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네티즌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연합뉴스 서한기 기자의 기사를 읽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와 과학갤러리, 과학기술인연합 등의 젊은 연구자란 익명의 인물을 동원해 작성한 이 기사는 "학자로서 사망선고를 받은 황우석 박사의 최고과학자 지위를 지금 당장 박탈해야하며, 과학자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만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는 부작용만 초래하는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이런 주장을 담은 기사가 나온 배경에는 기사 안에도 들어 있는 내용이지만, 과학기술부가 황 교수의 소속기관인 서울대 징계위의 최종 징계결과를 지켜보고 난 뒤에 최고과학자 지위철회 문제를 논의하는 게 순리라며 최고과학자 지위철회를 서울대 징계위 이후로 연기하기로 한 결정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이런 결정은 서울대 조사위의 최종 결과발표가 나온 직후인 지난 11일 최고과학자 선정위원회를 열어 황 교수의 최고과학자 지위를 취소하려던 당초 방침을 바꾼 것이라고 한다.
이 기사는 명백히 의도가 있는 엉터리 기사다. 왜 이런 기사가 나오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 황우석 박사를 어떻게든 음해하려는 의도가 없다면 나오기 어려운 음해성 기사다. 사실 이런 종류의 기사는 과거 조중동이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단골로 써먹었던 수법의 연장선상에 있다.
기자의 실명까지 거론한 만큼 왜 의도가 있는 엉터리 기사인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겠다. 이 기사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과학기술부가 논문조작 사태를 야기한 황우석 교수의 `1호 최고과학자' 지위 취소 여부를 서울대 징계위원회의 징계 이후로 미룬데 대해 젊은 과학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이 기회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분으로 설치한 최고과학자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자 사회의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만을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기 때문이다."
기사작성의 요령만으로 본다면 훌륭하다. 뒤에 첨부한 기사를 보면 알겠지만, 기사의 머리에 나오는 첫 문장을 기사의 리드라고 부르는데, 기사의 리드에 그 기사가 보여주고 싶은 의도가 압축돼 있어야하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리드만 봐도 무슨 얘긴지 금방 알 수 있다는 점에서 "기술적으로" 잘 쓴 기사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인가.
이러한 주장성 기사의 입증 근거가 빈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대략 독자들은 이 부분을 잘 모른다. 언론사 전체에 비하면 쌀 한톨 정도도 안되겠지만, 여하튼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의 권력은 바로 독자들이 잘 모르는 이 부분에서 나온다.
입증 근거를 입맛대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조작을 대부분의 경우 독자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처럼 훈련된 독자나 서프라이즈의 독자처럼 네트워크화된 고양된 지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이런 함정을 피해나가지 못한다.
서한기 기자(실명을 거론해서 죄송하지만)가 이러한 리드 기사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기사문장으로 시작한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와 과학갤러리, 과학기술인연합(scieng) 등의 젊은 연구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다. "
이 문장의 특징은 익명성이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가 공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과학갤러리(이건 또 뭐하는 단체지?)나 과학기술인연합의 공식적인 입장도 아니다. 대개 여기서 동원된 단체(인지 아닌지도 불분명하지만)의 공식적인 입장이 되기 위해서는 "성명서"나 "논평"의 형태를 띠어야만 한다.
정당에서 성명이나 논평이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명이나 논평을 대변인이 발표하지만, 이것은 대변인의 사견이 아니다. 소속정당의 공식적인 입장인 셈이다. 실제로 성명이나 논평은 상당한 고려와 어떨 때는 당 최고지도부의 재가를 받은 다음에 나온다. 그러나 서한기 기자의 기사를 보면 그가 동원한 단체인지 아닌지 모를 몇몇 조직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해 보인다.
여기서 기자의 기지가 발휘된다. 공식 입장은 물론 아니다. 그래서 몇몇 연구자가 익명으로 올린 글이 근거로 제시된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나 과학갤러리, 과학기술인연합이 인터넷에 어떤 게시판을 갖고 있는지도 나는 전혀 모르고, 그것이 만일 게시판 형태를 띠고 있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글을 올리는 지도 모른다.
그러나 필경 이 기자가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몇몇 아이디의 익명성 인물들이 올린 글보다는 많은 글들이 올라와 있을 것이며, 거기에는 찬반양론이 있을 게 틀림없다. 서프라이즈의 게시판은 대략 황빠 분위기이긴 하나 황까 분위기의 글들도 많이 올라오는 것과 같은 이치에서다.
기자는 누구의 견해가 대표성 있는 견해인지 알아 볼 길이 없다. 물론 서프라이즈처럼 울트라뷰, 베스트뷰, 해우소 등으로 등급화돼 있다면 대표성 있는 견해가 뭔지 짐작은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사이트는 극소수다. 이 기자가 근거로 댄 아이디의 글들이 올라와 있는 게시판도 그렇지 않을 확률이 더 높다.
이런 식으로 기사를 쓴다면 서프라이즈의 익명 네티즌을 동원해 이와 정반대되는 기사를 수백개 수천개 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기사의 결정적인 취약점은 반론이 없다는 점이다. 익명성의 몇몇 사람을 동원해 이런 류의 기사를 써더라도, 마지막에는 이에 대한 반론의 의견도 있어야만 한다. 비록 그들이 소수라 할지라도 반론은 반드시 들어가야만 한다. 한문장으로 요약해서 반론해도 괜찮다. 그것이 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기사가 나왔겠는가. 이 기사의 리드 문장은 사실 기자 개인의 견해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라고 나는 분석한다.
만일 이것이 기사가 아니라 컬럼이었다면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 컬럼은 개인의 견해가 깊이 반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컬럼이 공익성을 담보한 좋은 컬럼이 되기 위해서는 개인의 견해라 하더라도 정교한 입증논리를 갖춰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나쁜 컬럼일 뿐이다.
그러나 컬럼이 아니라 기사의 형태로 나가는 것들이 이러하다면, 그것은 단순히 나쁜 기사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해악적인 기사다. 왜냐. 기사란 대개 팩트의 전달이란 객관성이 전제되고 있고, 이런 기사를 읽는 독자들도 그러하다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의 주관을 객관성으로 포장해 독자를 세뇌시키려 드는 것이야말로 가장 우리 사회에 해악적인 폭력이다. 조중동의 해악도 바로 객관을 가장한 주관의 전파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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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황박 관련 기사를 보면 너무 편파적이란 생각이 든다.
나와 별 상관없는 분야이기는 하지만, 언론들의 무조건 뒤집어 씌우기와
무조건 매장시키기를 (교묘하게 위장하지만 대부분 알아차릴 수 있는)
보면 오히려 황박에게 마음이 간다. 오히려 그가 다시 일어섰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이런 마음을 두고 진중권이는 애국'질' 함부러 하지 말라고 했다지....
참 x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