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얼치기 전교조 조합원이다.
얼치기 라는 수식어를 붙인 이유는 조합비는 달마다 꼬박 꼬박 내고 있고 집회나 모임에 가끔 얼굴을 내 밀고는 있으나 적극적인 분회 활동을 통해 전교조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을 힘있게 꾸려 내고 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운동가로서의 전망을 갖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그렇게 활동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전교조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에 대하여 동의하고 있으며 전교조가 진정한 교육 대안 세력이라고 믿고 있다.
사실 나는 합법화 이전 전교협 시절... 참교육 실천에 열심히 활동한 편이었다.
그러다 전교조가 합법화 되면서 조합주의적 투쟁에 주력하면서 활동이 뜸해졌다.
교육 운동이 사회 운동과 맞물려 있기에 정치투쟁도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교권과 학생권을 더욱 신장 시켜 나가야 한다는 사실에 나는 동의한다.
그런데 싸움을 잘 못하는(?) 내게 있어서 지도부의 투쟁 드라이브는 다소 부담스러웠고 그래서 아마 그 때부터 조합 일에 소극적이 되어 갔던 것 같다.
그렇게 얼치기 조합원이지만 요즘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시선이 냉담한 것에 대하여 마음이 아프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주경복 후보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전교조 자체에 있다는 냉엄한 사실에 자괴감 마져 든다.
우리 교육을 전교조에 휘둘리게 할 수 없다는 공정택 후보의 슬로건이 강남 및 유사 강남 계층들의 표 결집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 기사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어쩌다 전교조가 이렇게 되었을까...
솔직하게 이야기 하자면 주경복 후보 - 전교조 후보가 아니라 시민 후보라고 우겼지만...-의 교육 공약이나 정책들이 얼마나 대중들의 마음에 와 닿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공정택 후보가 솔직 찬란하게 이명박 대통령의 교육 정책과 한마음으로 수월성 교육, 경쟁 교육을 내 세웠을 때 그게 자신의 이해관계에 팍팍 와 닿는다고 생각한 유권자가 많았을 것이다.
문득 홍세화의 ‘존재의 배반 의식’이 떠 오른다...
전교조가 참교육을 이루려고 하는 가치와 정책들에 대하여 일반 국민들은 과연 얼마나 호응하고 있는 것일까...
참고로 참교육이 지향하는 가치는 민족 민주 인간화 교육이다.
그런데 현재의 대한민국 입시 제도 아래서 이게 도데체 얼마나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어느 친구가 전교조는 빨갱이 아니냐고, 순진한 아이들에게 의식화 교육 시키지 않느냐고 반문하였을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가슴이 먹먹하였다.
2010년 학교 선택제를 앞두고 학교 현장에서는 저마다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우수반 실시, 0교시 부활, 야간 자율 학습 연장, 생활 지도 강화등의 움직임이 가열차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지금 고등학생이라면 이런 현실 앞에서 내 감수성의 레이더는 어떻게 반응할까?
학교 생존이라는 이데올로기 앞에서 전인 교육이라는 가치는 점점 협소해 지고 만다.
국제 중학교 신설, 자립형 사립고와 외고 확대등 무한 경쟁이 현실화 되는 상황 속에서 전교조는 일반 대중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교육 선진국 핀란드처럼 수월성 교육과 공동체 교육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대안을 전교조는 만들어 나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