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인구 3백만
신문마다 수많은 골프레슨 기사는 있어도
골프에 대한 이야기 컬럼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이 즐기면서도 사회 분위기상
공개적으로는 서로 침묵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숨어서 즐기는 것이다.
골프를 치는 이유에 대해서 여러 생각이 있겠지만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들고 공감이 가는 것은 김정운 심리학 교수의
Story telling적 관점이다..
오늘날 중년의 남자들에게는 남의 이야기는 있지만
자신들의 이야기가 별로 없다.
자신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상실한 중년들에게
골프만큼 공통의 우리 이야기를 만들어 주는게 없는 것 같다.
나 자신의 이야기가 없는 이들은 남의 이야기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데
정치 이야기나 연예인, TV , 스포츠 이야기 등 이다..
정치나 연예인이나 TV는 끊임없이 자기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데
우리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가 있는 삶은 참 행복하다.
술먹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와 4~5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것은
골프와 더불어 뭐가 있을까?
술이 없어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은 것은
어색함 조차도 잊어버릴 정도의 몰입인 것 같다.
지난 100년 동안 미국대통령 18명중 15명이 골프를 좋아했던 사실은
그들도 업무 이외에 골프만큼 몰입 할 수 있는 것이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던게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가 오래 전부터 익숙한 것은
밤새 술에 몰입하면서 남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온 것이 나만의 경우는 아닐 것이다.
또한 골프는 상당한 비용을 요구한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골프장 건설 비용이 3배가 많이 든다고 한다.
평지가 아니고 세금이 많아서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가격형성의 원리인 공급보다 수요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골프장이 300개가 넘는데도 수요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은
그 수요의 원인인
바로 자신들의 이야기와 몰입이 있기 때문이다.
골프의 접근성과 형평성에 다양한 이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짤릴 각오하고 죽어라 치는 한국의 공직자나
에어포스 원에서도 퍼팅 연습을 하는 미국 대통령이나
마누라의 눈총에 뒷통수가 따가운 월급쟁이 주말 골퍼나
노부부가 움직일 힘만 있어도 나가는 경우가
바로 몰입을 통한 이야기거리가 있는
몇 시간의 축제이며
누구 말처럼 어른들의 ‘소풍’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골프를 본격적으로 친 것은 3년이 채 못 된 것 같다.
동네 친구 박래순이 압구정동에 골프아카데미를 개설하면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맘 먹고 연습하기 시작했는데 같이
동문 수학한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 중에서도 우제학과 정우영이랑 치면 골프의 즐거운 블랙홀에 빠져들게 된다.
다들 비슷하게 시작했지만
나보다 한 수 위인 제학이를 슬슬 약 올리면서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
그 기분은 정말 말 못하는 즐거움이다.
그리고 나보다 연습을 많이 하는 우영이보다 잘 쳤을 때의 뿌듯함은
그 또한 말 못 할 해피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진다.
더불어 두 가지 즐거움을 못 느끼고 내가 헤맬 땐 스스로에게 느끼는 열패감 또한
다음을 기약해야 하는 말 못 할 스트레스임이 분명하다.
이번 주 수요일 주중 번개 라운딩.
안쓰던 휴가까지 내었다.
이성민군의 감동스러운 열정으로 출발한 우신4회 골프회……
어렵게 수면위로 끌어 올린 이 모임에 처음으로 참석하게 된다.
평상시 필드 경험과 연습이 부족한 나로서는 다소
설레임과 긴장이 교차하나 지금 와서 어쩌겠는가?
얼마간의 운이 따라 주기를 바랄 뿐…..
참가하는 친구들 모두 어디에선가
33도의 날씨에도 땀 흘리며 허공을 가르며 연습하고 있을 것을
익히 짐작하고 있다.
만나서는 연습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겠지만…….
바로 너…너……너
항상 머리 얹는 기분인
초짜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빈자리 메우는 일 밖에 없지만
가끔 나가는 것도 마누라의 심기를 살펴야 하는 나로서는
앞으로는 초삥인 제가 땜빵하는 일이 없도록 많은 친구들이
Story telling과 몰입의 장에 적극적인 참석이 있기를 바라는 바 입니다.
ps)그리고 내 애인과 라운딩할 때 찍은 사진 올려 놓았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상의 백스윙과 탑 자세이니
정말로, 진짜로
한가하신 분은 위의 파일을 열어 보시기 바랍니다.
특히 어깨 턴에 소홀하신 분은 우측으로 완전히 턴한
그녀의 모습을 입력시켜 놓기 바랍니다.
언제 모임에 델꼬 나가겠습니다.
게임도 한번 주선 하겠습니다.(선착순)
날씨 정말 짜증나게 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