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들도 들어간 폭설의 밤
도시는 흰 눈에 덮여 고요한데
잠들지 못해 집 나온 망석중
차가운 눈에 이마를 식히다가
도린결 찾아 산에 오른다.
흰 눈으로 열린 산
헐벗은 나무들이 바람을 맞는다.
서산 초승달이 산등성을 깊숙이 베면
길 떠난 철새는 뜬눈으로 밤을 새고
나무들은 떨면서 잠들 것이다.
산 아래 도시는 포근히 눈 세례를 받아
죄를 잊은 新婦처럼 즐겁다.
죄를 껴안은 흰 눈이지만
허겁증 난 어리석은 도시는
눈을 퍼먹고 두드러기가 날 것이다.
눈길을 따라 복잡한 생각들도 사라지고
산짐승이 있을 리 없지만
어둠 속 허깨비
처녀 눈 밟는 쾌감보다
눈에 새겨진 발자국이 반갑다.
누군가 앞서 갔다는 믿음으로
산허리를 밟고 걸음을 뗀다.
구름 사이로 별들이 뜨고
발자국이 사라진 갈래 길에서
마지막 달이 에움길을 비춘다.
나무 위에서 졸던 새가 날갯죽지를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