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에 우리 학교 총각 선생님 3명이랑 배화여고 졸업생과 그 친구들과 미팅을 했더랬어.
20대 후반의 우리 학교 총각 선생들은 듀오 결혼 전문 회사에 등록해도 A급으로 분류될 만큼 괜찮은 친구들이야.
키도 180cm 쯤 되고 몸매도 괜찮고 얼굴도 준수한 편이고.... 그런 용모 뿐만이 아니라 성격도 쾌할하고 운동도 좋아하고 아이들에게 인기도 많고 집안도 괜찮은 것 같고.... 아무튼 객관적으로 뭐하나 빠질게 없는 친구들이었어.
게다가 술도 잘 마시고 생각도 열려 있고 해서 좋은 아가씨들 소개시켜 주고 싶더라구
그래 25살 먹은 나랑 친하게 지내는 졸업생에게 미팅 한번 하자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OK 한거였지.
오랜만에 종로 2가 피맛골 호프집에서 술 마시니깐 옛날 향수도 떠오르고 젊어지는 느낌도 나고 참 분위기가 좋았어.
그날 나온 아가씨들도 무난한 용모에다 성격도 화통해서 우린 만나자 마자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원 샷을 외치곤 했어.
거 왜 있잖아... 유치한 게임하면서 틀리면 원 샷 하는 대학생 MT 문화 말이야.
그거 술 마시면서 젊은 아가씨들하고 하니깐 무지하게 재미있더라고....
역시 사랑이란 아름다운 퇴행에서부터 비롯되는 거야.
예를 들면 자기 진짜 이름하고 가짜 예명 두개 말해주고 나서 상대방이 맞추기 게임 같은 거야.
그렇게 유치 찬란하게 마시니깐 3천cc 호픈 잔이 금새 7개를 훌쩍 넘어서더라구...
술이 약했던 한 아가씨는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 잠들어 버리기도 했어..
그런데 그 친구들 술 취한 친구가 엎어져 자거나 말거나 연방 웃음 꽃을 피우면서 줄기차게 계속 마셔 대더라구.
저러다 깨어나면 또 언제 그랬나는 듯이 또 마신다면서 말이야...
아무튼 우린 파트너고 뭐고 간에 - 아, 나는 파트너가 정해지면 아름답게 사라져 주려 했는데 분위기가 위 아더 월드가 되어 버려 같이 취해 버렸어 - 우린 뜨거운 공동체를 이루어 가면서 2차를 가야만 하는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게 되었어.
술값은 아가씨들이 이쁘면 후배 놈들이 내고 아니면 내가 내기로 했는데... 자식들이 당연하다는 듯이 계산서는 쳐다 보지도 않더라구.
우린 추억의 거리 관철동으러 건너가서 한잔을 더하게 되었는데, 그 곳은 비어 빠라고 해야 하나...술 마시다 필 꽂힌 년 놈들이 그 자리에서 일어나 춤추는 곳 이었어.
나로서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와 보는 곳이었지.
언젠가 홍대 앞 라이브 공연을 하는 어느 빠에서 술에 취한 채 무대로 걸어 나가 전위적인 댄스 - 거의 퍼포먼스에 가까움 -를 날린 적이 있지만, 여기처럼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 춤 추는 곳은 처음이었어.
긴 생머리에 얼굴빛이 하얗게 보여 불치병을 앓고 있는 듯한 환상을 불러 일으키는 아가씨의 눈빛도 어느 덧 완전히 풀린 채 체육 선생 과 같이 계속 건배를 하고 있더구만.
난 참 아름다운 만남이라고 생각하면서 일어나서 리듬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하자 후배 친구들과 아가씨들이 환호성을 질러 대며 자리 옆으로 나와 함께 춤을 추었어.
내 주특기는 나의 둔부를 그녀의 치골에 리드미컬하게 비비며 앉았다 일어서는, 두 손은 머리 뒤로 올려 엑스자로 교차해서 내리는 동작이거든. 그거 한번 날리니깐 분위기가 한층 업되더라구.
우리의 음주 가무는 그렇게 관철동의 깊고 푸른 밤으로 접어들기 시작한 거야
우린 욕망이 명령하는 바에 의해서 한 점 부끄럼 없이 무위의 상태로 행동하기 시작한거지.
칸트는 이런 명령을 정언 명령이라고 했고, 공자는 그 상태를 일찍이 지천명이라고 했잖아.
1시쯤 그 곳을 나왔는데 후배 넘들 이번에도 계산서는 쳐다보지도 않더구만.
그래도 한 후배 자슥이 ‘ 내일 5만원 씩 걷을까요?’ 라고 하는데 내가 ‘고맙다’ 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잖아.
야심한 밤에 이 놈들 집에 갈 생각도 안하고 소주 한잔 더하자고 하네...
자기들이 쏜다나.... 우린 실내 포장마차 비슷한 곳에 가서 우동 한그릇씩 시켜놓고 기어이 소주를 까기 시작했어.
난 이미 오래 전에 졸업생의 선생이고 뭐고 간에 다 때려치우고 말을 트고 나서 자유 방임의 상태에 들어가 있었기 때문에 술을 마시는데 브레이크 기능이 소실되어 있었어.
그렇게 몇잔의 술을 더 마시고 나서 집에 가려는데 노래방에 가자고 그러는 목소리가 어디선가 나오는 거야. 정말 진취적인 친구들이다 라고 생각 했는데 아가씨 중 한명이 용인 산다고 하는 바람에 아쉽게 그 날의 만남을 거기서(?) 접어야만 했어.
아니야.... 혹시 모르지. 나 먼저 택시 태워 보내 놓고 나서 자기들 끼리만의 이벤트가 더 있었을 런지 말이야.
그 다음 날 졸업생에게 전화가 왔는데 난 다소 계면쩍었는데, 졸업생 녀석이 어제 너무 즐거웠다고, 친구들도 너무 좋았다고 다음엔 자기들이 쏘겠다고 그러는 거야.
그래서 난 다음엔 1박 2일로 바닷가에서 본격적을 마시자 그랬더니 그것 괜찮겠다고 친구들에게 함 알아보겠다고 그러네... 참.
이번 이야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