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비토세력 (sbadco) 조회 : 851 점수 : 347 날짜 : 2006년7월19일 12시03분
북한이 미사일을 시험발사하여 국제적으로 고립무원이다. 유엔의 대북결의안이 안보리에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고, 우리정부도 비료와 쌀지원을 거부하면서 점점 대화의 창구마저 닫힐 위험이 높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사회의 일각에서는 정부의 대북정책이 미온적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1. 북한은 왜 벼랑끝 전략을 반복하는가?
1994년에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추진하여 한반도를 전쟁위기로 몰았다. 결국 그렇게 해서 미국과의 대화에 성공하고 제네바 합의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들은 이미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되어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었고 내부의 경제적 어려움까지 겹치면서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농축우라늄 핵개발 프로그램은 제네바합의의 이행이 지연되고 확신을 주지 못하면서 나온 것이다. 미국은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하지만 북한은 아직 그런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한 바가 없다. 그것을 계기로 6자회담이 시작되고 관계국들이 수차례 대화를 나눴다. 서로 완전히 다른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국들 간 대화가 처음부터 그리 순조롭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겨우 원칙적 합의문을 작성하였지만 구체성이 없는 선언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관계국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서 교착상태라고 판단할 수 있는 형국이다. 거기에 위폐문제의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미국은 금융제재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아사상태인 북한의 경제사정은 도저히 살아날 길이 없어진 것이다. 그래서 금융제재를 해제하지 않으면 6자회담에 응할 수 없다고 주장하며 북미 직접대화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미국의 반응은 냉랭했다.
결국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라는 카드를 빼어 들었다. 특히 이란의 핵개발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하며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조차 식어가던 상황에서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역시 미국의 반응은 차가웠다. 금융제재를 완화하기는커녕 직접 대화의 창구도 점점 막혀버렸다. 결국 시험발사를 강행하고 만 것이다. 어차피 현재의 상태로도 체제를 유지하고 국가로서 존립하기 어려운 처지였기 때문에 절박한 카드마저 소진하고 말았다. 역시 국제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오히려 유엔의 결의안과 강대국들의 압박이 강화되고 있을 뿐이다.
결국 그들의 입장에서는 살길을 찾는 것이지만 외부에서 보기에는 죽음의 길로 나아가는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길로 걸어가고 있다. 그들이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지 않았어야 하지만 그렇더라도 그들이 살길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로도 존립의 한계가 아닐 수 없다.
2. 강대국들의 태도
미국은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한 압박으로 그들을 굴복시키려한다. 과거 민주당의 클린턴 정부가 합의한 기본적인 틀을 모두 부숴버리고 강경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대화도 직접대화는 기피하고 6자회담만 고집한다. 주변국들의 협조와 담보를 이끌어 내려는 속셈도 있을 것이다. 비용의 부담을 나누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합의가 어렵거나 불가능한 시스템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을 받아내려는 고집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그런 방식으로는 한반도의 위기가 높아질 뿐이다.
일본은 북한의 악행을 부각시키고 그것을 빌미로 자국의 보통국가화와 군사대국화를 추진하려는 속셈을 드러내고 있다. 미사일 발사를 놓고 가장 강력한 대응을 주장한 것도 그들의 속셈의 일단으로 보인다. 선제공격론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그렇기에 6자회담에서 일본은 합의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회담의 한축을 담당하는 국가가 회담의 결과보다는 다른 부수적 효과에 집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점에서는 우리와 이해가 일치한다. 북한이 붕괴하고 나면 군사적 경제적으로 중국이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또 자칫하면 미국의 핵위협이 중국의 턱밑까지 다가올 위험도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통일이라는 미래는 악몽처럼 느낄 것이고 이점에서 우리와는 이해관계가 갈린다. 또 북한의 붕괴가 중국에게 많은 비용의 부담을 안길 것이기 때문에 붕괴를 막아야할 입장이다. 그러나 미국, 일본등 서방세계와의 교류를 통하여 경제적 발전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북한을 지지할 수는 없는 처지이다.
러시아의 경우도 중국과 유사한 입장에 놓여 있다. 한반도의 통일은 미국의 핵위협이 더욱 바짝 다가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북한만을 일방적으로 편들고 있을 처지는 못된다. 그들의 경제발전도 역시 서방세계와의 교류와 개방을 통하여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반도에서 절대로 전쟁이 일어나거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것은 우리의 생명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급격한 붕괴는 우리경제에 엄청난 부담과 혼란을 안겨줄 핵폭탄이다. 결국 북한의 점진적 안정과 개혁개방을 통한 상호협력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등의 주장을 무시할 처지가 못되는 것이 현실이다. 난처할 수 밖에 없다.
북한은 강대국들의 틈바구니에서 자신들의 살길을 모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의 바램처럼 개혁개방의 속도나 민족공조의 확고한 태도가 보여지지는 않으나 의지할 곳이 없는 절박한 처지인 것은 분명하다. 미국등의 주장에 순순히 잘 따르는 것이 자신들의 살길이라고 믿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키고 그것을 지렛대로 하여 뭔가를 얻어내려 하는 것이다. 현재의 상태로도 그리 살길이 없다는 것도 문제를 일으키는 하나의 원인이다.
3. 대한민국의 선택
우리사회의 수구세력들이 연일 강경대응을 주문하고 있어서 걱정이다. 그들의 주장은 한결 같이 한미일 공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정황상 한미일 공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그런 주장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공조를 안 하는 것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그들의 주장을 수용하여 공조를 이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원한다. 점점 강도를 높여서 그들을 굴복시키려 한다. 일본은 심지어 선제공격론까지 공공연히 주장할 정도이다. 그들과의 공조가 의미하는 것은 그들의 그런 주장에 동조해야 가능하다. 그들의 주장에 반박하면서 공조를 유지하는 것은 그리 가능하지 않다. 국제관계가 인간적인 정으로 서로 연합하고 협력하는 것도 아닌데 무슨 수로 다른 주장을 하면서 공조를 하겠는가? 공조가 가능한 범위는 한반도의 전쟁위기를 증대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생명에 위협이 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의 강경대응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좀 깊이 생각을 해야 한다. 지금 북한이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완전히 코너에 몰려있다. 그것은 곧 한반도의 전쟁이나 군사적 충돌의 위험도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너에 몰려서 도저히 살아날 길이 없어지면 그들이 모험적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뿐이다. 그들을 더욱 몰아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정부의 대응이 너무 미온적이라고 보는 사람들은 북한의 모험적 군사도발을 각오하고 하는 주장인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정부는 그동안 일관되게 정경분리를 원칙으로 견지하였었다. 그리고 그것은 옳았다. 한반도의 긴장도 많이 완화되고 전쟁의 가능성을 현격히 낮추는데 기여를 했다. 북한도 우리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많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미사일사태를 맞아서 정부는 그런 기조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말았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까지 중단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비료와 쌀지원은 이럴 때 일수록 북한이 우리에게 의존도를 높여갈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국제적 고립에 처한 그들에게 우리가 일관되게 인도적 지원을 지속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앞으로 대화는 우리를 창구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일단 강력한 항의입장을 표명하고 지원을 잠시 유보하는 정도라면 동의하지 못할 것도 없으나, 인도적 지원을 정치군사적 이유로 중단한 것은 많은 명분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기와에 취해진 조치라면 현재의 상황에서 대화를 지속할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정부의 조치가 너무 과도한 데까지 나아갈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을 모험적 군사행동을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몰아가는데 동의한다면 우리는 쉽게 한미일 공조로 북한을 압박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라면 단호히 반대의 입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강대국이 그들을 점점 사지로 몰아간다면 우리라도 지원을 늘려서 그들이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도록 다독여야 할 것이다. 생명에 위협을 느끼면 쥐도 고양이를 물어뜯는 법이다. 우리의 목표는 한반도의 전쟁억제와 긴장완화여야 한다. 흡수통일도 북한정권의 붕괴도 우리에게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다.
북한을 안돈시키면서 한미일 공조도 유지할 수 있다면 최선일 것이나,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한미일 공조보다는 민족공조가 우선이다. 이것은 극단적으로 전쟁이냐 평화냐의 선택이 될 수도 있는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에 쉽게 감성적으로 마구 주장할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 일각의 수구냉전 세력들은 제발 자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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