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색시와 함께
찔레꽃 보러
5월도 다 간 뒷산에 올라갔다.
이름 아는 봄 꽃들은 하마 다 졌다.
저 조그맣고 하얀 꽃은 뭐야?
개망초
온 산 찔레꽃은 눈처럼 하얀데
바위 위 아슬아슬한 연분홍 찔레꽃
납작한 판자 집 가마솥에
머위며 시래기가 끓고
텃밭 호박 콩 쑥갓에는 꽃
아욱 상추 파는 푸른 이파리
고추에는 아기 고추가 달랑
흰 감자 꽃
한 달만 있으면 햇감자라네.
양은 솥에 쪄내면 파글파글 빛나는 것이
맛도 파글파글
골짜기를 따라 졸졸졸 개골개골
뻐꾹--- 뻐꾹---
장끼는 꿔어엉?
발자국 소리에 놀란
털복숭이 새끼 오리들
산그늘에 숨고
비탈에서 풀썩, 어미가 깃으로 가린다.
재미있다고 안 가니
어미가 샐쭉
뒤뚱뒤뚱 따라 나서는 새끼 여섯 마리
달짝지근한 뽕나무 까만 오디에
붉어진 입술.
색시가 모른 척
대숲 죽순 한 개 쑥 뽑아 연한 껍질 벗기니
눈부시게 하얀 줄기
색시 속살이네.
총각도 모른 척 한 입 베어 문다.
토끼풀 돼지풀
개울에는 한가로운 송사리 떼.
나팔꽃은 혼자서 무진 애를 쓴다.
밭둑 내려오는 길에 컹컹 개 짖는 소리
놀란 총각더러 색시 하는 말
된장 바르지 뭐.
아쉬워 찔레꽃에 코를 묻으니
이건 세상의 향기가 아니다.
겁에 질린 국화가 쑥인 듯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