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는 마누라가 미소를 지으며 토스트를 구우며 계란 후라이까지 했다. 역시 역사는 밤에 쓰는 것이다. 이성계가 위화도 회군을 했듯이 말이다. 그걸 도둑놈처럼 밤에 했는지는 모르지만.
기분이 좋아서 출근길에 마누라에게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라고 했으나 마누라는 히뜩 눈꼬리를 치뜨며 안 된다는데 왜 또? 했다. 난 차마 그걸 키워서 잡아먹겠다는 말은 못했는데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꾹꾹 누르고 점잖게 말했다. 이게 다 너 좋으라고 그러는 거야. 왜 말 길을 못 알아듣니? 그러나 낼름 말 꼬리를 잘라먹는다. 아침부터 힘 빼지 말고 빨리 가!
그것 하나도 못 사줘? 씨발. 욕을 하자 마누라는 화가 났으나 역시 프로 마누라답게 암만 교회 다니면 뭐해, 사람이 돼야지라며 예수처럼 화를 뭉그러뜨렸다. 난 더 신경질이 나서 졸랐다. 강아지 한 마리만 사달란 말이야. 그러나 마누라의 고집은 그 집안 내력이다. 안 된다니까 자꾸 그러네. 둘째 아이 천식에 강아지 털은 독약이야. 강아지 때문에 애 죽일 거야? 그리고 겨우 그 월급 갖고 강아지 키울 돈이 어디 있어? 애들 학원도 보내야 되는데.
난 싸늘한 논리의 벽 앞에서 울고 싶었다. 그래도 난 강아지가 필요하단 말이야. 당장 오늘 사 와, 개새끼야!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제 정신이야? 출근길에? 제발 욕 좀 하지마! 출근길? 출근길만 아니라면 난 멀리 도망가고 싶었다. 그러나 도망갈 돈도 없다. 내 월급은 손도 못 대보고 고스란히 마누라의 통장으로 들어간다. 돈이 없으면 너도 벌어야 될 거 아냐! 나가서 돈을 벌란 말이야. 애들은 누가 키우고 돈을 벌라는 거야.
그럼 통장을 내 놓든가. 통장? 그까짓 거 가져가. 빚도 다 갚고. 못 살아 못 살아! 마누라가 찌그러진 맥주깡통처럼 얼굴을 구겼다. 마누라는 말만 그렇지 한 번도 통장을 내놓지 않았다. 못살겠으면 당장 보따리 싸서 나가! 애들만 아니면 당장 나갈 거야!
나는 언젠가 강아지를 길러 먹음직한 개가 되면 그 놈의 모가지를 쇠기둥에 친친 묶어놓고 나무몽둥이로 사정없이 패 죽일 것이다. 오늘의 분풀이를 꼭 하고야 말 것이다. 마누라는 나의 의도를 눈치채고 강아지를 절대 사주지 않는다. 또한 몇 푼 되지도 않는 개고기를 한 번도 사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개가 된다. 도둑놈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