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날 괴롭히는데도
담임은 모른 척했다.
나는 고통을 즐기는 모범 학생
그 날 저녁
어머니는 계하러 나갔고
아버지는 어김없이
어디서 한 잔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린 동생과 저녁을 먹고
TV를 보고
동화책을 읽고
두툼한 사진첩을 보았다.
나보다 어린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을 재우고
동네 공터로 나가니
밤안개에
희미한 보름달
달은 지조도 없이
무심한 행인들을 지분거리고 있었다.
얄미운 생각에 달을 따 삼켰다.
가슴이 서늘했다.
그때 하필 한 여학생이
달빛 휘파람을 불며 지나갔다.
난 그녀의 뒤를 좇아가
목살 깊숙이 한 입 베어 물었다.
달은 변해도
난 언제나 모범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