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가을로 적시는 비바람이 온종일 추적이며, 내 영혼의 수면위를 찰랑
몇 방울 튕기며 동그란 밀물로 적요한 나를 조용히 흔든다.
이럴 때쯤이면 나는 수숫대처럼 아무 저항도 없이 툭 꺽여지고 싶다.
이렇게 현실의 자아를 거세하고 몽유의 자아를 아름답게 미화시키고 싶지만
그건 감정의 과임임을 영혼의 수사임을 또한 느낀다...
며칠 전의 사고로 인하여 당분간 술을 자제하겠다고 마눌님과 약조했었고
나 또한 지킬 것은 지키자라는 박카스 정신으로 살아가겠노라 스스로 다짐한 터여서, 자꾸만 우주 호르몬 - 비와 술을 단순 명료하게 연합시킬 때 분비되는 호르몬 - 으로 무장되어지는 나는 그래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작정한 것은 아니었는데, 집 가까운 기차역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학교에서 동료들과 마신 술이 화근이었다.
아침 출근때 마눌님이 기차역으로 대리운전하러 온다기에 맘껏 마셨는데 마눌님이 몸이 편치 않아서 그냥 택시 타고 들어 오라고 했건만 3분 거리에 불과해서 설마하는 마음으로 용감하게 차를 몰고 가다 그대로 음주 단속에 걸려 버린 것이었다.
면허 취소.... 담담했다.
술이 완전히 깨지 않은 흐릿한 마음에 아내에게 왜 나와주지 않았느냐면서
무척이나 아쉬움을 토로했고, 그게 아내에겐 상처가 되었고... 그 때 난 내 인생은 왜 이다지도 허술한 것일 까를 반성하며... 이제 부터 박카스 정신으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던 거였다.
벌금도 벌금이지만 교사에게 면허 취소는 또 다른 가중 처벌이 주어진다.
감봉 조치에다 교감 교장이 원천적으로 될 수 없다.
난 이제 영혼이 아름다운 평교사로 아이들을 열심히 사랑하련다.
그래서 이번 일은 하늘이 주신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허튼 삶을 살지 말라는... 아내를 더욱 사랑하라는....
앞으로는 근면 정직 노력 봉사 하며 살라는.... 나 자신을 더욱 사랑하라는...
그런 메세지로 승화시켰다.
나의 이 짬뽕 국물 같은 맹세는 얼마나 알싸하게 그 생명력을 유지 시킬 것인가?
아내랑 당분간은 술 자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가급적 집에서 마시고 밖에서 마시더러도 7부 능선은 넘지 않기로 말이다.
그런데 9월의 가을비는 인왕산 8부 능선을 비구름으로 에워싸며
날더러 얼른 달려 오라고 둥싯 거리는 내 마음을 흔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