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금요일
예전에 근무하던 세종증권의 동료지점장들과
술 한잔 했다.
사는 곳이 모두 수원이라
이따금 만나
소주 한잔 기울이며
세상 사는 이야기도 나누는 사이다.
지금은 다 증권판을 떠나
자기 사업이라고 꾸려 가는 처지들인데
엄동설한치고는
제법 자리들이 잡혀 가는 듯했다.
그간
신용불량에 포장마차다, 대리운전이다
숱하게 고생한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내 자신이 감사할 뿐이다.
그런 자리에선
푸근한 이야기가 어울릴 듯하여
별 생각 없이 한마디 했다.
얼마전 삶이 무던히도 고단해 보이던
가락시장 시래기장수 할머니에게
목도리를 둘러주던 대통령의 모습을 보며
나도 눈물지었다는...
덕담 차원의 그 한마디를 계기로
술판은 개판되었다.
나를 제외한 나머지 두명은
정치 이야기만 나오면 눈이 뒤집히는
이 시대의 보통사람이었던 것이다.
소변보러 화장실 갔다오는데
문 밖까지 시끄럽다.
꼴통과 노빠의 악다구니를
힘겹게 인내하던
시간이었다.
서민의 대변자요, 구원자인 양 하던
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되었다.
자칭 별볼일 없다는
시골노인네가 감옥 가던 날
특권층의 주구 현직대통령이 장바닥을 돌며
시래기장수 할머니 이벤트를 연출했으니
그들 노빠나 꼴통이나
피차 가슴에 응어리 진게 많고
할 말도 많긴 많았겠다.
대우건설 사장이
한강다리에서 뛰어 내리던 날
거침없이 터져 나오던
노무현의 적반하장을 경악스럽게 지켜보며
저 친구 대체 저 업보를 어찌 감당하려나 했는데
역시나 모양 더럽게 결말을 맺는 듯하다.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참으로 빤한 주제로
어리숙하게도 해먹었다.
그리고 차라리 쌀직불금을 삥땅치지
게임장은 또 뭔가.
안타까운 마음으로
주문한다.
정치적 보복이니
과거 꼴통정권에 비하면 깜도 아니라는
개 풀 뜯어 먹는 소리 집어치우고
줄 때는 홀딱 벗고 다 줘라.
거짓되고 바르지 못한 쓰레기들
모두 부여 안고 가는 것도
청사에 남을 일이다.
죽어야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