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자유민주체제 수호를 위한 대 정부 장외 투쟁을 한단다. 일전에 구
국 수호 결의 대회를 가진 바 있던 '자칭' 원로들도 - 나는 그들을 원로로 인정한 적이 없으며
다만, 군사정권에 아부해 호의호식한 무리들이라고 생각함 - 2 차 결의대회를 한다고 난리다.
한 쪽에서는 대통령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그렇다면 박근혜와 자칭 원로들은 지금의 정부는
공산주의를 정체성의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확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된다.
우리 나라는 지금 GDP 세계 13 위의 국가이다. 연일 주식시장은 신고가 행진으로 뜨거운
데 이 무슨 잠꼬대인가? 정부가 자유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시장 경제를 없애려고 한다는 말인
가?
한 마디로 그녀의 생각과 행동은 시대착오적이다. 그럼, 옛날의 자기 아버지 시절(유신 독
재)만이 자유 민주 체제인 것인지 되묻고 싶다. 술자리에서의 말실수 때문에 정식 구속은
커녕, 알지도 못하는 지하에서 고문받고, 그것이 한 인간의 삶을 철저히 파괴하던 시절이
아직도 그리운지 묻고 싶다. 제 뜻을 마음대로 말할 수 있는 세상이 된 게 누구 덕인데,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던 독재자의 딸이 시대를 거슬러 빨갱이 타령인가?
자유 민주주의라는 게 뭔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존중되는 사회일 것이다. 난 그녀가
자유 민주주의라는 말의 뜻을 모르면서 그런 발언을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아마도 다가올
보궐선거를 앞둔 계산에서 정치적인 쇼 - ‘색깔론’과 ‘지역색’으로 선거에서 이기기 위함 -를
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아버지 시절, 선거 때마다 간첩이 출몰하고 사회적 불안을
조성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리고 지난 추석 명절 때 유신 체제에 길들여졌던 친척 노인들의 진지한 토론 내용이 기억
나면서 마음이 답답하다. 노인들의 토론 결과는 “이 빨갱이 정권이 빨리 끝나야 할 텐데! ”
였다. 난, 그들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명절에 집안 분위기가 시끄러워지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국민 총생산은 세계 13 위인데, 정치 수준은 한 마디로 세계에서 거의 바닥이라고 느낀다. 나는
대안 없는 양비론은 싫어하므로 정부 여당의 태도에 대해서는 의견을 유보하겠다. 다만, 이 와중
에도 검찰과 정부의 갈등을 증폭시키려고 안달이난 조, 중, 동의 행태에 검찰이 그래도 이성을
견지하고 있는 모습이 그나마 다행이다. 하긴 과거에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 고 항상
권력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시녀를 자청하고 정권이 던지는 떡이나 냉큼냉큼 받아먹던 그들이
요즈음은 끽~소리(?)를 하는 걸 보면 그래도 세상의 변화를 실감한다.
오직 변하지 않는 것은 상당수의 반 통일 세력이 집합한 '한나라당'이다.
한 편으로, 박근혜와 한나라당의 말대로라면 '강정구' 교수는 대단한 사람이다. 그가 올린 인터넷의
글 하나로 우리 나라의 자유 민주주의 체제가 전복될 위기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참 어처구니가
없다. 침소봉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우리의 국가 체제가 그리도 어수룩하고 허약한가?
강정구 교수가 펼친 말의 논점은 6.25가 ‘남침’의 통일전쟁이라는 게 요지다. 그렇다면 그냥 한
대학 교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는가? 학문과 사상의 자유가 이 땅에 당연히 있는
것이 아닌가? 난, 그 교수님의 의견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그가 그렇게 주장할 권리는 있다
고 생각한다. 막말로 말해 일단은 그 분의 주장이 북한의 주장처럼 6.25가 '북침'이라는 것은
아니잖은가?
죄가 있을지도 모르고, 증거인멸과 도주의 우려가 없으니 불구속 수사를 하자는데 왜 체제의
정체성 의심으로 몰고 가야하는지 그들의 속셈이 보인다.
난 색깔론을 증오한다. 아니 색깔론 속에 똬리를 틀고 있는 기득권 세력의 악랄한 이기주의
를 혐오한다. 그들은 이 땅이 영원히 분단되어 있어야 자기들의 삶이 계속 풍요로워진다고
믿는 분열주의자들이다.
친일파 - 이승만 - 유신독재 - 5공 정권으로 이어지는 반민족적, 반통일 세력이 정말 싫다.
대를 이어 붉은 페인트 통을 들고, 구국의 결단, 장외 투쟁으로 나서려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모습에서 시대착오적인 모습을 읽으며, 왜 그들이 새로이 자라나는 세대들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지도자가 되어서는 안 되는 확실한 이유를 알겠다.
그야말로 적반하장이다. 오랫동안 정권 유지 때문에 많은 사람들에게 평생 고통을 주고, 연좌제로
피해자들의 인생에서 희망을 송두리째 앗아간 ‘색깔론’을 마치 구국의 결단인 양, 부끄럼 없이
외치는 그들이 정말 가증스럽다.
2005. 10.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