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잔 하자구...
퇴근해서 아내랑 한잔 할려구 집으로 마을 버스를 탔다.
포장마차가 있는 정거장에서 내리려는데 뒷 좌석에 낯익은 여자가 인사를 건넨다.
우리 동네에 배화여고 졸업생이 많은지라 난 얼른 이름을 떠 올렸으나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오바하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한잔 하러 가는데 같이 가자고 했다.
그녀는 웃는 표정으로 괜찮아요 라며 살짝 거절을 한다.
난 웃는 얼굴이 예뻐 보여 다시금 재차 권유를 하는데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거절을 한다.
그래 그러면 다음에 한잔하자며 편안하게 반말로 인사를 건네며 은근히 윙크까지 했다.
그리고 포장마차에서 세번째 소주잔이 비워지기 전... 불현듯 그녀의 정체가 떠올랐다.
같은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사는 갓 결혼한 새댁이었다...
2. 칠판 청소
요즘은 학교에서는 물백묵을 쓴다.
물백묵은 유성 매직 비슷한 건데 화이트 보드 대신 예전 칠판 색깔의 코팅 칠판을 사용한다.
근데 오래쓰면 칙칙이로 뿌려서 딱아 주어야 하는데 물칠판 전용 칙칙이가 따로있다.
토요일... 주번에게 칠판 청소하라며 마른 걸레랑 칙칙이를 주었다.
그런데 월요일 오늘 수업을 하는데 칠판 판서가 영 지워지질 않는다...
전용 칙칙이를 준다는 게 그만 자동차 유리 세척제를 주고 말았다.
그거 쓰면서 칠판 기름 다 지워졌다.
3. 매니아 팬
우리 학교에는 여학교인데도 젊은 남자 선생들이 많다.
총각샘도 3명이나 있다.
젊은 유부남 선생들도 매너도 좋고 잘생겨서 인기가 폭발적이다.
나의 팬은 협박에 못 이긴 우리반 일부 아이들과 아이스크림과 참고서로 매수한 아이 정도이다.
그런데 2학년에 수업도 안 들어가는 아이가 내가 좋다며
체육복 명찰 이름은 아예 내 이름을 쓰고 다니고 나만 만나면 내 손을 꼬옥 잡는다.
그 자식 언젠가는 속 내의를 안 입고 왔는데 나한테 섹시하게 보일려구 그랬다나...^^
근데 그 자식 알고 봤더니 모 인기 교사 좋아했다가 실연(?)을 당하고 그 인기 교사 보란듯이
만만한 내게 접근한 거였다.
4. 면담
우리 반 임경이라는 부반장 어머니가 찾아왔다.
우리 경이가 하교 생활은 잘 하는 지 묻더니 이 성적으로 대학 갈 수 있겠냐며 하소연을 한다.
임경이를 경이라 하는 게 이상해 집에서는 경이라고 부르냐고 했더니 그렇단다.
임경이 성격 참 좋고... 서울에 있는 대학은 충분히 갈 수 있고 좀 더 노력하면 원하는 대학도
가능할 거라며 위안을 주려 애썼다.
어머니는 아니라고 수도권에 있는 대학도 못 갈거라며 자포자기하는 모습을 보인다.
결국 난 그동안 모의고사 성적을 보여주며 자신있게 안심시키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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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애 이름은 한경이 인데요... 정임경 성적을 보여주면 어떻해요..."
옆반 부반장 어머니였다. 20분 동안 우린 진지하게 면담했었다....
5. 운전 면허증
지난 해 운전 면허증을 국가에 반납하고 난 한동안 교장에게 깍듯하게 인사했다.
보직문제로 지난 해 교장하고 쎄게 한번 붙었던 지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았는데
면허 취소된 사실이 학교로 통보되면 이사회 결정에 따라 1달 감봉이 된다고 해서
잘 좀 봐 달라고 인사를 깍듯하게 했다.
근데 그 액션이 지나치게 오바해서인지 후배들이 하는 말...
" 형... 교장 선생님... 너무 엿 먹이는 거 아니예요... 어떻게 인사를 그렇게 해요? "
"아, 그런가... 근데 그게...!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