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시청 앞 노제 때 나는 줄곧 몇 가지 상념에 빠져 있었습니다.
무엇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을 이곳으로 오게 하였는가?
왜 우리들은 눈물을 흘리고 있는가?
검찰의 편파수사와 보수 언론의 선정적 여론 몰이에서 지켜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
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의 진정성이나 가치를 제대로 존중하지 못하고 그를 비난하거나 비판만 했던 자신의 소행에 대한 속죄
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1년 반 정도 지내면서 겪은 현 정권의 특권 계층만을 위한 정책 드라이브와 그에 대한 저항을 폭력적으로
억압하는 권력 행태를 보면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려 했던 노무현 정권의 정치를 새삼 그리워하고 있는
듯도 합니다.
이렇듯 그에 대한 부채의식과 그리움이 그를 지지했었던 사람들마다의 가슴속에 들불처럼 번지고 있습니
다.
눈물의 페이소스는 어찌나 전염성이 강한지요...
사람 사는 세상을 열망했던 그의 철학은 노간지로 대표되어지는 그의 서민적이고 소탈한 이미지와 오버
래핑되면서 다시금 부활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노무현, 그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진정 무엇일까요?
나는 그가 이루고자 했던 정치개혁의 화두는 기득권층의 특권과 반칙을 없애고 보통 사람들의 권리를 복
원시켜 주고자 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탈권위적 정치, 지역 정치 청산 노력, 지역 균형 발전, 부패 정치 근절, 교육 평준화 정책 유지, 과거사 정
리, 언론 권력 개혁, 인터넷 민주주의, 재벌 규제 정책 등등이 바로 그런 것들이 아닐까요?
이러한 수많은 정책과 정치들이 기득권층의 반발과 저항으로 많이 굴절되었고, MB 정권에서 왜곡되고 후
퇴해 버리고 마네요.
수구세력들은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면서 지난 정권의 모든 정책과 이념들을 지우려 했고 그것이 극단적
으로 드러난 것이 이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타살’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의 죽음을 고통에 처한 한 개인의 실존적 죽음으로 밖에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야 어차피 즉자적 사고
의 틀 안에서 여전히 그를 폄하하려 들겠지요.
그런데 전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욕하던 50대 선생님들 중에서 이번 서거를 통하여 마음이 바뀌신 분들
도 계시더라구요.
물론 저는 대북 송금, 이라크 파병, FTA,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부동산 정책등에 대해서는여전히 많은 아
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부분들에 대해 보수 진영쪽의 환영을 받기도 했었지요.
비난의 색깔이 다르긴 했지만 좌 우 모두에게 욕을 먹었던 노무현은 죽음으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습니다.
저는 언젠가 그의 시대정신은 끝나고 그를 넘어서는 새로운 정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적 이 있습니
다. 그것은 참여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진정한 민주주의 정신의 복원이라고 생각했었지요.
‘주권재민’이라는 민주주의의 본원적 가치를 되찾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우리 대한민국은 여전히 절차적 민주주의 완성도 채 이루지 못한 국가입니다.
그런면에서 노무현의 정신은 반드시 이루고 넘어가야 할 미완의 과제인 셈 입니다.
그의 죽음을 보며 누군가는 정말 기가 막힌 승부사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영웅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죽음은 정치 공학적 차원에서 평가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에 대한 훗날의 역사 평가와 그의 정신의 부활은 오로지 우리들의 몫입니다.
집권 여당과 일부 사람들은 이제는 그의 뜻대로 화합을 해야 할 때라고 합니다.
그러나 진정한 화합의 정신은 진실 규명과 사과와 책임이 전제될 때 가능한 것이겠지요.
그리고 그것은 눈물이 피어내는 촛불의 힘과, 그렇게 모아진 수많은 촛불이 밝히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
을 꿈꿀 때 비로소 시작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정치권의 동상이몽을 어떻게 견인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