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기록하는 혹은 투시하는 여자랑 사랑을 해 본 적이 있나요?
아님 그런 사랑을 꿈꾸어 본 적은 있나요?
영화 ‘사랑과 영혼’을 떠오르시는 군요.
유령이 된 영혼과 애절한 사랑을 하는 환타지를 말하려는 것은 아니구요,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과
사랑을 하는 이현의 이야기 ‘이현의 연애’라는 심윤경 작가의 소설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먼저 심윤경
은 배화여고 졸업생으로서 이미 ‘나의 아름다운 정원’인가 하는 작품으로 한겨례 문학상을 수상한 잘 알려
져 있지는 않지만 문단에서 주목받는 작가입니다.
작품의 주인공 이현은 어린 시절 부친 친구의 결혼식장에서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을 보고 그 신부의 살구
즙 향기에 치명적인 유혹(?)을 받게 됩니다. 그것은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42살 현재의 삶속에서 신부를
그대로 닮은 신부의 딸 이진을 사랑하게 되죠.
이진은 어린 시절부터 영혼을 - 그러나 사령(死靈)이 아니라 생령(生靈)이죠 -만나 그들의 아프고 고통스
러운 이야기를 듣고 기록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지만 현실적 능력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 숙녀랍니다. 젊
고 아름다운 22살의 이진과 3년간의 계약 결혼을 하는 이현은 집안도 빵빵하고 능력있는 재경부 소속 공
무원이었는데, 예술가, 배우등과 3번의 이혼 경력이 있어 세간에 잘 알려진 정치적으로 야망이 있는 인물
이랍니다.
둘의 계약 결혼은 말 그대로 처음에는 계약적이었으나 이현의 순수하고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정말 사랑
을 하게 되지요.
그러다 재경부 장관의 눈에 들은 이현은 정치적 출세를 위해 아내와의 안정적인 결혼 생활을 위해 계약
결혼을 연장하고자 하고, 훗날 사생활에 대한 소문을 미리 끊어 내기 위해 아내의 영혼의 기록을 알고자
합니다. 하지만 이건 계약 결혼 당시 영혼의 기록 공책은 보지 않기로 했던 금기의 영역이지요. 이현이
이진의 영혼의 기록을 보게 되던 중 자신의 사랑을 엿 보던 재경부 장관의 영혼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데....
이쯤 되면 소설의 결말을 눈치 채셨나요?
난 사실 소설의 스토리 라인 보다 생령(生靈)과의 대화라는 독특한 방식에 사로잡혔답니다.
내가 누군가와 사랑에 빠지게 될 때 나의 생령(生靈) 혹은 무의식의 세계는 어떤지 이진과의 기록의 대화
를 훔쳐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이 나이에 무슨 사랑 타령이냐구요....
글쎄요... 그 욕망이 제도와 관습에 의해 거세되지 않았다면, 내 삶이 하나이듯이 내 사랑도 하나라는 어
느 시인의 말에서 자유롭고 싶다면 우린 늙어 죽을 때 까지 영화 같은 사랑을 한번 쯤 해보고 싶다는 꿈
을 버리지 않겠지요.
누구나 자신의 사랑은 특별한 무엇이라고 신비화시키고 싶어 할 터인데 정녕 내 생령(生靈)의 이야기는
어떨할런지요...
현실 세계에서 자신은 도무지 예측할 수 없는 내 삶의 비의(秘意)는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