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고혈압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한지 10년이 되어간다
요즘 살도 찌고 가끔 담배도 손을 대지만
이 글을 읽고 고혈압약은 열심히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혈압이 있는 친구들 참조하길...
병, 의사에 관한 이야기 38 ~ 40
번호 151237 글쓴이 ASH 조회 3764 점수 350 등록일 2006년9월16일 15시45분 대문추천 7 정책 1
어떤 병에 걸려서 그 병의 증상으로 혈압이 올라가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에는 원래의 병을 치료해 버리면 증상인 혈압도 없어집니다. 즉 완치(cure)할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는 다른 병으로 인하여 2차적으로 고혈압이 생겼다고 해서 2차성 고혈압(속발성 고혈압, secondary hypertension)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2차성 고혈압 환자는 전체 고혈압 환자의 5% 미만입니다. 당연히 2차성 고혈압일 경우에는 치료가 혈압약이 아니죠. 원래의 병을 치료해 버리면 되니까요. 병이 치료될 때까지 임시로 쓸 수는 있겠지요. 그러므로 이러한 2차성 고혈압은 대사증후군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우리의 관심은 1차성 고혈압(원발성 고혈압, primary hypertension)입니다. 본태성 고혈압(essential hypertension)이라고도 합니다. 왜 혈압이 생겼는지를 자세히는 모릅니다. 원인이 이러이러하지 않을까 하는 정도만 추정할 뿐입니다. 그리고 완치할 수는 없고, 그저 조절(control)하는 것으로 만족합니다. 언젠가는 완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는.
공부 디럽게 못하는 넘도 어쩌다 한번쯤은 시험 잘 볼 수도 있습니다. 단 한번의 성적만으로 그넘이 공부 잘한다고 평가해서는 안됩니다. 혈압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번 측정해서 평균을 봐야 합니다.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재면서 2주간 정도 해보면 될 것 같습니다. 1주일에 한번씩 한 달간 잰다고 뭐라 할 사람은 없습니다. 고혈압의 정의는 140/90 이상이며, 정상은 120/80 미만이라고 하였습니다. 139-120/89-80에 해당되는 사람들은 정상도 아니고 고혈압 환자도 아닙니다. 이 경우를 고혈압 전단계(prehypertension)라고 합니다. 위의 혈압과 아래 혈압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할 경우에는 어느 쪽이든지 더 나쁜 쪽으로 인정합니다. 자동차 바퀴 하나 펑크 나나 둘 펑크 나나 갈 수 없기는 마찬가지인 것과 같습니다.
고혈압 전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은 정상 혈압에 속하는 사람들보다 나중에 고혈압으로 가는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이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아직 고혈압이 아니라는 것에 중점을 두지만, 의사들은 정상의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을 더 중요시합니다. 그리고 의사들의 견해가 더 옳습니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병에서는 99점은 필요 없습니다. 100점만이 중요합니다. 고혈압 전단계에 속하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서 한 쪽은 관찰만 하고, 나머지 한 쪽은 약을 먹이면서 장기간 추적관찰을 했을 때, 약 먹인 쪽이 예후가 훨씬 좋았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약 먹이자는 쪽으로 가는 추세입니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이래저래 의사들만 신나게 생겼습니다.
고혈압 환자인데도 불구하고 조절을 하지 않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조심하면서 신경 쓰고 있다고. 무엇을 조심하고, 어떻게 신경 쓰느냐고 물어봅니다. 다들 입으로만 조심하고, 말로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사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법으로써 조심하면서 신경 쓸 방법이 없거든요. 앞에서 말한 생활습관의 개선에 대해서 완벽하게 할 자신 있습니까? 그리고 그것 완벽하게 해도 많이 내려가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정상을 벗어나 있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 생활습관의 개선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비율은 미미합니다.
혈압을 낮추는 방법은 생활습관의 개선 외에 약 먹는 것입니다. 돈 들고 귀찮아서 그렇지 효과는 가장 좋습니다. 사람마다 먹는 약의 종류나 가지 수는 다릅니다. 갑자기 혈압을 낮추어 버리면 어지러워서 힘듭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내립니다. 약을 어느 정도까지 올릴 것인지도 환자마다 다릅니다. 미리 예측할 수도 없습니다. 혈압이 상당히 높은데도 소량의 약만으로 조절되는 환자가 있는가 하면, 약한 고혈압인데도 다량의 약을 필요로 하는 환자도 있습니다. 약에 대한 개인의 반응 차이 때문입니다.
저는 환자에게 물어봅니다. 싱겁게 먹고, 뱃살 줄이고, 담배 끊고, 술 줄이고, 운동 열심히 할 것이냐, 아니면 니 맘대로 하면서 약 먹을 것이냐 하구요. 제가 지금까지 의사노릇 하면서 전자의 방법으로 하겠다는 사람 단 한 명이라도 봤으면 소원이 없겠습니다. 저부터도 그 방법은 못합니다.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가장 효과 없는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그냥 약 먹는 것이 편합니다. 해마다 수능시험 끝나면 높은 사람이 TV에 나와서 얘기합니다. 고등학교과정만 충실히 따른 학생들은 다 풀 수 있는 문제만 출제했다고. 그 말 거짓말 아닙니다. 그러므로 자식들 한번도 학원 보내지 않고 학교수업만 충실히 따르도록 교육시킨 사람들은 저를 비난할 자격 있습니다.
노인들의 경우 확장기(이완기) 혈압은 정상인데, 수축기 혈압만 올라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고혈압입니다.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isolated systolic hypertension, ISH)이라고 합니다. 혈관이 너무 딱딱해서 심장으로부터의 파동이 말초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속도의 증가 때문에 수축기는 더 올라가고 확장기는 오히려 더 내려가서 생기는 것이라고 합니다. 더 자세한 기전은 알 필요 없습니다. 그런데 수축기를 하향조정하면 확장기가 너무 낮아져 버립니다. 하지만 높은 수축기와 정상 확장기의 경우가 정상 수축기와 낮은 확장기보다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기 때문에 고립성 수축기 고혈압도 조절해야 합니다.
사족) 너무 자세히 알려고 하지 마십시오. 다칩니다. 의사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정도까지 공부하려면, 이런 속도로는 1년 가지고도 안됩니다.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좀 바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