습니다...굳이 보태겠다고...^^*
그 친구는 분명 제 지갑을 염려했을 터입니다...
그래서...옛날...이십대 초반의 학교앞 단골을 기억하며...
종업원에게..."얘야...이거 니네 사장님 앞으로 달아두거라..."했습니다...^^*
나를 염려해주는 친구에게...난 그넘의 작은 염려를 덜어주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그집 쥔장인 후배넘과 메일이 오고갔습니다...^^*
"여차저차했는데...고마웠고...추후 정산하마..."
"기쁜 마음으로 조치했습니다...제가 원할때...형님 저한테 술 한잔 안사주실겁니까?"
참...사람이란건 희한한 구석이 많은 존재들입니다...
그 희한한 존재들의 행복이란 것 역시...간단히 설명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암튼...
이글을 읽게 되는 여러분들...모쪼록...이렇게 저렇게...두루두루...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 많아지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