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안녕하세요?
저는 우신고등학교 4회 졸업생 최재식입니다.
현재 배화여고에서 수학을 가르치고 있고 오랫동안 고3 담임을 하다가 십 몇 년만에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너무 예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 내 동기들이 굉장히 똑똑해서 교수된 친구도 많고, 의사나 변호사 혹은 이사 등 사회의 저명인사가 많이 있습니다.
학창시절 제가 교사가 되고 싶다고 친구들한테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저를 참 소박하게 바라보던 친구들 눈빛이 기억 납니다.
그리고 이제 30년의 세월이 흘러 교직을 꿈꾸고 있는 여러분들 앞에서 여러분의 소중한 그 꿈을 더욱 지펴주기 위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후배 여러분들! 교사가 되고 싶으신가요?
공립학교 임용고시도 장난 아니게 어렵고, 사립학교 공채 때도 기본 100대 1 이상의 경쟁을 뚫어야만 전임이 될 수 있는데 그 험난한 과정에서 그 티켓을 차지하고 교사가 되고 싶습니까?
다소 생경하게 들릴지 모르겠는데...거창한 질문 하나부터 던지겠습니다.
신 자유주의의 거센 물결이 인간의 욕망을 포획하고 있는 이 시대 대한민국에서 교사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교육이 본래의 의미와 공공성을 상실하고 하나의 상품이 되어 효율과 경쟁만이 최우선의 가치로 지향되고 있는 현실속에서 여러분들은 무슨 생각으로 교사가 되려고 하는 것일까요...
10 여 년 전에 비해 교직의 보수가 많이 올랐고 62세까지 정년이 보장된다는 안정성과 사회적 지위가 향상된 이유 때문인가요?
아니면 일찍 끝나고 방학이 있다는 그래서 상대적으로 보수는 낮아도 시간적으로 여유있게 웰빙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램 때문인가요....
‘우리 시대에 교사는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 교사가 좋은 교사일까요’ 라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들을 던져 보신 적이 있는지요...
직업이 가져다 주는 경제적 소득과 사회적 지위도 중요하겠지만 직업 그 자체에 대한 자신의 철학은 더욱 중요하답니다.
누구든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즐겁게 할 수 있다면, 참으로 행복하겠지요.
그래요... 적어도 교사를 하려고 하는 친구들이라면 가르치는 일에 대해서 즐거워하리라 믿습니다. 교실에서 교사란 존재는 신성 불가침하게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자신이 왕이 되어 아이들에게 그럴듯하게 폼을 잡으며 교과에 대한 지식이든 살아가는 이야기든 맘껏 펼칠 수 있을 수 있을 수 있을테니깐요.
그런데 크리슈나무르티는 가르친다는 것은 자기 만족이 아니라 자기 부정이라고 했습니다.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가르치는 것이 학생들의 자유와 조화로움을 신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사회 체제속에 순응하게 하고 자신의 성공만을 숭배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물론 가르친 제자가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어 찾아 와서 감사하다고 하면 우리들은 보람을 느끼지요.
그렇지만 좋은 대학에 못 들어가거나 비 정규직으로 살아가는 제자들은 학교에 선생님을 찾아뵈러 갈 수도 없는 건가요?
그들에게 교육의 몫은 없는 것인가요?
자,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누구에게 어느 가치에다 포인트를 두고 싶으십니까?
제가 대학 때 야학을 3년동안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야학을 하던 교육관 옥상 라운지에서 야외 수업을 한답시고 아이들과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즐겁게 담소하던 기억이 나는군요...
반 학생 10여명이 몽땅 결손 가정 아이들이었는데, 그 아이들에게 인간적으로 잘 해주는 것만으로 나는 자족적 기쁨을 누렸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즐거웠지만(?) 아이들의 삶이, 세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크리슈나무르티 말씀을 그 당시 성찰 하였더러면 자기 만족에 끝나지 않고 자기 부정으로 나아가 아이들에게 올바른 의식을 심어 주었을텐데 말입니다.
사실 이러한 고민은 지금의 학교 현장속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습니다.
나는 교사가 현실에 대하여 아이들에 대하여 치열하게 고민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현실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들의 입장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은 자기 만족에 이를지 몰라도 진정으로 아이들을 사랑했는지는 좀 더 성찰해 봐야 할 듯 싶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야 자기한테 잘해주고 관심 가져주면 좋아하고 따르겠지요...
아이들에게 잘해주고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것은 좋은 교사로서 필요조건이지만 필요 충분 조건은 아니랍니다.
교육에서의 무한 경쟁을 조장하는 어지러운 현실 속에서 여러분들은 교사로서 어떻게 가르치고 싶습니까? 어떤 사랑을 베풀고 싶습니까...
아이들 앞에서 ..거친 목소리로, 현실 비판적인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편향된 이념을 주입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서두에 1학년 담임을 맡아 행복하다고 했지요...
그래요, 저는 요즘 아이들과 노느라고(?) 참 행복합니다.
환경미화도 같이 하고 청소도 같이 하고, 게임도 하고 가끔 밥도 먹고 토요일이면 노래도 부르고,, 각종 모듬활동도 하고 - 우리반 카페도 있는데 함 놀러 오시겠습니까 - 중간고사 끝나면 삼겹살도 구워 먹어야 겠지요.
어제는 종례시간 때 조 pd의 ‘친구여’를 교생과 함께 불렀습니다.
물론 제가 랩을 담당했죠^^*
되지도 않는 랩 아이들에게 기쁨 한 번 준다는 일념으로 준비해 본 것이랍니다.
그렇게 같이 놀면서 아이들에게 억압이 아닌 자유로운 심성을 길러 주고 싶고 주변과 어울리는 조화의 덕성도 길러 주고 싶습니다.
일방적 훈시가 아니라 같이 생활하면서 자연스레 아이들이 성장해 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아이들이 너무 버릇없게 행동하면 물론 따끔하게 야단도 치지요.
그래야 더 찐해지니깐요~
무슨 말을 간곡히 하고 싶을 때는 편지를 쓴답니다.
여학생에게 쓰는 편지니깐 가능한 서정적 터치로 마음의 결에 감동을 담아 주려고 합니다.
우신 4회 게시판에도 올려 놓았으니깐 조회 수 올려 주십시오...
교단은 선생님에게 연극배우의 무대와 같은 곳이지요.
혼신의 힘을 다해 때론 오바하면서 열정을 표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가르치는 것이지만 열정이 젊었을 때만의 에너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나이에도 ‘텔미’ 댄스를 춥니다. 아이들과 함께 게임을 합니다.
교사에게 정년은 아이들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사라지는 그 때이겠지요.
제가 교사가 되려고 하는 후배 교사들에게 교사에 대한 정체성과 열정에 대하여 이야기 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 정말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가르치며 배우고 아이들 때문에 행복합니다.
그렇지만 아픔도 많이 있습니다.
사회 구조 앞에서 절망하기도 합니다.
아무리 잘해주어도 냉소적이거나 반감을 갖는 아이들에게 분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절망 뒤에는 희망의 불씨를 찾고, 분노 보다는 슬픔의 마음을 찾으려 합니다.
그렇게 지지고 볶으며 오늘도 난 아이들 행복 프로젝트를 설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