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6일(금)~27일(토)까지 대학교 동기들 송년회가 있었다.
매년 그랬듯이 그날도 조간신문과 함께 배달되었다.
택시타고 가다가 할증을 누르는 경우는 많았는데 할증으로 가다가 일반으로 누르는 상황이...
그래도 다음에 이틀은 쉬었다.
29일(월)엔 대학교 써클모임 송년회에 참석했다가 역시 30일(화) 아침 일찍 귀가했다.
그로부터 16시간뒤인
30일(화) 저녁 6:00 다른 모임에서 다음날 3시까지 또 펐다.
그래도 31일은 마지막 날이니까 술마시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그런데
31일(수)
귀가하는 차안에서 이번에 대학에 들어간 딸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아빠 오늘 밤에 가족끼리 술한잔 하면 어때요?"
딸에게 난생 처음으로 술한잔 하자는 말을 듣고 순간 멍해졌는데 이런 일이 언제 올까 기다리던 나는
"그럴까?" 라는 답변을 하고 말았다. 그래서 또 한잔!
1월 1일(목)엔 없을 줄 알았던 술자리가 밤늦게 사전 연락도 없이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가
집부근에 와있다며 버티는 덕에... 그래서 또 한잔!
2일(금)
다음날 누님의 딸(조카)이 결혼한다고 시골에서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어김없이 술자리가 벌어졌다. 집에서 담갔다는 12년산 인삼주를 이래 저래 다 마셔버렸다.
속이 좀 아파왔다.
3일(토)
다행히 누님 가족들이 모두 Christian인 관계로 예식장 피로연자리에서도 소주나 맥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골에서 오신 분들은 연신 불쾌함을 감추려고 노력하는 중이었으나 나는 좋았다.
그런데
신탄진에서 전화가 왔다. wife의 작은 아버님께서 별세하셨다고...
결혼식이 끝나기 전엔 좋지 않은 소식 전하는 것 아니라 해서 행사 모두 끝난 뒤 어머님께만 살짝
말씀드린 후 wife와 함께 신탄진으로 차를 몰았다.
가보니 동서들과 친척분들이 쫘~악 앉아 있다. 또 한잔 했다.
4일(일)
오래전에 잡혀있던 운동하는 날이었다. 5~6시간을 열심히 걸어다닌 후 자연스레 도착한 곳은
돼지고기 두루치기를 잘 한다는 어떤 식당.
원래부터 고기를 술없이 먹지 못하는 나였지만 속이 아파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자 그중 연세가 좀 드신 분이 "이노무사! 그렇게 안봤는데..." 하신다.
다시 자리를 고쳐잡고 앉아 걍 마셔버렸다. 그것도 소폭으로 계속...
그래도 그날은 날을 넘기지는 않았는데...
5일(월)
자문회사 이사 1명과 한양대 교수 1명, 그렇게 3명이 오랫만에 만나 저녁식사를 한다.
어김없이 교수가 "소주 하나에 맥주 2병이요."한다.
그렇게 1차는 소폭으로 시작하여 소폭으로 끝났다.
1차가 끝나고 한번도 그대로 집에 가본 적이 없는 관계라 부근의 Bar로 2차를 갔다.
갑자기 회사 이사가 J&B 700ml(?) 짜리를 시킨다. 맥주 2병과 함께...
이를 어찌해야 하나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너무나 이야기가 재미있게 흐르는가 싶더니 그 큰 병이 다 비어간다. 단 3명이 마셨는데...
처음으로 교수가 취하는 모습을 보았다.
이사는 통크게 시켜놓고는 "요즈음 술이 잘 안받아." 하며 자제한다. 개시키(이 정도 얘기할 수 있는 친구)
정작 나는?
주는 술 다 받아마셨다. 그런데 며칠 계속 마신 상태였는데도 그리 취하질 않는다. 속은 좀 아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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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까지 살아오면서 지난 해만큼 많은 송년회를 치러본 적이 없다.
분명 나이가 들어가면 체력은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을텐데 술자리수는 상승곡선이다.
한번 부딪혀봤는데 오늘 생각하니 아니다 싶다.
그래서 여기에 글을 쓰게 된 것이다. 왜냐? (사실 지난번 취중 횡설수설에 대한 반성으로 말짱할 때
한번 써보려는 의도도 있다.)
요즈음 유행하는 것 나도 한번 해보려고... 그게 뭐냐면?
"구조조정!!"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 하겠지만
술, 담배 이야기가 계속 올라오는 우리 홈피 게시판에서
올해는 나도 정말 술자리를 한번 구조조정해 봐야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은 '술'을 '물'로 바꾸고자 하는 것은 아니며,
단지 술이 삶의 윤활유가 아니라 일상이 돼있음을 바꿔보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