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부터 조짐이 이상했다.
머리를 빗어도 볼륨감이 없고 헤어스타일이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때서야 머리카락이 많이 가늘어져 있고 또 많이 빠져있으며
더불어 거울에 비친 소갈머리가 휑한 모습이란 걸 알았다.
어떻해야 하나??
고민끝에 내린 결론은 언젠가는 대머리가 될지언정 현재 이순간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마음먹었다.
며칠에 걸친 인터넷 검색과
여러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한 결과
프로스카라는 약을 먹고 프로게인이라는 약을 바르기로 최종 결정했다.
전자는 전립선 치료약인데 우연히 탈모방지 기능이 발견된 약이고
후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머리에 바르는 약이다.
후자는 인터넷으로 주문하였으나 전자는 비뇨기과에 가서 처방을
받아야 하는 관계로 시간을 내어 회사 근처의 비뇨기과로 찾아갔다.
의사 왈,
3개월 정도 복용하면 나처럼 초기 증세에는 확실히 좋아진다고 하며
다만 성기능에 다소 지장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에궁!!!!...............성기능이라구라!!!!
순간적으로 오만 잡생각이 스쳐간다.
탈모vs성기능장애 …….정말 솔로몬의 지혜로도 풀 수 없는 선택의 기로였다.
성에너지의 일시적 수위 조절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일이다 싶어
흔쾌히 성기능 장애를 감수하기로 하였다.
이제 3개월 동안 복용했다.
복용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었고
머리카락이 나는 것은 잘 모르겠는데
빠지는 것은 확실히 줄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히려 엉뚱한 곳에서 발생했다.
성기능 장애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왠만한 자극에도 반응이 엄청 더디다.
약을 복용했다는 생각 때문에 그런 심인성인지 모르겠지만
이전보다 반응 기제가 확실히 둔해졌다.
오늘 우연히 한강둔치 잠원수영장엘 갔는데 거기는
강남 최고의 미인들이 모이는 곳으로 이름이 나있다.
수영복채로 끌어안고 있는 모습은 다반사며
쭉쭉빵빵 S라인….비키니….뽀송뽀송…..선텐오일…..
시선 두기가 민망할 정도의 장면들이 사방에 펼쳐져 있는데
느낌이 별로 없으니
신기할 정도로 마음이 평온했다.
가끔은 거추장스러웠던 그 에너지가 이제 40대 후반에 완전 방전된 느낌이어서
나이 들어감의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 대신 마음의 흔들림이 없으니 그리 손해 보는 딜은 아닌 것 같다.
얼마 전 수녀님에게 감히 물어 보았다.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가끔 들지 않으셔요?”
오늘날의 인류를 만들어낼 정도의 강력한 에너지인 성 에너지는
액화와 기화의 형태로 나타난다고 한다.
물 1그램은 1카로리의 열량으로 변하지만 기체로 변할 때는 500카로리
이상의 열량으로 변한단다....
즉 대부분의 사람은 사랑을 액체의 형태로 분산하지만 이것을 액체의 형태가
아닌 기체의 형태로 발산할 때는 그 에너지가 폭발적이라는 것이다.
어떤 형태의 기체로 발산할지는 각자의 몫이라고 이야기 했다.
앞으로 나도 사랑의 에너지를 액체의 형태가 아닌 어떤 형태로든지 기체의 형태로
발산하는 것도 의미있는 일인것 같다.
약기운이지만……
또 하나의 진화를 체험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가 않다.
PS)근디 이 약 계속 먹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