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이야기 구워먹은 언론이야기
번호 150552 글쓴이 일산사람 조회 2433 점수 965 등록일 2006년9월14일 14시26분 대문추천 10 정책 1
오늘 오전 포털사이트 초기화면에 먹음직한 새우구이 사진이 있어 클릭해보았더니 조선일보기사가 링크되어 있다. 열어보지 않았고 소제목을 보니 ‘새우를 둘러싼 4대 의혹’이란 단락이 쓰여 있는데.. 새우도 바다에 사니 이 참에 궁금증을 한번 끄집어낸다.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바다이야기’ 에 대한 기사가 요즘은 전멸이다. 조중동이 앞장서서 ‘유사이래 최대의 권력게이트, 참여정부 실세 개입, 친노세력 정치자금의혹’ 등 온갖 수식어로 세상을 뒤집어 놓은 것이 불과 1달도 되지 않았다. 열흘 넘도록 1면은 물론이고 몇 면을 도배하며 나라가 곧 망할 것처럼 방정을 뜨더니 일주일 가까이 기사가 없다.
역대 게이트 사건을 돌이켜보면, 이권과 뇌물이 연관된 사건 하나가 세상에 노출되고 주역들이 언론에 집중 조명되면서 무슨 게이트라고 이름이 붙어진다. 추측과 소문이 무성한 가운데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정치권은 청문회를 열고 난리법석을 뜬 끝에 결국 몇몇이 구속되면서 종결된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는 것은 언론이고, 특종을 노리면서 끝까지 100% 생중계를 해오던 것이 이들이었다.
그런데 바다이야기는 다르다. 게이트 사건으로 한 번 찍혔으면, 검찰수사가 한참인 지금쯤이면 각 언론의 보도진이 검찰 주변에 진을 친 가운데 특종을 캐기 위해 정보망을 총동원,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고 연일 검찰공보관의 공식발표와 검찰 내 유력소식통 등을 인용하면서 지면을 도배할만한데 목하 침묵 중이다. 게이트 사건에 대한 언론의 변신, 이 또한 유사이래이다.
돌이켜보면 권력게이트가 침묵으로 변한 정황, 즉 가파르게 올라가던 곡선이 아래로 꺾였던 변곡점이 있었다. 언론이 30조 시장 이권을 둘러싼 의혹 어쩌고 하면서 상승모드로 치솟던 시점에 몸통인 상품권에 대한 실체가 드러나고, 상품권 발행업자가 삼성패밀리인 보광과의 연관성이 대두되고, 여기에다 언론사들이 상품권발행사들의 주주로 참여함이 밝혀지면서 상황이 급전직하하더니 침묵모드로 들어섰다. 사주가 보광과 관련 있는 중앙일보의 경우 바다게이트 소동의 말미에, 상품권시장의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친척회사를 걱정하는 투의 기사가 보이고 이후에는 매우 잠잠해졌다.
또한 조중동이 주목하던 인물로 유진룡이 있다. 인사조치에 반발해 청와대에 정면도전하는 용감한 인물로 그려졌고, 바다이야기 게이트에 대항하다 미움 받은 희생양으로 대접받았다. 그랬던 그가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는 과정에서 상품권정책 핵심이었던 실무국장으로 대두되고 급기야 출국직전에 출국금지되면서 검찰수사대상에 올라가자 이제는 찬밥에 도토리 신세이다. 지금은 어떤 언론도 화제에 올리지도 감싸지도 않는다.
바다이야기의 흐름을 되짚어 보면 주류언론의 몸통을 그릴 수 있다. 진실을 밝히는 정의의 사도처럼 설치다가도 자신들의 치부로 연관될 것 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하여 좌판을 걷어내고는, 다른 먹잇감을 올려놓고 시선을 돌린다.
세상이 밝아지려면 세상을 밝히는 등불부터 투명하고 깨끗해야 한다. 이권과 부패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언론, 치외법권대우를 요구하면서도 광고주와 이권 그리고 그들만의 이너써클에 둘러싸인 언론은 등불 속에서 파닥거리면서 타고 있는 부나방일 뿐이다. 더 추한 꼴을 보기 전에 어서 거둬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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