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관련하여 최병진의 논리와 최용식씨의 의견이 비슷한데...
우리 경제상황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등록 : 최용식 (choi) 조회 : 1293 점수 : 0 날짜 : 2005년10월8일 09시37분
본문요약 멘트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
참고사항 : 언젠가 식사하는 자리에서 ‘대기업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에 대해 한담을 나누다가 이승희의원(민주당)께서 국회에 출석하여 그 논지를 펴줄 수 있냐고 물었고, 저는 기꺼이 응했습니다. 다음은 어제(10월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참고인으로 출석한 제가 이승희의원과 질의응답을 나눈 내용입니다. ▼는 이승희 의원의 질의 요지이고, ▲는 제 답변 요지입니다.
덧붙여, 채수찬의원(열린우리당)께서 제게 발언기회를 추가로 배려해준 점과 오제세의원(열린우리당)께서는 “지배구조와 소유구조의 배치가 무조건 나쁜 것이냐?”고 공정거래위원장에게 반론해 해준 점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특히, “소유구조와 지배구조를 일치시켜야 한다면, 외국계 지분이 50%가 넘는 회사의 경영권은 모두 외국인에게 넘겨줘야 한다.”는 요지의 반론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습니다.
▼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회사 지분의 의결권 제한 제도에 대해 최소장의 견해를 묻기 위해 참고인 출석을 요청했다. 이 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두 가지 제도 모두 과거 시대의 유물로서, 현재의 경제적 상황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 과거의 경제적 상황은 어떤 것이었기에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이라는 제도를 도입해야 했는가?
▲ 과거에는 자본축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대였다. 따라서 누가 더 많은 자본을 끌어들일 수 있느냐에 따라서 경제적 성패가 좌우되었다. 재벌이 급성장한 데에는 이런 배경이 있다.
▼ 그 배경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정경유착이다.
▼ 정경유착과 재벌성장은 어떤 관계인가?
▲ 자본축적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때에는 자금의 공급은 제한적이었고 반면에 수요는 넘쳤다. 자금 대출을 결정하는 금융기관이 우월적 지위를 누렸던 것이다. 그런데 금융기관에 대한 지배력은 권력이 갖고 있었다. 자금 대출의 특혜를 받기 위해서는 권력을 동원해야 했고, 자연히 뇌물이 바쳐지곤 했다.
▼ 정경유착은 출자총액 제한 및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과 어떤 관계인가?
▲ 대기업은 권력과 뇌물을 동원할 능력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따라서 대기업이 금융기관 자금 대출을 거의 독차지할 수 있었고, 경제력 집중은 심화되었다. 그 바람에 국가경제의 경쟁력과 성장력 그리고 안정성은 크게 떨어졌다. 이런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 도입한 것이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이다.
▼ 지금은 경제적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인가?
▲ 그렇다.
▼ 어떻게 바뀌었는가?
▲ 지금은 자본축적이 과잉인 시대이다. 금융기관은 자금이 남아돈다. 가계부채와 신용불량자가 급증한 것이 그 증거이다. 금융기관뿐만 아니라 기업도 사내유보자금이 남아돈다. 그동안 큰 수익을 올렸지만 투자는 부진했던 것이다.
▼ 경제상황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출자총액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 제도도 필요하지 않다는 말인가?
▲ 그렇다.
▼ 왜 그런가?
▲ 과거에는 금융기관 대출을 받으면 기업은 무조건 큰 이익을 남겼고, 성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금융기관 대출을 받더라도 사업의 수익성이 낮으면, 오히려 큰 손해를 보거나 도산하기도 한다.
▼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을 제한한 제도를 폐지하더라도 경제력 집중은 더 이상 심화되지 않는다는 말인가?
▲ 그렇다.
▼ 지금도 경제력은 심화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 자금을 독점하기 때문이 아니다. 수익성이 높은 기업이 빨리 성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수익성 높은 기업을 억제하면 국가경제의 성장은 더뎌질 수밖에 없다.
▼ 경제력 집중의 심화를 방치해야 한다는 말인가?
▲ 경제력 심화는 전체적인 현상이 아니라, 부분적인 현상이다.
▼ 그렇게 말하는 증거라도 있는가?
▲ 30년 전 100대 기업 중 지금까지 명맥이라도 유지하는 기업은 10여개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도산했거나 흡수당했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당장은 특정 재벌들에게 경제력이 집중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런 재벌들도 언젠가는 쇠락할 때가 올 것이다. 다른 대기업이 무섭게 성장하여 그 재벌들을 대체할 것이다.
▼ 지배구조와 소유구조의 배치는 어떻게 보는가?
▲ 경제에 있어서 검은 고양이냐 흰 고양이냐를 문제 삼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이 개인적인 판단이다.
▼ 경제에는 정의가 없다는 말인가?
▲ 그렇다.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곳에서 억지로 정의를 찾으려고 하면, 국가경제는 쇠락의 길로 접어든다.
▼ 그 증거라도 있나?
▲ 끼니를 거르는 어린이에게는 한 끼 식사비가 헤아릴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애완견의 사료가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이것은 경제정의에 맞지 않다. 그러나 가격시스템을 개혁하거나 없앨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가격시스템의 기능을 전면적으로 배척했던 소련식 사회주의는 이미 몰락했다.
▼ 경제정의란 불필요하다는 말인가?
▲ 그건 아니다.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곳에서 경제정의를 찾는 것은 어리석지만, 경제정책에 있어서는 경제정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가격제도를 없애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굶는 어린이를 정부가 지원해주는 것은 필수적이다.
▼ 소유구조와 지배구조의 배치는 경제원리가 작동하는 곳이므로, 이것을 개혁하는 것은 경제성장을 제약하는 짓이라는 말인가?
▲ 그렇다.
▼ 지배구조와 소유구조의 배치를 방치해야 한다는 말인가? 전근대적인 재벌의 지배구조를 방치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경제에 해가 되는 것은 아닌가?
▲ 맞다. 재벌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는 반드시 개선해가야 한다. 그러나 그 개선이 필요하다고 해도 경제원리에 입각하여 점진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
▼ 어떤 방법으로 개선해야 하는가?
▲ 정부가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하여 개선하겠다고 나서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부작용이 크다. 경제발전에도 제약을 부른다. 시장이 지배구조를 개선하도록 제도를 완비하는 것이 최선이다.
▼ 어떻게 해야 시장이 자율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가?
▲ 시장의 감시기능과 주주의 의결참여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 지금도 시장의 감시기능과 주주의 의결참여 기능은 크게 강화된 것 아닌가? 그래도 재벌의 지배구조는 개선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그 효과가 체감할 수 있도록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실제로는 이미 상당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만 들어 달라.
▲ 하나로통신의 임원진 전원이 주주들의 요구에 의해 사표를 제출했다. 이것은 과거에는 없었던 일이다.
▼ 하나로통신의 지분은 70% 정도가 외국인 소유다. 그래서 경영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재벌계열 대기업들의 외국인 지분율도 대부분 60% 이상이다. 이런 대기업들의 경영성적이 부진해지면, 하나로통신과 같은 사태는 언제든지 일어날 것이다.
▼ 지배구조와 소유구조의 배치, 재벌의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는 점차 개선될 것이므로, 국가경제적으로 큰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란 말인가?
▲ 그렇다.
▼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과 관련하여 묻겠다. 이것은 국가경제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아닌가?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것이나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를 배제하는 정책도 자본축적이 절대 부족했던 때의 유물이다. 지금은 이 제도를 굳이 유지할 필요가 없다.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왜 그런가?
▲ 세계 최대기업인 GE는 원래 제조업이 주 사업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GE캐피털을 중심으로 한 금융업이 주 사업으로 등장했고, 제조업 분야도 그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 제조업분야와 금융업분야가 서로 상승작용을 한다는 말인가?
▲ 그렇다. 고도의 제조업은 금융업 성격을 띄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들은 중고품도 높은 가격에 잘 팔린다. 티파니라는 보석상은 매도한 보석을 되사준다. 세계적인 명품들이나 기업들은 이처럼 모두 금융업적 성격을 띄고 있는 것이다.
▼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명품들을 생산해야 하는데, 제조업과 금융업을 엄격하게 구별하여 규제하는 것은 이것을 방해하고 국가경제의 발전에도 장애를 불러온다는 말인가?
▲ 그렇다.
▼ 반대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는 어떻게 보는가?
▲ 독점강화를 통해 이익을 올리겠다는 목적의 지배는 강력하게 규제해야겠지만, 단순한 투자목적은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본다.
▼ 금융자본이 투자목적으로 산업자본에 진출하는 것을 허용해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가?
▲ 그렇다.
▼ 그것이 무엇인가?
▲ 우리나라 금융산업도 국제경쟁에 직면해 있다. 선진적인 금융기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국제경쟁에서 도태당하고 말 것이다. 과거처럼 금융기관이 자금중개나 부동산투기에 안주할 때는 지났다. 국제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국 금융기관처럼 투자기능을 좀 더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다시 말해서,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에 대한 투자를 좀 더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 현실적으로, 독점강화 목적과 단순투자 목적은 구분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것 아닌가?
▲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독점강화를 위한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를 판정할 권한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있다.
▼ 오늘 좋은 말씀 고맙다. 하나만 더 묻겠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출자총액 제한과 금융기관 의결권 제한의 완화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제도적 제한은 하나의 거대한 권력이다. 관료들로서는 이런 권력을 놓치기가 싫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기관이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시장이 규제하도록 제도를 전환해야 한다.
▼ 규제가 현실적으로는 필요하다는 공정위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 현실적으로 필요하다고 할지라도, 지향점은 역시 시장규제이다. 따라서 시장이 규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책당국이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 공정거래위원회가 그 필요성으로 내세우는 명분들에 대해서는 아는가?
▲ 조금은 안다.
▼ 그 명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었다고 생각한다.
▼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 공정거래 제도의 근본적인 목적은 국가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다. 그런데 이런 목적은 사라지고, ‘재벌은 규제해야 한다’는 식의 단순한 명제와 그것을 위한 수단들만 횡행하고 있다.
▼ 국가경제의 발전이라는 개념은 너무 막연한 것 같다. 국가경제의 발전을 규정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성장력, 경쟁력, 안정성 등이 국가경제 경영의 근본 목적이어야 한다고 본다.
▼ 국가경제의 성장력, 경쟁력, 안정성 등이 공정거래제도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말인가?
▲ 그렇다.
▼ 끝으로 할 말은 없는가?
▲ 오늘 이 자리에 불러줘서 고맙고 영광스럽다.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있다.
▼ 해보라.
▲ 우리 경제는 앞으로 15년 후면 노령사회로 진입한다. 이 뒤로는 다른 나라 경제를 추월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다. 그 안에 대한민국 경제가 선진국 선두대열에 올라섰으면 좋겠다. 그래야 노령사회도 이겨낼 수 있다. 국회가 이 문제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길 기대한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우리 경제가 10년 안에 일본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본다. 우리 경제의 성장잠재력은 어느 때보다 높고, 국제경쟁력도 지금보다 높았던 적이 없다. 또한 경제여건도 지금처럼 좋았던 적이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다. 이 문제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다른 기회가 주어지길 기대한다.
▼ 정부는 잠재성장률이 4% 후반이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어떻게 잠재성장률이 높다고 할 수 있는가?
▲ 정부의 추정이 잘못됐다. 만약 잠재성장률이 4% 후반이라면, 지난해 성장률 4.6%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해야 한다. 경기가 부진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고, 경기부양을 추진해서도 안 되는 때였다. 그러나 경기는 부진했고, 정부도 경기부양을 추진했다. 또한 앞으로 성장률이 5%를 넘어가면, 정부는 경기를 진정시킬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국민들의 경기호전 열망이 너무 큰 만큼 이런 정책은 펼치지 못할 것이다.
▼ 그럼, 최소장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얼마로 추정하는가?
▲ 참여정부 이후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아직도 최소한 7%는 넘는다고 본다.
▼ 정부는 왜 잠재성장률을 낮게 추정하고 있는가?
▲ 경기부진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다. 잠재능력이 낮다면 실적도 부진할 수밖에 없다. 이런 변명을 미리 준비해두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 무엇이 심각하다는 말인가?
▲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게 하고, 반성하지 않게 하며, 실패의 원인을 찾지 못하게 하는 데에 있다. 실패를 반성하지 않고 실패한 원인을 찾지 않으면 실패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하다. 시간이 불충분하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앞으로도 국가경제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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