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교에서 사설 모의고사를 보았다.
모의고사 앞에 ‘사설’이라는 단어를 붙인 까닭은 요즘은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학력평가시험과 기존의 중앙 대성 종로등 입시기관에서 주관하는 모의고사가 구별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육부의 입장은 공교육 강화라는 기치를 내세우며 사설 모의고사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 입장에서는 한번이라도 더 실전 연습을 시키고 싶은 바램 때문에 모의고사를 불법적으로 몰래 치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사설 모의고사를 치르기 전 우리반에서 상위권을 다투는 녀석이 심리적 불안감을 느끼며 - 녀석이 지난 번 시험에서 성적이 떨어져 의기소침해 있었다 - 이번 시험을 안 보고 싶다고 한다. 물론 다음 번 시험때는 충분히 준비해서 잘 보겠다고 다짐도 한다.
나는 지금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야 진짜 수능에서도 잘 볼 수 있지 않겠냐며 시험 보는 것을 권유 했는데 녀석이 눈물로 호소하는 바람에 그렇게 하기로 허락해 주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 이었다. 그 소식을 알고 온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역시 상위권에 속하는 서너명이 더 찾아와 자신도 시험을 안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다소 난감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아이들은 기가 약해서인지 시험 공포를 훨씬 많이 느끼고 회피하고 싶어 한다. 다른 반 녀석들도 시험을 치르지 않고 싶어 하는 녀석들이 한 둘 있는 것 같은데 담임선생님이 허락을 안 해주어서 그냥 다 본다.
그런데 우리반 녀석들만 배려를 해주면 다른 반 담임들 입장이 곤란해 질 것 같았다.
시험을 안보겠다는 녀석들한테 시험은 보고 성적 결과가 걱정이 되면 답안지를 제출하지 않는 방법은 어떠냐고 했더니 그것도 싫단다.
결국 우리반 녀석들 6명이 시험을 안 치르고 도서관에서 자율학습을 했다.
다른반은 다 합쳐서 시험 안 보는 아이들이 4명이었다.
당연히 시험 보는 도중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교장, 교감 선생님이 나를 호출해서는 어찌된 일이냐며 물었다. 나는 소신껏 아이들의 입장을 대변해 주고 이해를 요청했다.
시험 감독하는 선생님들도 혼란스러워 했다. 당근 모두 보아햐 하는 시험을 안 보는 녀석들이 6명씩이나 됬으니 말이다.
게다가 수학시험이 끝나고 나서는 시험을 못 본 녀석 두명이 답안지를 안 내겠다고 하는 바람에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나 보다.
여러분들이 교사라면 어떻게 지도하겠는가?
전통적 모델에 따라 담임의 권위로 통제해서 아이들의 쓸데없는(?) 걱정이나 요구 따위는 아예 원천봉쇄해서 당근 모두 다 보게 할 것인가...
다양한 아이들의 차이를 존중해서 학교에서 합법적으로 보는 시험이 아니니깐 유연하게 배려해 줄 것인가...
모의고사가 아니고 보충수업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이들이 하기 싫다고 안하는 것은 교사의 몫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고 안하겠다는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아이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과목중심으로 자신들이 선택해서 보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변화하는 아이들을 아이들 눈높이 맞춰서 이해하고 그 아이들을 교육적 목표로 끌고 가는 것이 교사의 기본자세라고 할 때....점점 나약해지고 참을성이 없는 아이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이고, 아이들에게서 긍정의 힘을 찾아내고 그것을 발현시켜 주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교육적 목표에 이르는 다양한 과정의 스펙트럼과 그 때의 각각의 가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