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운이 좋았다. 승필이의 기도 때문에 절망의 구렁텅이를 모면했지 싶다.'
2주 전 일요일이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났다. 한 6시쯤? 딱히 약속도 없고....
아들넘 자전거를 빌려타고 동네 한 바퀴 -나는 지금 신도시 평촌에 산다. 처음엔 가볍게 산보를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밖에 나왔다가 예상보다 날이 서늘해 긴팔 옷을 두 벌 덧입었다.
어찌 하다 보니 안양천 자전거 도로까지 갔다. 전혀 나도 예상하지 않게 자전거 전용도로를 따라 여의도까지 가게 되었다. 난 여의도에서 3년 동안 살았었다. 내가 살던 아파트-공작 아파트 D동 602호 쪽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저 아파트를 팔지 않았으면, 난 지금 10억이 넘는 자산가였을텐데...-를 바라보며 상념에 잠긴 뒤, 혼자 아파트 상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엉덩이가 무척 아프고 집에 돌아갈 생각을 하니, 상당히 걱정이 되었다.- 엉덩이 통증 때문에-.
집으로 가기위해 페달을 밟았다. 그런데 조금 후에 “회준이 형”하고 누군가 부르는 게 아닌가. 목동에 살고 있는 사촌 동생-작고하신 큰아버지의 막내아들- 이었다. 토끼띠 63년생.
여의도 공원, 편의점 비치파라솔에서 둘이 막걸리 여섯 통을 마셨다.
차는 가만히 있으면 서 있기나 하지. 자전거를 타니 중심잡기가 만만치 않았다. 한 30분 동안 여의도 주변을 맴돌다가 중심이 좀 잡히기에 오전에 달려온 자전거 전용도로를 주행했다.
엉덩이의 통증을 심하게 느끼며, 열심히 달려 광명시까지 왔을 때, 기어 변속을 하느라 전방 주시를 잠깐 못 했었다.
앞을 보니 아버지와 딸이 나란히 달리고 있었다. 그 때 내 시속은 25 킬로 정도? 두 사람은 시속 약 10킬로 정도였다. 순간 아차 !!! 그냥 달리면 브레이크를 밟아도 추돌이었다. 찰나에 중앙선을 넘어 피할 곳을 찾았으나, 나보다 덩치가 큰 사람이 MTB - 나는 경주용 자전거였다. - 를 타고 달려오는 게 아닌가? 나는 자전거에서 뛰어내려 풀밭으로 고꾸라졌다. 그게 최선이었다고 판단했던 거다. 긴팔 옷을 겹쳐입은 게 다행이었지만 왼쪽 팔꿈치에서 피가 쏟아졌다. 팔을 까보니 뼈가 드러날 정도로 심한 부상이었다.
약간 망가진 자전거를 타고 피를 흘리며 1시간 반을 달려 동네, 평촌 한림대 부속 병원 응급실로 갔다.
“아니, 119를 부르지 그랬어요, 출혈이 심한데...”
의사가 내 상처를 보고 좀 심각하게 말했다. 난, 뼈에 이상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기고 달려온 것이다. 결국, 파상풍 주사를 맞고, 14 바늘을 꿰매는, 크다면 큰 치료를 받았다. 귀가해서 시간을 보니 다음날인 월요일이었다.
나중에 알았는데, 자동차 면허증이 자전거 사고와 연계가 된다는 거였다. 내 경우 만약 자전거에서 뛰어 내리지 않고 앞에 달리던 자전거와 사고를 냈을 경우, 완전히 음주 사고가 되는 셈이었다.
정말 천운이 도왔다는 생각이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 가장 쉽게 망가지는 게 음주운전이다. 난, 나도 모르게 만취상태에서 차를 운전한 꼴이다.
친구 여러분 !
절대로 술마시고 자전거 타지 마세요. 사고 시 운전면허 취소에 벌금은 물론, 음주량과 피해자의 의견에 따라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까지 생길 수 있습니다.
지금은 실밥을 빼고 절반쯤 치료가 되었는데, 한 6개월 동안 상처를 보호해 줘야 한다네요.
*덧붙임 : 누구는 봄날의 아카시아향이 물씬 나는 좋은 글을 올리는데, 명색이 국어 교사라는 사람이 반성문을 올리는 게 무척 부끄럽네요. ㅠ ㅠ
2012. 5. 17. 수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