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두가지 과제.
등록 : 비토세력 (sbadco) 조회 : 1653 점수 : 220 날짜 : 2006년1월2일 18시11분
한국경제가 서서히 회복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연말을 지나면서 긍정적인 지표들이 희망으로 해석되는 경향이 강하다. 새해를 맞이하며 갖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심리적 회복을 북돋을 것이다. 남은 문제는 양극화의 해소와 인구노령화의 극복이다.
1. 지표와 서민경제의 괴리
경제지표들이 긍정적인 상황에서도 서민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 일들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에 비하여 확연히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진 것은 여러가지 다양한 원인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첫째, 경제구조가 점차 고도화되어 가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기업이 설비투자를 하면 고용도 따라서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나면 다시 소비가 증가하고, 소비의 증가는 다시 설비투자와 고용증대를 유발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설비투자도 자동화비율이 높아지면서 고용을 유발하는 효과가 높지 않다. 점차 2차 산업에서의 노동력 의존도가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출을 위주로 하는 첨단산업에서 그런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둘째, 소득수준이 증가함에 따라서 점차 소비의 고급화가 진행되고 있다. 과거 귀찮더라도 재래시장에서 소비를 하며 가격이 싼 상품을 선호하던 소비자도 이제는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에서 소비를 하고싶어한다. 이제는 제품의 품질과 가격뿐 아니라 쇼핑의 편의성이나 분위기까지 포함하여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른 바 소비의 고급화는 점차 서민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작용을 하게 된다. 비단 생필품의 쇼핑뿐 아니라 모든 종류의 소비에 있어서 고급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셋째, 규모의 경제가 점점 현실화되고 있다. 모든 분야에서 대규모 생산의 경제성이 실현되고 있다. 오토메이션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기업의 규모가 대형화되고 있으며, 대기업은 고용을 늘리기보다 자동화된 설비를 늘려서 원가를 안정시키려고 노력한다. 자동화된 설비의 발달은 점차 인간의 고용을 대체하고 대형화되고 있는 형편이다. IT산업이 발전하면서 설비의 유동성(flexibility)이 증가하여 대형화된 설비가 다품종 소량생산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인간의 자리를 점차 빼앗고 있는 것이다.
넷째, 서비스산업의 발전 속도가 저조하다. 고용효과가 큰 서비스 산업분야의 직종분화와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동화된 설비가 대체하기 어려운 서비스업의 경우 적절히 성장한다면 고용효과가 상당할 것이다. 그것이 산업구조의 변화속도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실업률을 기대만큼 낮추지 못하고 있다.
다섯째, 외환위기의 후유증이 여전하다. 외환위기를 지표상으로는 완전히 극복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여전히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강력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더기 해고를 경험하고 양극화를 경험한 소비주체들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열중한다. 생산주체들이 설비투자나 고용을 망설인다. 투자는 곧 위험을 수반하는 의사결정이기 때문이다. 정부도 경제에 버블을 걱정하며 조심하게 된다. 이런 모든 것이 외환위기를 경험한 나라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여섯째, 자산효과로 인한 격차의 확대이다. 여유자산을 보유한 사람들이 몇년간 부동산으로 상당한 수준으로 부를 확대하였고, 최근에는 증시의 활황으로 부를 확대한 결과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이른바 '눈사람 효과'가 나타나면서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자본주의의 특징은 눈사람 효과로 설명될 수 있을 듯하다. 작은 눈뭉치를 굴리면 별로 커지지 않고, 큰 뭉치의 눈을 굴리면 급격히 커지는 현상이 부동산과 증시를 통하여 실현되고 있다.
일곱째, 신자유주의와 무한경쟁의 사회가 되었다.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신자유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 있었다. 우리처럼 대외의존도가 높은 국가에서는 더더욱 그것을 거부할 길이 없었다. 전 지구촌이 무한경쟁을 하면서 세계인류가 아니면 살아남을 수 없는 환경이 되었다. 그것이 규모가 크고 기술력이 있는 분야만 살아남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변수들이 작용하였을 것이나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지표는 향상되어도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쩌면 서민들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2. 인구구조학적 어려움
식민수탈과 동족상잔의 전쟁을 거치면서 식량조차 모자라는 상황에서 원조경제로 연명하였다. 당연히 인구가 많은 것이 경제난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정부는 강력한 산아제한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효과가 그리 빠르게 나타나지는 않았다.
정작 산업화가 진행되고 있던 시기에까지 인구가 점점 증가하는 것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정부는 열심히 산아제한정책을 구사하였고, 산업화의 진행과 더불어 서서히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산업화의 성과가 절대빈곤을 극복하는 데 이르렀고, 산아제한 정책을 폐기해야할 때가 되었다.
그러나, 군사정권은 정책적 관성에 의하여 중단 없이 산아제한을 지속하였다. 결과적으로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그것이 경제에 걸림돌이 되어 있는 지경이다. 좀 더 일찍 산아제한을 중단하고 출산장려를 했어야 하는데 너무 오래 정책이 지속되어 지금은 그것의 부작용을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현재는 생산활동인구가 줄어들 단계는 아니다. 소비를 전담하는 주체인 어린이와 청소년 인구가 현격히 줄어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있는 단계이다. 당연히 내수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다음에는 소비는 물론이고 생산활동에 종사할 인구가 줄어들 것이다. 곧 바로 성장잠재력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 단계에 이르면 출산장려 정책이 효과를 거둔다 하더라도 20년은 지나야 실효가 나타날 것이다. 거기에다 노령인구는 점점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엄청난 부작용을 겪어야 할 것이다.
인구구조적인 문제는 지금의 내수부진에 분명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장차 생산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부양할 노령인구는 폭증하고 생산인구는 없는 상황에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다. 지금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작하고 있지만 효과는 20년이 지나야 나타나는 것이다. 그나마 지금이라도 강도 높은 정책이 필요하다.
3. 경제운용의 장기적인 방향
양극화의 해소를 위한 노력과 인구구조를 개선하는데 촛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성장의 과실이 비교적 고루 효과를 발휘하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향상하는 길이다.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늦었지만 화급한 과제이다. 두 가지를 위하여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볼 일이다.
첫째, 수출드라이브에 자원을 과잉투입해선 안 된다. 2004년에 환율방어로 수출이 30%가까이 늘었지만 고용효과가 별로 없었다. 국가경제의 성장에 별 효과를 보지도 못하고 환율의 방어는 실패했다. 과정에서 평가손을 포함하여 10조원의 재정이 낭비되었을 뿐이다. 수출드라이브가 내수를 오히려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이다. 내수부문의 발전을 포기하고 수출에 매달리는 방법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얻어야 한다.
둘째, 서비스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비교적 소규모로 영위되는 서비스업은 고용창출효과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그간에 수출과 제조업에 집중되던 정부지원 등이 서비스업으로 전환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출은 좋고 내수는 좋지 않으며, 대기업은 좋고 중소기업은 좋지 않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 서비스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내수와 서비스업은 고용의 효과도 아직 높은 편이다.
셋째, 부동산 투기를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도 부동산의 폭등으로 소비를 억제하고 주거비증가에 대비할 수밖에 없게 된다. 노동조합의 임금인상 압박도 증가하고 기업의 원가와 기회비용도 증가하는 문제가 있다. 철저히 투기이익을 차단하는 정책의지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
넷째, 농가소득에서 정부보조금 비율을 대폭 높여야 한다. 국민소득 3~4만 불의 선진국들이 8~90%의 농가소득을 정부보조금으로 채우고 있는 현실을 반영하여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15%수준이니 적어도 2배 이상은 늘려야 한다. 상공업 분야가 시장개방으로 얻는 이익의 일부분을 농촌에 지원하도록 세제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다섯째, 출산 장려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고 영유아의 보육비를 정부가 전담하다시피 해야 할 것이다. 지금도 이미 너무 늦었다.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도 효과를 보기가 어렵고 당장 효과가 있어서 출산율이 늘어도 실질적인 효과는 20년이 걸리는 장기적인 문제이다. 이 부분에 적극적인 재정의 투입이 없이는 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잃게 될 것이다.
여섯째, 모든 정책들이 엄청난 재정의 지출을 요하는 것이다. 세수의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직접세의 감세를 억제함은 물론이고 인상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 세원을 포착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노력이 필요하다. 감면의 범위도 축소하여 세수를 늘려야 한다. 점점 재정의 소요가 늘어가는 현상을 감안하여 세수를 확충하되 철저히 수혜자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직접세의 비율을 높여나가야 한다.
소득의 양극화,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 도시와 농촌의 양극화 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는 길은 재정의 지출을 증가시킬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의 문제를 극복하고 노령화를 막는 일에도 엄청난 재정이 필요하다. 우리경제가 굴러가면서 혜택을 입는 사람들이 적절히 세금의 부담을 감당하고,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방향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나간다면 어려움을 조금씩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아랫목은 타들어가고 윗목은 얼음이 어는 난방은 모두를 죽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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