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산악인 모임 한남정맥은
한여름 혹서에 따른 제법 긴 휴지기를 마치고
어제 관악산 산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 가지...
'전문'이라는 용어에 대한 일부의 노골적인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에 있어
내 자신 또한 터럭만큼도 타협할 의사가 없음을 천명하는 바이다.
어제는 산행의 구성멤버부터
심상치 않았다.
붙박이 멤버인 정회원 이제환, 본인에다
평생준회원이 아닌, 김성우 부부가 특별게스트로 초대되었으니
가히 환상적인 편성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한남정맥 결성 이후 이번이 3번째의 관악산 등정이었지만
전에 없던 각별함은
바로 우신여고 희진씨 때문이리라.
관악산은 알다시피 악산이고
청계산의 후덕함과는 여러모로 정말 대비가 된다.
과천을 사이에 둔 지척의 두산이
이리도 다를 수 있는지...
개성의 송악산, 파주 감악간, 가평 화악산,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 오악으로 불리워졌다고 하니
일찍부터 그 악스러움에는 정평이 났었나 보다.
그리고 보니
경기 오악을 간접적이나마 대충 다 느껴본 듯하다.
송악산은 감악산에서 조망할 수 있었고
화악산은 명지산 정상에서 빤히 바라다 보았었다.
아침 9시반 사당역에 집결해 보니, 성우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전날 부부가 함께 전어회 안주로 쎄게 한잔 했다는데
희진씨는 쌩쌩하다. 역시....
남현동-국기봉-연주대-팔봉-서울대 입구로 코스를 정한 뒤
'톡' 건드리면 '왝'하고 토할 것만 같은 성우를 끌고
능선길에 올라 붙었다.
국기봉 바로 밑 나무그늘에서 쉬는데
희진씨가 식기 전에 들자며 맥주 3캔을 꺼냈다.
성우는 바라만 보고...
모처럼 맞은 청명한 가을날이라서 그런지
연주대 가는 길은 인파로 체증이 제법 심했다.
서울 인구가 많기는 많나 보다.
그럭저럭 연주대에 올라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 자리를 잡으니 드디어 점심식사 시간이다.
점심메뉴는 지난번 유명산에서와 같이
희진씨가 준비한 김치찌개였다.
환상적이었지.
정신없이 먹다보니 일어설 때 휘청거린다.
포만감을 넘어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었던 것이지.
연주대에서 팔봉까지, 또 팔봉길은 비교적 한적했고
오르락 내리락 암릉을 걷는 재미 또한 쏠쏠했다.
팔봉 내려와 계곡에서 시원하게 탁족(濯足)까지 즐긴 것은 좋았으나
그 후 무너미고개-서울대 입구의 구간에서
북적대는 인파에 시달려야 했고
감촉 안좋은 아스팔트길을 너무 지루하게 걸어야 했다는 것이
한 가지 아쉬운 점이었다.
어찌 되었건
산행후의 뒤풀이는 흥겨운 일이리라.
그 지역에 정통한 제환이의 안내로
신림 4거리의 제법 유서깊은 고깃집(술 때문인지 이름이 기억 안남)에서
돼지갈비 안주로 엄청 먹어댔다.
그리고, 인호가 맛있다는 돼지 껍데기도 Try해 보았는데
구황식품 정도로는 쓸만 하다는 느낌이다.
종일토록 숙취에 시달렸을 성우도 해장술 한잔에 몸이 풀렸는지
세상이 아름답다나 뭐라나...
2차로는 대놓고 맥주파는
노래방을 갔다.
매번 그렇지만...
무도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연마해야 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탱고가 잘 안된다.
ps
성우야!
어제 수고 많았고,
제수씨께 점심 고마왔고, 정말 즐거운 하루였다고 전해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