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요일 날LA로 출장 갈 일이 생겨서 부푼 가슴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다. 그날 일을 마치고, 2학년 때 짝 이었던 두진영을 만나러 Torrance로 내려갔다. 보자마자 30년 전 그대로인 진영이와 키를 재보니, 진영이는 많이 커버렸다. 나만 옛날 키 그대로인데….. 얼굴은 옛날 그대로 인 것 같았다, 약간의 흰머리를 제외하고는….. 진영이는 2년간 주재원으로 있다가 10일 날 고국으로 귀국한다 했다. 섭섭했지만 그래도 다행히 기적적으로 떠나기 전에 연락이 되었다니…..
진영이 부인과 셋이서 태국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는데, 입에서 살살 녹는 맛이었다. 배 터지게 잘 먹었다. 식사 후 잠깐 진영이네 집에 들려서 사진 한 장 찍고 헤어졌다. 진영이는 이삿짐을 다 부쳐서, 거의 텅 빈 상태의 집이었다.
다음날 금요일 점심때 2학년 때 우리 반 합창 지휘를 했던 김성수를 만났다. 3학년 때 우리 반 반장 이었던 황주연 과는 토요일 날 점심 약속을 잡았었는데, 주연이가 올 수 있다고 해서 셋이 같이 만 날수 있었다. 지나가다 본 복어집이 땡겨서, 내가 복어 먹자고 해서 복가라는 식당에서 만났다. 주연이는 하나도 변한게 없고 부드러운 인상이 꼭 목사님이나 좋은 장로님 같았다. 성수는 좀 살이 붙었고 키도 많이 커졌다. 예전처럼 다정한 목소리에 좋은 인상이었지만, 좀 달라진 성수였다. 30년 만에 본 친구들과 반말로 수다를 떨 수 있다는 것이 나에게는 신기하고 신나는 일이었다. 성수가 자꾸 더 퍼줘서 나는 복지리와 복어구이를 너무 맛있게 배터지게 먹을 수가 있었다.
토요일, 못내 아쉬운 짧은 만남에 다시 약속들을 잡았다. 먼저 진영이와 Beverly Hills에서 Il Cielo라는 이태리 식당에서 다시 만났다. 한번은 가봐야 된다는 고급 식당이었다. 진영이는 조개 파스타, 진영이 부인은 토마토 스파게티, 나는 아히투나 살라드를 시켰다. 둘은 맛있다며 좋아했지만, 난 30년 이상을 미국서 살아왔건만 아직 된장찌개와 김치가 어울리는 어쩔 수 없는 조선인이었다.
식사 후 성수가 일하고 있는 라디오 코리아로 달렸다. 잠깐 시간을 낸 성수와 급히 사진 한 장 박고, 아쉽게도 헤어져야 되었다. 비행기 시간이 촉박해서, 주연이 집에 들렸다 가려면 막 달려가야 했다. 주연이는 Irvine이라는 하이텍 도시에 살고 있었다. 1시간 20정도 걸려서 겨우 주연이네 집에 도착할 수가 있었다. 주연이네 부인과 아이들은 다 주연이처럼 좋은 인상에 참 아름다운 가정이었다. 맛있는 밥을 제수씨가 차려 줘서 후딱 한 그릇 때우고, 사진 한방 찍고 떠나야 했다. 식사하면서 졸업 앨범을 보니, 참 감회가 새로 왔고, 다들 너무 보고 싶었다. 급히 서두르다 보니 빈손으로 주연이네 집에 들른 것이 몹시 속상했다.
암튼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지만 30년 만에 다시 만난 친구들이 너무 반가웠다. 30년이 흘렀어도 반갑게 맞이 해주는 좋은 친구들을 둔 나는 참 행복했다…..