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권상정을 금지하자고요?
등록 : 비토세력 (sbadco) 조회 : 685 점수 : 217 날짜 : 2006년5월3일 18시03분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에 의한 법률안 처리를 막는 입법에 나선다고 합니다. 어제 사학법 재개정을 조건으로 걸고 민생관련법의 처리를 저지하려 했으나 실패하자 나온 반응입니다. 아마도 직권상정이라는 제도가 원망스러웠던 모양입니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정상적인 입법절차에 반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소관 상임위에서 법안을 심의하고 법사위를 거처서 본회의에 올라가는 것이 당연합니다. 우리나라의 법률 중에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으로 통과된 법률은 거의 없습니다. 어제 통과된 법률들이 시급한 민생관련 사안들이라도 급하다는 이유로 직권상정하고 바로 표결에 들어가는 것은 정상적인 절차에 위배됩니다.
그런데 소수당이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하여 의사진행을 막는다면 정상적인 절차로는 법률안의 통과가 불가능합니다.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및 민주당의 의석을 합하면 분명히 과반수를 훨씬 넘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상임위에 상정도 못하는 상황이라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은 사학법의 재개정입니다. 그것은 다른 법률안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하려면 사학법을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의견을 절충하면 되는 일입니다. 그래도 소수당이라 관철이 안되면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법률안의 심의를 막으려고 하는 행동은 의회민주주의를 망치는 일입니다.
과거 한나라당은 국민여론과 배치되는 대통령의 탄핵안까지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일이 있습니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하면 어제의 직권상정을 비판할 처지가 되지 못합니다. 헌정의 중심인 대통령의 직무정지를 숫자놀음으로 이해하던 정당이 직권상정을 문제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한나라당은 직권상정을 제한하는 입법을 논하기 전에 직권상정의 명분을 제공한 것에 대하여 스스로를 돌아볼 일입니다. 의회가 서로 다른 견해를 내놓고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소수가 자신들의 의사를 관철하기 위하여 다수를 제압하려 드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사학법은 사학법이고 다른 법률안은 또 다른 사안입니다. 민생을 볼모로 삼는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서로 연계시켜서 민생을 외면하는 모습은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국회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서로 관련이 없는 사안들을 연계하여 의사진행을 막고 물리력을 행사하는 행위를 막는 법일 것입니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의사가 무시될 때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항의는 집단퇴장일 것입니다. 퇴장도 하지 않고 물리력으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에 대하여 금지시키는 법률을 제정해야 합니다.
직권상정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입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대립하는 경우에 국정이 마비되는 최악의 경우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한나라당은 사학법의 재개정이 뜻대로 안되면 또 다시 의사일정을 방해하여 소수의 뜻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런 모습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국민의 의사와 여론을 존중하는 진정한 의미의 대의정치를 할 때 입니다.
대의정치란 당선된 국회의원이 국민의 의사에 반하여 무슨 짓을 해도 좋다는 특권을 부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국민의 의사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입법권을 사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대의정치입니다. 소수의 저항은 국민의 여론이 압도적인 지지를 보일 때에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다시는 의사진행을 방해하고 몸싸움과 욕설이 난무하는 국회를 보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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